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연, 지난 9일 공동 파업·집회 개최
추석 전 사측 전향적 제시안 없을 경우 강경 투쟁 예고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오랜 불황기를 딛고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조선업계가 노동조합 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그렇지 않아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노사 갈등까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금속노동조합 조선업종노조연대(이하 조선노연)는 지난 9일 공동 파업을 진행하고 경남 거제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는 지난달 28일 1차 공동 파업에 이은 두 번째 공동 투쟁이다. 조선노연에는 HD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한 8개 조선업체 노조가 포함됐다.
이들 노조는 본급과 성과급 인상, 복지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 당시 임금 동결과 복지 축소, 대규모 희망퇴직 등을 감내해 온 만큼 호황기를 맞은 지금 합당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노조에 기본급 10만2000원 정액인상, 격려금 400만원 지급 등이 포함된 제시안을 건넸지만 노조는 이를 반려한 상태다.
한화오션 노조도 지난해 한화그룹 인수 당시 사측이 약속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방식의 성과급 300% 지급 이행을 촉구하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조선노연은 추석 전까지 각 사측이 전향적인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수위를 높여 더욱 강경한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찾아온 슈퍼사이클에 고무돼 있는 국내 조선사들은 조선노연 파업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조선업계는 친환경 에너지 수요 급증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크게 늘었고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더해져 최소 3년 이상 일감이 쌓여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말 144척, 162억7000만달러(약 21조1000억원)를 수주하며 이미 연간 수주 목표 135억달러(약 18조원)를 20% 이상 초과했고 한화오션도 8월 초 기준 목표의 72.2%를 수주했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카타르발 LNG선 수주 가능성도 있어 더 많은 물량이 조선업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황기에 업계를 떠난 숙련공 복귀가 더뎌 현재 쌓여 있는 일감을 적기에 소화하기도 벅찬데 파업 장기화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납기 지연이 발생해 발주사에 많게는 하루 수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등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22년 51일에 걸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노조 파업으로 납기 지연금 포함 업계 추산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요한 시기에 노조가 파업에 나서 아쉽다”며 “추가 파업을 자제하고 교섭에 집중해 합의점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