공격적인 투자 필요한 상황서 오너 리스크 발생
잔금 납부 앞두고 구속...재매각 가능성도 있어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장거리 특화 저비용항공사(LCC)라는 영역을 새롭게 구축한 에어프레미아에 비상이 걸렸다. 에어프레미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이 지난 23일 법정구속된 탓이다.
최근 경쟁사 티웨이항공이 캐나다 밴쿠버 노선에 신규 취항하는 등 에어프레미아가 주력으로 운항하고 있는 미주 노선 진입을 노리고 있어 회사로선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이런 시점에 회장 구속이라는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회사 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또 이번 일로 자본잠식, 지각 운항 등 2022년 취항 이후 에어프레미아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돼 온 사안들도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게 됐다. 업계 일각에선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지분이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타이어뱅크가 이미 계약금 200억원을 납부해 쉽지 않다는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지분 계약 2개월여 만에...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 김정규 구속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형과 벌금 141억원을 선고했다. 김 회장은 이날 법정구속됐다.
김 회장은 일부 타이어뱅크 판매점을 점주들이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해 현금 매출을 누락하거나 거래 내용을 축소하는 명의 위장 수법으로 종합소득세 80억원 가량을 탈루했다는 혐의를 받아 지난 2017년 10월 기소됐다. 원심에서는 징역 4년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에어프레미아는 김 회장 구속에 난감한 처지가 됐다. 지난 5월 타이어뱅크 측(AP홀딩스)은 대명소노그룹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 등으로부터 에어프레미아 지분 22%(6285만6278주)을 약 1200억원에 사들였다. 보유 중이던 에어프레미아 지분 46%를 포함해 7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면서 대주주로 등극한 것이다. 타이어뱅크는 계약금 200억원을 납부했고 오는 9월 잔금(1000억원)을 치를 예정이다.
김 회장은 에어프레미아 경영에 대한 의욕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에어프레미아 설립 초기인 2018년부터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진행해왔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항공 산업에 대한 장기적 관심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달 책임경영을 선포하며 “에어프레미아의 성장을 위해 신규 노선 취항, 효율성을 고려한 조직 개편, 사업성 극대화 등의 전략을 실행해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 타이어뱅크와 변화 기대했지만 미래 불투명
그동안 확실한 경영 주체가 없어 다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온 에어프레미아 측도 새 주인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최근 LCC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며 에어프레미아가 사실상 독점해온 미주 노선을 경쟁사들이 노리기 시작하면서 전환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본잠식, 지각 운항 같은 문제들도 타이어뱅크와 함께 개선해나갈 것을 기대했다. 에어프레미아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기준 81%에 달한다. 앞서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66.9%, 82.1%를 기록했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에어프레미아에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내렸다.
명령 이후에도 2년간 자본잠식이 유지되면 항공운송사업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기에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뼈를 깎는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해야 한다. 이에 타이어뱅크는 하반기 최대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감자를 동시에 진행해 자본잠식을 해소할 계획을 발표했다.
항공기 운항 지연도 풀어야 할 숙제였다. 현재 에어프레미아는 B787-9 단일 기종 8대를 운영 중인데, 1개 기종만 고장나도 노선 일정이 틀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실상 매주 지연 등의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 관련 카페에 에어프레미아를 검색해 보면 항공기 지연, 결항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역시 타이어뱅크가 내년부터 항공기 도입을 빠르게 늘려갈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회장 구속으로 인수 작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향후 에어프레미아 경영에 대한 구상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공산이 커졌다. 업계 일각에선 AP홀딩스(타이어뱅크)의 지분인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타이어뱅크는 김 회장이 모든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사실상 1인 회사다. 그의 부재는 곧 자금 조달 등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타이어뱅크는 10월까지 한 차례 잔금 납부 기일을 연기할 수 있지만 만일 그때까지 납입을 완료하지 못하면 에어프레미아는 다시 매물로 나오게 된다.
다만 탈세 혐의를 받는 김 회장은 항공사업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이미 계약금 200억원을 납부한 상황에서 경영권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김 회장이 2선 후퇴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김 회장 구속과 관련해 “대주주의 개인적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