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진과 아트팀 불신 커…“부적절한 시기 파업” 지적

네오플 본사 직원들이 6월 25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네오플 사옥 내 농구장에서 고강도 노동과 성과급 문제를 거론하며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뉴시스>
네오플 본사 직원들이 6월 25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네오플 사옥 내 농구장에서 고강도 노동과 성과급 문제를 거론하며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신광렬 기자] “(사측을) 응원할 테니 절대 노조와 합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조 측 요구를 중심으로 합의하면 앞으로도 유저를 인질로 잡고 거리로 나설 것이다. 그렇게 운영되는 게임은 하고 싶지 않다.”

네오플 노조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넥슨 대표작 ‘던전앤파이터’ IP를 총괄하는 자회사 네오플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네오플 노조 파업은 지난달 25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조 측은 “지난해 1조3000억원이라는 네오플 창사 이래 역대 최고 매출액에도 회사는 던파의 중국 출시에 따른 신규개발 성과급(GI) 등 직원 보상을 약 800억원 삭감했다”고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네오플 총 영업이익 9824억원 가운데 4%(약 393억원)을 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네오플 측은 PS 도입은 어렵다고 밝히며 노사간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번 파업을 둘러싼 유저들 반응이다. 그동안 게임업체 노사갈등을 둘러싼 여론은 노조쪽에 동정표가 갔었다. 하지만 이번 네오플 파업은 오히려 사측을 옹호하는 유저가 대다수로 알려진다.

한 관계자는 “유저들이 일방적으로 사측을 편들고 노조 측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지금의 현상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던파 운영진과 아트팀에 쌓인 유저 불신 폭발

이번 파업이 유저들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것은 이전 던전앤파이터 운영진과 아트팀에 대한 유저 불신에서 기인한다.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무너진 직업 밸런스와 부족한 소통 문제가 잇따라 터지며 운영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일러스트에서 남성혐오 손모양 삽입 의혹까지 불거지며 아트팀에 대한 이미지도 악화됐다. 유저들은 “지난해 게임을 망쳐 놓고 너희들이 파업할 자격이 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네오플 직원들의 연봉과 퇴사율도 여론 악화에 한 몫 했다. 업계에 따르면 네오플 직원(경영진 및 임원급 제외)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약 2억2000만원에 달한다. 대형 게임사 직원 평균 연봉(약 1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네오플 사측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자발적 퇴사자 기준(관계사 이동, 징계해고, 수습탈락 등 제외)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퇴직률은 0.97%로 1%가 채 되지 않았다.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반적인 대기업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데다 회사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상황에서 발생한 파업에 유저들이 공감하고 이입하기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한 유저는 “나보다 몇 배는 연봉을 더 받는 사람들이 생존권을 운운하며 파업을 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업무강도가 힘들면 퇴사율이라도 높아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지 않나. 도저히 노조에게 공감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네오플이 올린 DNF Universe 2025 행사 취소 공지.<던전앤파이터 홈페이지>

던파 20주년 행사 취소되며 유저 분노 커져

여기에 20주년 행사까지 취소되며 파업 이미지 악화에 결정타를 때렸다. 8월 9~10일에는 던전앤파이터 서비스 20주년을 맞아 ‘DNF Universe 2025’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네오플 측은 지난 21일 “내부 여건상 당초 보여드리려던 모든 콘텐츠를 충분한 완성도로 선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 내부 여건에 대해 정확히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노조 파업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해당 행사에 대한 던파 유저 기대는 전례 없이 컸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보기 힘든 20주년 행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파업 시기가 이와 겹치며 역대급 행사를 인질로 노조가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노조가 예고한 파업 일정은 행사일 바로 전날인 8월 8월까지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행사가 아예 취소돼 버리면서 유저들은 크게 실망했다. 자연스럽게 노조에 대한 이미지도 ‘유저들의 마음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개발진’으로 고정됐다. 10여년이 넘게 던파를 플레이했다고 증언한 한 유저는 “오랫동안 해온 게임으로서 20주년 행사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노조가 잔칫상을 엎어 버렸다”며 “조금이라도 유저들을 생각했다면 역대급 행사를 이렇게 망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입장문을 통해 “실무자들과 이용자 모두가 오랜 시간 기다려 온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파업 중이란 이유만으로 돌연 취소될 만큼 허술하게 기획된 행사가 아니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노조 해명에도 여론은 변하지 않았다. 네오플의 노조 가입률은 약 80%. 행사 두 달 전에 80%나 되는 인원이 파업에 참여했다면 필연적으로 행사에도 지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철우 게임전문변호사는 “이번 노조 파업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시기 선정이 좋지 않았다”며 “역대급 행사 준비 기간과 파업 기간이 겹치며 유저들의 민심과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고, 공식적인 입장도 제때 내지 않아 여론악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네오플은 취소된 던파 유니버스 행사를 던파 20주년 기념 사회공헌 행사로 변경해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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