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정의’ 뚜렷하고 철학 분명해야 고객가치 실현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글로벌 경쟁, 산업경계의 붕괴, 개방속의 보호주의…. 기업이 활동하는 무대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거세다. 이 속에서 경영은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그러나 시대와 상황은 달라지지만 경영이 수행하는 과업은 동일하다. 그것은 기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 과업을 수행하는 최고 책임자는 CEO다. CEO는 어깨에 짊어진 책임을 어떻게 더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일, 곧 RIGHT THING을 찾는 것이 출발점이다. 올바른 과업을 찾고, 그 과업을 수행하는 항로를 찾는 것이다. 이번에 연재를 시작하는 ‘경영인사이트:CEO의 관점’은 CEO에게 올바른 관점을 제시한다.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배우의 성공방정식을 아는가. 무대와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올바른 연기(행동)를 하는 것이다. 무대는 세계이고 연기는 CEO가 수행하는 과업이다. 언제나 CEO로 연기하라.

[인사이트코리아 = 문정엽 엑설런스써클 대표·작가·피터 드러커 연구가]
What our business is, will be, and should be?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무엇이 될 것인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Peter Drucker)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가 쓴 소설로 1605년 창작 이후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서양 근대문학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해석되고 공연되고 있다. 왜 이 작품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을까. 주인공 돈키호테가 보여주는 우스꽝스럽고 상식을 벗어난 돌출행동이 주는 파격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이 작품은 인간 본성과 함께 인간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주인공 돈키호테, 60대에 가까운 노인(당시로 보 면)이 삶 전체로 드러내는 순수함과 열정, 가치에 대한 깊은 헌신과 일관성이다. 이런 삶의 태도, 행동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나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 곧 자기인식이 그것이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yo se quien soy): “불가능한 꿈을 꾸고, 불가능한 적과 싸우는 것, 용기가 없는 곳으로 달려가고, 닿을 수 없는 별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나의 운명이다.” “쭈그러진 심장부터 쫙 펴십시오.” 내 눈으로 나를 보지 않고, 남이 정해놓은 방법을 사랑하고,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비교하니까 심장이 쭈그러지는 것 자기는 자기한테만, 자기 꿈속으로만 몰아가야한다.
-책 <돈키호테> 중에서
돈키호테는 자신이 인식하는 자기, 곧 기사로 행동하고, 기사로 삶을 살았다. 삶에 반응하지 않고 삶을 주도하는 것, 자신의 정체성대로 행동하는 삶, 이것이 공감과 감동을 주는 것이다.
사업 정의: 경영의 출발점이자 목적
경영자는 조직을 경영하는 사람이다. 경영은 책임이고 책임은 결과를 통해 실현된다. 그런 경영자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조직에 대한, 자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다.
1> 우리가 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경영자가 봉사하는 조직은 무엇인가. 조직은 무엇을 실현하고자 하는가. 경영자로서 경영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무엇이 경영자의 비전이고 책임인가. 이 질문은 곧 경영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대한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조직이 하고자 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사업이 실현하려는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고객과 고객가치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가. 이 대답은 기업의 모든 자원과 활동을 통해 실현하려는 목적을 묻고 있다. 단순하지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 경영자는 대답을 해야 한다. 사업정의가 없다면 혹은 모호하다면 경영자는 사업을 성공시킬 수 없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그 길을 제대로 갈 수 없는 당연한 이치다. 또한 그 대답은 사업을 수행하면서 계속 제기되어야 하는 질문이다.
2> 우리의 사업은 무엇이 될 것인가
환경은 변하고 고객의 기대는 달라진다. 이런 변화는 세계가 움직이는 법칙이고 본질이다. 기업은 이런 변화를 이용하고 촉진하는 변화를 지향한다. 인간의 이동을 돕는 수송수단을 살펴보자. 아주 오래 전에는 오직 인간의 육체가 이동 수단이었다. 그러다가 마차가 등장했다. 동물의 힘을 이용한 수단이다. 20세기 초에 에너지를 이용한 자동차가 등장했다. 미래에도 자동차는 중요한 운송수단이 될 것인가. 자동 차에 대한 개념은 그대로일까. 이미 자동차는 기계적 수송수단에서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 정보와 즐거움을 제공하는 수송수단으로 바뀌는 중이다. 카(CAR)가 아니라 모빌리티(Mobility)다.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생각하는 사업은 무엇이 될 것인가.

3> 우리의 사업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사업은 고객가치를 실현할 때, 그것도 제대로 고객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때 성장하고 번영한다. 다른 어떤 조직보다 더 잘 고객가치를 실현할 때 성장하고 번영한다. 이 질문은 근본적인 관점에서 고객가치를 실현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고객가치의 변화에 대응하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고객가치를 실현하려면 어떠한 사업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으로 결국 사업의 극적인 혁신을 묻는 질문이다. 20세기 초 거대산업이었던 미국의 철도업은 급격하게 자동차사업에 우위를 잃었는데, 당시 철도업을 운영하던 경영자들은 자동차가 등장하던 변화를 목격하면서도 자신이 하는 사업은 ‘철도업’이라고만 생각했고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사업을 통해 최소한의 성과라도 창출하려면 사업을 올바르게 정의해야 한다. 뛰어난 기업, 탁월한 기업을 이끈 경영자들은 자신들이 하는 사업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한다.
