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 위기감...6월 이어 또다시 분사와 구조조정
김·박 공동대표 “회사 생존 위해서는 변화 불가피”
핵심 인력인 개발자들 감축...부작용 우려도 제기돼

김택진(왼쪽),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엔씨소프트>
김택진(왼쪽),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엔씨소프트>

[인사이트코리아 = 신광렬 기자] 엔씨소프트(엔씨)가 실적부진 극복을 위해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엔씨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순·물적 분할을 통한 4개의 자회사 신설을 결정했다. 신설되는 자회사는 엔씨의 IP 3종(쓰론 앤 리버티, LLL, 택탄)과 AI 연구개발조직 1곳이 중심이다.

동시에 구조조정을 통해 일부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을 종료,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엔씨는 지난 6월에도 비개발직군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내부적으로 평가가 좋지 않았던 프로젝트들을 취소하고 인력 재배치 및 희망퇴직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대상인프로젝트에는 현재 얼리억세스 서비스 중인 ‘배틀크러쉬’도 포함됐다. 엔씨의 개발 프로젝트 대부분이 종료되는 만큼, 이번 구조조정은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김택진, 박병무 공동대표는 해당 사안이 결정된 이후 전 직원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두 사람은 이메일에서 “엔씨가 만성적인 적자기업으로 전락할 위기”라며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치열하게 논의했으나, 몇 가지 대증적인 방법으로는 상황 타개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회사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서는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회사를 둘러싼 분위기는 좋지 않다. 간판이었던 ‘리니지’ 시리즈는 유사 작품들의 난립으로 유저풀이 분산됐다.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된 TL은 국내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올해 ‘배틀 크러쉬’와 ‘호연’을 잇따라 출시했으나 시장의 평가는 좋지 않다. TL의 글로벌 서비스는 초반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퍼블리셔인 아마존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수익모델(BM)의 한계를 고려하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큼의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엔씨는 TL의 글로벌 서비스를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흥행작이 전무하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엔씨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인건비를 최대한 줄임과 동시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될 것 같은’ IP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인력인 개발자 인력감축, 엔씨의 ‘고육지책’ 되나

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을 가리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한다. 게임사의 핵심인력인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인력감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엔씨 측은 <인사이트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엔씨는 진행하던 외부 채용을 중단했다. 이는 기존에 외부채용으로 채우려던 인력을 내부 인력 재배치를 통해 최대한 충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영진이 편지를 통해 “시장 경쟁력이 불확실한 프로젝트 및 지원 기능을 종료 및 축소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언급한 만큼, 일부 개발자들이 엔씨를 떠나게 될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시니어급 개발자들이 떠난다면 추후 엔씨가 참신한 게임을 만들 때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엔씨를 떠난 개발자들이 엔씨의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7월 상장해 시가총액에서 엔씨를 앞지르기도 했던 시프트업은 김형태 블레이드 앤 소울 원화가를 위시한 엔씨 출신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이처럼 개발자들이 엔씨에서 쌓은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새 회사를 차려서 경쟁사로 부상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경험을 쌓은 개발자들이 나가거나, 새 회사를 설립하면 회사에 남는 개발자들의 의욕도 저하될 수 있다”며 “개발자들의 중요성을 모르는 게임사는 없다. 핵심 인력인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것은 그만큼 엔씨가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엔씨는 이번 인력감축을 통해 생기는 개발 공백을 외부 게임사 투자를 통한 퍼블리싱 사업으로 보완하고자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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