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인터내셔널,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동일인은 박춘희
신고된 주식재산 5억원이지만 그룹 내외부서 인식한 최고경영자
부도 난 대명그룹, 리조트 업계 제왕으로 부활시킨 주역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주식 재산이 5억원에 불과한 박춘희 소노인터내셔널 명예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명소노그룹의 총수로 지정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박 명예회장의 아들인 서준혁 회장이 2023년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공정위가 그룹 내 공헌과 실질적 영향력 등을 감안해 박 명예회장을 총수로 지정했다는 평가다. 박 명예회장은 1990년대 콘도사업 강자로 떠올랐다가 외환위기 여파로 계열사 부도를 겪은 대명그룹을 다시 리조트 제왕으로 부활시킨 주역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대신증권, 소노인터내셔널, 영원, 원익, 파라다이스, 하이브,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7개사(가나다 순)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했다. 공정자산 총액이 전년 말 기준으로 5조원 이상인 기업은 공시대상기업 리스트에 올라간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이름을 올린 기업 가운데 엔데믹 이후 소비심리 회복에 따라 급속하게 성장한 업종에 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호텔‧관광업이 주력인 소노인터내셔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에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줄었지만 음식‧숙박 분야에선 늘었다.
18개 종속회사를 거느린 소노인터내셔널은 토지 재평가 등으로 인한 토지장부금액 상승, 상조서비스 선수금 증가 등이 자산총액 증가를 이끌었다. 2022년 말 4조6100억원이던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5조1800억원으로 늘었다. 이로서 대기업집단 순위는 자산총액 기준 86위에 자리했다.
이번 소노인터내셔널의 대기업집단 리스트 입성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박춘희 명예회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부분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박 명예회장의 주식 재산은 5억원대에 불과한데도 총수로 판단됐기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공정위가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단순히 기업 지분 보유율만 보고 판단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인지, 최고직위자인지, 경영에 대한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자인지,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대표자인지,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인지 등 다섯 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
동일인으로 지정된 자는 최다 지분 보유자가 아니더라도 대기업그룹 안에서 총수로 인정받는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가 기업집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협의해 동일인을 잠정적으로 확인‧통지하고 이에 대한 기업 측의 이의제기까지 보장하기 때문이다.

1위 리조트 그룹 만들다
박 명예회장은 대명소노그룹을 ‘리조트 제왕’ 자리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총수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악화된 경기 속에 어려움을 겪던 레저시설 건설사를 전국 최다 리조트를 거느린 그룹으로 키운 그다.
대명소노그룹의 뿌리는 건설사 대명주택이다. 창업주 故 서홍송 명예회장은 1990년대 중산층 확대에 따른 레저 문화 확대를 전망해 스키‧골프 등 스포츠와 숙박을 결합한 콘도미디엄을 만들며 승승장구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계열사 부도를 맞고 2001년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경영권을 이어받은 박 명예회장은 레저 왕국 건립에 주력했다. 2006년 당시 국내 워터파크 가운데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를 잇는 두 번째로 큰 ‘오션월드’를 오픈해 스키‧골프에 휴양까지 결합한 사계절 레저 타운을 갖췄다.
사업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휴양지역에 리조트를 꾸준히 늘려 시설(17개)과 객실 점유율에서 국내 1위 사업자 지위를 다졌으며 호텔사업(여수‧고양), 식음사업(휴게소‧웨딩홀)으로도 성공적인 확장을 이뤄냈다.
무엇보다 박 명예회장의 성공적인 브랜딩이 그룹 성장의 견인차였다는 분석이 많다. 2009년대 말부터 고급 레지던스형 리조트 소노펠리체 오픈을 시작으로 소노(SONO, ‘이상향’이라는 이탈리어어) 브랜드를 밀기 시작했다. 소노캄(호텔), 소노벨‧노소문‧소노휴(리조트) 등 파생브랜드도 탄생했다.
2021년 7월 완공된 소노펠리체 델피노는 소노대명그룹의 엔데믹 성장을 이끈 상징이다. 설악산 울산바위가 정면으로 보이는 카페, 객실 사진과 영상은 코로나19 유행으로 해외여행 길이 막힌 여행 소비자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현재 경영권은 박 명예회장의 아들 서준혁 회장이 2023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올해 박 명예회장의 공시대상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은 그룹 내부에서 박 명예회장이 '총수'로서의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음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