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캐시카우 제주항공, 무안 항공기 참사 직격탄
재무 사정 나빠 주가 하락 시 치명타 가능성 고개
‘가습기 살균제‘ 이슈도 거론되며 불매운동 조짐까지

채형석(왼쪽)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대기실을 방문해 사과한 뒤 자리에서 떠나고 있다.<뉴시스>
채형석(왼쪽)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대기실을 방문해 사과한 뒤 자리에서 떠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 항공기 참사로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이 1954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화학, 유통 등 대부분 계열사가 부진한 가운데 제주항공이 회사를 먹여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참사가 일어난 지난 29일 저녁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연달아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과거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까지 다시 거론되며 불매운동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 아래 제주항공, 애경케미칼, 애경산업, AK플라자, AM플러스자산개발 등 5개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 내에서 핵심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꼽힌다.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은 1조48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6% 늘었다. 영업이익도 1202억원으로 기존 그룹의 핵심 사업이던 애경케미칼(177억원)을 압도했다.

이번 참사 전까지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모범 사례로 언급될 정도로 잘나가고 있었다. ‘비용 최소화’라는 LCC 본연의 사업 모델에 집중하면서 2005년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업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고 현재까지 왕좌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179명 사망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참사가 발생하면서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참사 당일을 기점으로 30일 오후 1시까지 항공기 취소 건수는 6만80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당분간 이용객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이는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 역시 쏟아지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의 월평균 항공기 가동 시간은 418시간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가동 시간은 항공사가 수익을 위해 운행한 시간을 보유 항공기 대수로 나눈 것이다. 경쟁사 티웨이항공(386시간), 진에어(371시간) 등과 비교했을 때 10%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도 재조명되고 있다. 자신을 제주항공 직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요즘 툭하면 엔진 결함“이라며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정비도 운항도 재무도 회사가 개판 됐다“며 “요즘 다들 타 항공사로 탈출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일각에선 애경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145.4%에 달할 정도로 재무 사정이 좋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제주항공 주식 절반가량을 담보로 대출 받아 부실 계열사 구멍을 메꾸고 있는 점도 문제다. 향후 제주항공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해 반대매매가 속출할 경우 부실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신속하게 사고를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없다“며 “제주항공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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