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된 버거 업계… 차별화 전략 없으면 입지 위태
프리미엄 버거 그림자… 가성비·프리미엄 경계 흐릿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미국 수제 버거 3대장 중 하나인 슈퍼두퍼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다. 이전에도 굿스터프이터리가 사업 부진을 이유로 철수했는데 비슷한 모습이다. 업계는 중저가 버거 브랜드가 프리미엄 버거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기존 프리미엄 버거 희소성이 약화되는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이닝브랜즈그룹이 운영 중인 미국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SUPER DUPER)’가 국내 철수를 검토 중이다. 이달 말 서울 홍대점과 코엑스 스타필드점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강남점도 철수를 검토 중이다.
슈퍼두퍼는 프리미엄을 표방하며 국내 시장에 진출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며 실적 부진에 빠졌다. 2023년 말 기준 슈퍼두퍼 매출은 42억원, 순손실은 17억원을 기록했다.
슈퍼두퍼는 2022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프리미엄 버거다. 2022년 11월 강남점을 시작으로 2023년 4월 홍대점, 6월 코엑스점을 열었다. 단품 버거 가격대는 8300원~1만3900원이다.
미국 프리미엄 수제버거 굿스터프이터리(GSE) 역시 대우산업개발이 국내 시장에 들여왔다가 5개월 만에 철수했다. 굿스터프이터리는 2022년 5월 강남에 1호점을 내고 영업을 시작했다. 미국 현지 맛을 구현한다는 명목으로 100% 냉장 생고기만 사용하고 매장 내 스마트팜에서 기른 무농약 채소를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월 매출 3억원과 2025년까지 매장 7곳 개점을 목표로 사업을 이어갔지만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폐점 수순을 밟았다.
가성비·프리미엄 경계 흐려지는 버거 업계
현재 국내 버거 시장은 포화 상태다. 한정된 상권 내 너무 많은 브랜드가 들어서 뚜렷한 장점을 갖지 않은 이상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맥도날드·롯데리아·맘스터치·버거킹 등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부터 쉐이크쉑·파이브가이즈·고든램지 버거 등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촘촘하게 들어서있다.
다만 이전까지 가성비와 프리미엄의 경계가 뚜렷했다면 최근 중저가 브랜드에서 프리미엄급 버거를 출시하면서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유명인과의 협업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기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롯데리아가 지난달 16일 출시한 나폴리 맛피아 모짜렐라 버거 2종은 출시 2주 만에 100만개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 달 누적 판매량은 160만개이며 24일 기준 판매량은 200만 개를 넘어섰다. 출시 목표 판매량의 두 배가 넘는 기록이다. 단품 가격이 프리미엄 브랜드와 맞먹는 8900원, 세트 가격이 1만1000원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판매량이다. 높은 인기에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한정 메뉴로 판매 기간은 3개월 내외다.
롯데GRS 관계자는 “버거의 주 특성에 맞춰 번·소스에 큰 중점을 뒀다”며 “번의 경우 모짜렐라 치즈와 체다치즈를 번 자체에 녹여낸 모짜 브리오쉬번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스 역시 이탈리아 요리 재료인 바질·토마토 등을 활용해 새로운 맛을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인기를 끄는 제품이 맘스터치의 에드워드 리 셰프 컬렉션이다. 비프버거와 싸이버거 2종으로 구성된 제품은 단품 기준 각각 8400원, 7800원에 판매한다. 세트는 1만200원과 1만800원이다. 위 버거는 출시 전 사전 예약이 진행된 지 30분 만에 마감됐다.

“프리미엄 버거 입지 위태로워”
중저가 브랜드가 프리미엄 전략을 잇달아 들고 오면서 기존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던 브랜드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미국 3대 버거인 쉐이크쉑 버거와 파이브가이즈가 나름 선방하고 있지만 언제 판도가 뒤집힐지 모른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매장 수에서도 차이가 크다. 쉐이크쉑은 현 시점 기준 매장 30개를 갖고 있다. 올해 추가 출점 계획은 아직 없다.
파이브가이즈는 5개 지점을 갖고 있다. 지난 2023년 당시 파이브가이즈는 오는 2028년까지 매장 15개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브랜드가 타 브랜드와 달리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지 못하는 건 고가의 상권 위주로 진입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출점할 수 있는 지역에 제한이 있다는 의미다. 롯데리아를 비롯한 가성비 브랜드 매장이 전국 각 지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접근성에서도 크게 밀린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 사회학과 교수는 “일반 버거 프렌차이즈 업체가 프리미엄 버거를 내면서 고급 브랜드와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중저가 브랜드가 아래에서 위로 치고 올라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급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중저가 브랜드에 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가로 포지셔닝했던 브랜드들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