사례 1: 막스앤스펜서(M&S: Marks & Spencer, 영국 유통 기업)
영국 중산층의 풍요를 통해 사회를 개혁한다. 1920년대 중반 사이먼 막스를 포함한 4명의 경영자는 자신들이 하는 사업은 소매업이 아니라 19세기 영국의 계층구조를 타도하는 것이라고 재정의 했다. 노동자 계층, 소득이 낮은 중산층도 상류층이 사용하는 것 못지않은 물건을 그들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수준으로 공급하는 것. 이들은 이 정의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업체를 확보하며 소매점 운영을 혁신했다. 이 기업은 1963 년에서 1972년까지 당시 영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동안에도 두 배 이상 매출액이 성장했으며 영국을 대표하는 유통기업으로 발전했다.
사례 2: 일론 머스크(Tesla CEO, 미국)
현재 글로벌 전기차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테슬라의 CEO 일런 머스크는 자동차 기업을 운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사업의 정의는 “전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수송체계를 혁신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전기자동차, 우주선제작과 발사, 미국 대도시 지하에 터널을 뚫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가 2004년 투자자에서 CEO로 테슬라에 부임했을 당시에 이 회사는 고만고만한 전기자동차 회사였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 스(GM), 토요타 등 당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이미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세계전기자동차 시장의 리더는 테슬라다. 이런 성장을 이끈 바탕은 그가 생각한 사업의 정의에 있고 그 정의대로 기술을 개발하고 운영체계를 혁신하는 경영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Action Point
사업의 정의는 경영자가 해야 하는 첫 번째 과업이다. 사업정의가 모호하다면 올바른 경영을 할 수 없다. 다른 조직을 뛰어 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어렵다.
①현재 하는 사업에 대한 자신의 정의를 성찰하라 내가 하는 사업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가. 이 정의는 충분한가. 고객은 명확하며 제공하려는 가치는 명확한가. 불충분하다면 사업을 재정의하라. 가능한 넓고 포괄적인 범위에서 사업을 정의하라. 시장 규모가 아니라 가치의 중요성, 가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업을 정의하라.
②사업의 변화를 예측하라 사업이란 유기체와 같다. 고객의 가치는 늘 높고 좋은 쪽으로 변한다. 삶의 향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보다 좋은 상품은 늘 등장한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은 곧 진부화된다. 이는 일종의 사회법칙이다. 변화를 이끄는 핵심원천을 파악하라. 환경보전에 대한 요구, 개인과 개성에 대한 강조, 정보와 지식의 글로벌한 소통은 현재 변화를 추동하는 핵심원천이다. 인공지능(AI)이 추동하는 전면적 변화의 영향을 파악하라. 항상 중요한 원천으로서 인구 변화가 있다. 이런 변화가 현재 사업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기회는 무엇일까. 위험은 무엇일까.
③사업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대답하는 노력을 하라 고객가치 향상과 혁신을 위해 요구되는 사업의 방향과 성격을 생각하라. 혼자서 대답할 필요는 없다. 조직 내 사람들과 공동으로 생각하고 답변을 찾아보라. 이 대답에 조금이라도 얼개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고객이다. 고객의 기대, 고객의 가치, 고객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관찰하라. 미국 대륙을 관통한 철도사업을 개척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사업을 레일 위를 달리는 철도로 사람과 사물을 운송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동차가 등장하고 비행기가 출현했을 때 이들은 그들에게 경쟁자가 아니었다. 이후로 철도업은 수십 년 간 쇠퇴했다. 다른 수단들이 이동이라는 가치를 철도보다 편리하게 구현했기 때문이다.
④전체로 보라 사업을 하는 일은 진공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하는 생태계에서의 적응과정이다. 우리가 뛰어난 상품을 만들어 내도 곧 더욱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조직이 출현한다. 그런데 조직이 마주하는 이 경쟁은 고정적인 경기장에서 심판이 있고 룰이 있고 서로 싸워서 하나는 이기고 하나는 패배하는 싸움이 아니다. 경쟁은 고객가치를 향해 서로 노력하는 힘겨루기다. 경쟁자의 지식과 지혜를 관찰하라. 배워야 하는 지식과 역량을 파악하라. 조직은 늘 성장하고 변화하는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개체다. 조직을 변화와 성장의 궤도에서 향상시키지 못한다면 도태된다. 기업 수명이 30년도 안 되는 이유를 가볍게 생각하지 마라.
⑤가장 뛰어난 조직의 사업정의가 무엇일까를 생각하라 어느 분야, 업종에서나 고객을 탁월하게 만족시키는 상품을 제공하는 조직이 있다. 그 조직이 가정하고 있는 사업의 정의를 탐색해보라. 사업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그 조직이 어떻게 활동하는가를 고찰해보라. 그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