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리딩뱅크 자리 두고 격돌
신한, 연내 베트남 추가 개점…우리 “현지 리딩뱅크 목표”

진옥동(왼쪽 다섯 번째)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호치민 투티엠에서 진행된 그룹사 신사옥 입주식에서 정상혁(왼쪽 네 번째) 신한은행 등 그룹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신한금융지주>
진옥동(왼쪽 다섯 번째)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호치민 투티엠에서 진행된 그룹사 신사옥 입주식에서 정상혁(왼쪽 네 번째) 신한은행 등 그룹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신한금융지주>

[인사이트코리아 = 박지훈 기자] 베트남에서 한국계 시중은행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시장에서 외국계 은행 1위 자리를 사수하려는 반면, 우리은행은 그 자리를 뺏으려 기회를 노리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해외현지법인 점포 6곳을 신규 개소할 계획이다. 신설될 지점 소재지로는 여러 곳이 검토되고 있지만 베트남에는 반드시 추가 개점할 것이라는 게 신한은행 측 설명이다.

6개 점포 가운데 다수 점포가 모두 베트남에 배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부터 5년간 점포를 늘린 신한은행 해외현지 은행법인은 신한베트남은행(13개)과 신한캄보디아은행(5개) 두 곳뿐이다. 특히 베트남시장 내 채널 확보에 가장 집중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베트남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54곳이다. 2023년 대비 3곳 증가했다. 호주계인 ADZ은행의 베트남 소매금융 부문을 인수한 2017년과 비교하면 28곳 늘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추가 점포 확보 노력은 우리은행의 매서운 추격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우리은행 베트남 현지법인인 베트남우리은행의 지난해 말 점포수는 28곳이다. 지난 1년 새 미딩출장소, 롯데센터출장소, 롯데몰영업점, 서사이공지점, 남빈즈엉출장소 등 5곳이나 늘렸다.

올해도 베트남우리은행이 점포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2023년 말에는 2024년 내 해외법인 점포를 2곳 늘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베트남에서만 5곳을 늘렸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는 2025년 해외 점포 확충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전례를 볼 때 베트남 점포 신설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우리베트남은행 베트남 본사.<우리은행>
우리베트남은행 베트남 본사.<우리은행>

제2 본진, 베트남서 사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베트남 시장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적 때문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6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4% 증가했다. 연간 글로벌 순이익(7589억원)의 약 35%를 책임졌다.

신한베트남은행은 그룹의 글로벌화를 위한 '핵심 키'라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베트남은행은 고객과 직원 현지화가 잘 이뤄진 해외법인으로 강달러 기조에서도 안정적인 조달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베트남 투자는 글로벌 순이익 1조원 실적으로 가기 위한 우선 순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신한은행을 비롯한 그룹사는 베트남판 여의도로 개발되고 있는 호치민시 투티엠 신사옥에 입주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신한베트남은행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룹사 현지법인이 공동 마케팅과 교차 판매를 벌이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에서도 베트남우리은행은 ‘알짜’ 자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대출 수요가 둔화된 시장에서도 1년 전보다 3.1% 성장한 61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했다. 해외현지법인 가운데 실적 규모가 가장 컸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우리소다라은행)을 제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수익에서 글로벌이 차지하는 비중을 25%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시장이 인도네시아 시장보다 수익성이 커진데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해 4월 베트남우리은행에 2억 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또한 우리은행은 베트남에서 외국계 리딩뱅크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외국계 은행 자산 규모는 HSBC베트남이 가장 앞서 있으며 근소하게 스탠다드차타드베트남, 신한베트남은행이 뒤쫓고 있다. 외국계 리딩뱅크 도약은 신한베트남은행을 제치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우리베트남은행은 신한베트남은행 등 최상위권 은행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양대 도시인 하노이·호치민에 주로 점포를 세운 반면 우리은행은 남부 껀터, 북부 타이응우옌 등지에 점포를 늘려가면서 빈틈을 노리고 있다.

현지인 중심 영업 체계가 잘 구축된 신한은행과 달리, 우리베트남은행은 한국인 거주·관광지역으로 적극 들어가 한국계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도 펴고 있다. 베트남에서 코리안타운으로 불리는 하노이 미당에 미당출장소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은행들이 주요 국가로 삼아 진출했던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이 각각 부동산 위기, 경기 둔화, 부채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처했다”며 “이러한 가운데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에 더욱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우리은행이 지난해 3월 개장한 하노이 미당출장소.<우리은행>
베트남우리은행이 지난해 3월 개장한 하노이 미당출장소.<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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