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편입 직후 임원 파견, 아시아나 상징 ‘윙 로고‘도 제거
36년 전통의 라이벌서 한가족…일각선 초반 군기잡기 해석도
일부 아시아나 직원 “자존심 상한다“ 볼멘소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흔적 지우기 행보가 가속화하면서 아시아나항공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12일 아시아나항공 신주를 취득하며 자회사 편입을 완료한 뒤 첫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통합이 결정된 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방적인 대한항공 DNA 이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또 조 회장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타고 해외 출장을 떠나는 등 포용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사실상 점령군 행세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자회사 편입 직후 대한항공 임원 파견, ‘윙 로고‘ 제거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한다.

‘통합 대한항공‘ 속도...시작은 군기 잡기?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업무 파악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에 임원을 파견했다. 파견 대상은 전무 2명, 상무 3명, 부장급 3명 등 임원급 인원 8명 등으로 이들은 안전과 인사(HR), 재무, 운항, 정비 분야 소속이다. 

오는 16일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송보영 대한항공 전무(여객사업본부장)이 아시아나항공 신임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업계 일각에선 이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군기 잡기 일환으로 해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창립한 이래 36년간 대한항공과 양대 국적 항공사 체제를 유지해온 만큼 여전히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강하다. 

물리적 결합이 마무리됐지만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지 않을 경우 대한항공 중심의 통합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시각이다. 

아시아나항공 A321NEO 항공기.<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A321NEO 항공기.<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은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날개 부분 로고를 제거하는 작업에 나섰다.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을 상징해 왔던 윙 로고는 18년 만에 사라질 전망이다. 윙 로고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6년 창립 60년을 맞아 도입한 그룹의 통합 CI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선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36년 전통의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일방적으로 흡수되는 모습에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조 회장이 말로만 ‘한 가족‘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조 중심 구조조정 가능성 제기

노조를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합병 전부터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사이에선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11일 조종사 노조와 일반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과 미주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운수권 양도 및 중복노선 정리로 인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며 “이는 대규모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향후 증가할 사업량에 따라 인력 소요도 함께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며 일부 중복 인력도 필요 부문으로 재배치하면 문제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아울러 “화학적 결합을 위한 인력 교류, 마일리지 통합, 새로운 기업 이미지(CI) 도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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