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LX판토스 대표...물류 전문가로 명성 높아
트럼프발 관세 폭탄 악재...SK해운 인수 서두를 듯
장기 과제로 민영화 꼽혀...임기 내 성사는 불투명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최원혁 전 LX판토스 대표가 HMM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폭탄 영향으로 글로벌 해상운임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등 업황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최 대표에겐 분위기를 다잡아야 하는 중책이 놓여있다. SK해운 인수 마무리, 민영화 전략 마련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산더미다.
HMM, ‘물류 전문가’ 최원혁 대표 내정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원혁 대표 내정자를 HMM 신임 대표로 상정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최 신임 대표는 1960년 생으로 성균관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했다. 3M코리아, 로레알 코리아를 거쳐 CJ대한통운 글로벌부문 부사장, LX판토스 대표 등을 지낸 물류 전문 경영인이다.
최 신임 대표에게 주어진 첫 번째 숙제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 지난해 실적 호조를 이어가는 것이다. HMM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5128억원으로 2023년 대비 501% 증가했다. 역대급 수준이다.
올해 업황 전망은 좋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부터 모든 외국산 수입품에 10~25% 보편관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임기 내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탓이다. 실제 관세가 부과되면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9주 연속 하락해 지난 14일 기준 1319.34를 기록했다. 2023년 12월 22일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 대표는 SK해운 인수를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HMM은 최근 SK해운 일부 사업부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금액은 2조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해운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와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가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이다. 4월 중 최종 계약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HMM이 SK해운을 품에 안을 경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HMM은 매출의 약 85%가 컨테이너선 사업에서 나온다. 글로벌 경기와 운임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SK해운 주력은 벌크선, LPG선이다. 화주들과 장기 계약을 맺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다만 인수금액을 두고 의견차가 있다.

HMM 숙원 ‘민영화’ 이뤄낼까
HMM 장기 과제는 민영화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몸값과 영구채 부담이 높아지고 있어 해결하기 쉽지 않다.
현재 HMM 최대 주주는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다. 두 기관 합산 지분율은 67%에 달한다. 여기에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잔여 영구채가 다음 달 보통주로 전환되면 이들 지분율은 71.68%까지 높아진다.
시가총액(약 9조원) 기준으로 HMM의 지분 가치는 약 13조원 수준. SK해운까지 인수할 경우 15조원으로 커진다. 결국 엄청난 메리트가 주어지지 않는 이상 국내에선 HMM을 인수할 기업을 찾기 쉽지 않다.
LX판토스 대표 출신의 최 신임 대표가 새로운 수장으로 오면서 LX그룹의 HMM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LX그룹은 지난해 하림, 동원 등과 함께 HMM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접었다.
또 HMM 2대 주주인 해진공이 강력한 매각 의지를 드러낸 만큼 최 신임 대표가 취임 후 회사를 더욱 매력적으로 키워낸다면 의외로 매각이 빠르게 성사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지난 7일 간담회에서 “해진공이 HMM 매각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라는 것은 오해”라며 “오히려 빨리 졸업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