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큰손’ 등장…이재명 대통령 공약에 빠르게 움직인 투자자
‘반려 ETF’ 시대 연다… KB운용, 전략 ETF로 300조 시장 겨냥

이수진 KB자산운용 ETF마케팅실장이 지난 6월 17일 <인사이트코리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강형욱>
이수진 KB자산운용 ETF마케팅실장이 지난 6월 17일 <인사이트코리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강현욱>

[인사이트코리아 = 이숙영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더 똑똑해졌어요. 놀라울 정도입니다.”

지난 6월 대선은 국내 시장 분위기를 뒤집었다. ‘박스피’로 불리던 코스피는 대선 후 연일 빨간 불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ETF 시장 판도를 바꿨다. 기존에 시장을 이끌던 S&P 500, 나스닥 등 미국 대표 지수 관련 ETF 대신 국내 주식형 ETF가 새 대세로 떠올랐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지난 17일 KB자산운용의 이수진 ETF상품마케팅실장을 만나 대선 후 ETF 시장에서 포착된 변화와 시장을 주도하는 인기 테마, 향후 전망 등을 들어봤다.

이수진 KB자산운용 ETF마케팅실장이 지난 6월 17일 KB자산운용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강현욱>

‘더 스마트해진 개인’…이재명 공약에 빠른 대응

이 실장은 “대선 이후 시장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라며 “기존에 개인 순매수, 순자산 증가 상위 종목은 대부분 미국 S&P 500, 나스닥 100 등 해외 관련 상품이 차지했는데, 대선 후 대세가 국내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200, 200위클리커버드콜 등 관련 상품이 상위권에서 줄을 섰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변화의 저변에는 개인 투자자의 수준 향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가장 놀라운 점은 개인 투자자가 시장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국내 ETF 도입이 2002년인데 이때부터 금융위기 등 여러 상황을 겪으며 투자자들이 학습한 결과”라고 추측했다.

특히 ETF 시장에 ‘큰손’, 거액 자산가들이 유입된 점도 눈에 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한 번에 수십억을 매매하는 거액 자산가는 세금이 중요하기 때문에 세금 제도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시장 인기가 해외 배당 상품 등에서 국내 쪽으로 움직이는 것도 세금 제도 등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선 이후 인기 테마로는 ▲AI·반도체 ▲에너지·방산 ▲금융·증권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이재명 대통령 정책과 연관된 테마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 실장은 “이 대통령의 AI·반도체 첨단 산업 육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산업 투자,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코스피 5000’ 시대 공약에 맞춰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산 ETF의 경우 에너지 ETF와 포트폴리오가 비슷해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원자력, 수소, 천연가스 등 에너지는 혁신을 통해 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기에 방산과 겹치는 지점이 있다”며 “예컨대 ‘RISE수소경제테마’ ETF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포함돼 방산주와 포트폴리오가 비슷하다”고 했다.

이수진 KB자산운용 ETF마케팅실장이 지난 6월 17일 ETF 시장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강현욱>
이수진 KB자산운용 ETF마케팅실장이 지난 6월 17일 ETF 시장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강현욱>

3년 뒤 300조 시장, KB운용 “전략 상품으로 점유율 확대”

이 실장은 향후 ETF 시장 확대에 확신을 보이며 “3년 뒤 300조원 돌파도 거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ETF 시장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다. 국내 ETF 시장은 2019년 12월 50조원을 돌파했고, 3년 6개월 뒤인 2023년 6월 100조원을 넘겼다. 이로부터 2년 만인 올해 6월 200조원을 넘어섰다.

이 실장은 “ETF 시장에 후발주자가 들어와 파이를 나눠 가지면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대형사들은 ETF 개별 상품당 순자산 규모를 늘리거나 상품을 리마케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고, ETF 포트폴리오를 짜주거나 컨설팅을 하는 솔루션 비즈니스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했다.

ETF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KB자산운용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KB운용은 자사의 강점이 ‘전략’이라고 밝혔다. 전략이라는 한 단어로 KB운용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KB운용이 생각하는 좋은 상품은 투자자가 시간이 없어 바로 대응은 어렵지만, 사놓고 걱정 없이 지켜볼 수 있는 상품”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전략적, 구조적으로 좋은 ETF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AI 상품을 예시로 들었다. AI가 인기를 끌며 AI반도체, AI소프트웨어, AI인프라 순으로 투자 유행이 움직였다. 이 가운데 KB운용은 AI에 제대로 투자하려면 반도체·인프라·소프트웨어를 묶어 한 번에 투자해야 판단했다. 이렇게 나온 상품이 ‘RISE AI밸류체인TOP3Plus’다.

이 실장은 “테슬라, 팔란티어 등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한 상품을 묶어 연금 계좌에서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구성한 ‘RISE 테슬라·팔란티어 고정테크 100’, 워런 버핏이 투자한 종목을 투자자가 따를 수 있도록 한 ‘RISE 버크셔포트폴리오 TOP10’ 등이 대표적인 전략 상품”이라고 말했다.

KB운용은 단기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반려 ETF’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 실장은 “적어도 5년, 10년 함께 클 수 있는 장기 성장형 상품을 만들 것”이라며 “시간이 없는 직장인이나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투자자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평생 갈 수 있는 반려 ETF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KB운용은 이를 통해 ETF 시장 점유율 두 자릿수를 노린다. 현재 KB자산운용의 점유율은 7%대다. 이 실장은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점유율을 늘리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길”이라며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해 KB금융그룹 위상에 맞는 시장 점유율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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