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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⑦] ‘청년 백수’ 없는 독일, 출산율도 높다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⑦] ‘청년 백수’ 없는 독일, 출산율도 높다
  • 특별기획취재팀
  • 승인 2023.10.20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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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체계화된 아우스빌둥, 청년의 이른 사회 진출 도와
대학졸업장 없어도 은행 같은 인기 직장 잡을 수 있어
저출산·불황 겪다 아우스빌둥으로 출산율·경쟁력 회복
조정욱 씨가 독일 완성차업체 아우디 정비사 아우스빌둥을 마치고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조정욱
조정욱(앞줄 가운데 차량 운전석 문앞) 씨가 독일 완성차 제조사 아우디의 자동차 정비사 아우스빌둥을 시작할 때 정비사·마케터·딜러 아우스빌둥 동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조정욱>

2023년 2분기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명입니다.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가 1명도 안 된다는 얘기죠. 세계 최저이자 역대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추세로 가다간 몇백년 후 한민족이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월 30만원의 영아수당과 함께 7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출산율 반등을 꾀하기엔 역부족입니다. 한국 청년들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 취직, 내 집 마련 등 구조적 문제가 켜켜이 쌓여 있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미래를 저당잡힌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사이트코리아>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출산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을 취재하며 국내 초저출생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들의 독립 지연’ 때문으로 판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봤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특별기획취재팀] ‘니트(NEET)’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고용(employment)되지 않았으면서 교육(education)이나 직업훈련(training)도 받지 않는 청년들을 말할 때 쓰죠. 사실상 취업을 포기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만 15~29세)의 니트 비중은 2010년 17.1%에서 2019년 22.3%로 늘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튀르키예(27.9%), 콜롬비아(24.8%), 칠레(23.4%), 이탈리아(22.9%) 다음으로 높습니다.

생애주기는 출산율 전망에서 중요합니다. 얼마나 빨리 교육을 마치고 노동시장에 진입해서 배우자를 만나는지가 아이를 낳지 못할지, 한 명을 낳을지 아니면 더 낳을지 결정합니다. 사실상 취업을 포기했으니 인생의 진행 경로가 동거 혹은 결혼, 출산으로 이어질 수 없겠죠. 여기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기간이 길어지면 치명적입니다.

독일의 니트 비중은 2022년 8.9%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서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국가 인구나 경제규모가 크면 산업 인력 재배치의 탄력성이 떨어져 니트 비중이 높기 마련이나, 독일은 인구 5000만명 이상의 국가 가운데 니트 비중이 유일하게 10% 미만입니다. 그래서인지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OECD 평균치(1.58명)에 수렴하고 27년 전인 1996년 한국(1.57명)보다 높습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 고재경 씨가 독일 목수 아우스빌둥 과정을 시작할 때 일했던 슈타우펜(Staufen) 소재 회사. 이처럼 견습생은 특정 기업·기관에 반쯤 취업된 상태로 근무하며 현장 중심의 교육을 받는다.고재경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 극장 무대기술자로 일하는 고재경 씨가 목수 아우스빌둥 과정을 시작할 때 일했던 슈타우펜(Staufen) 소재 건축회사. 견습생은 특정 기업·기관에 반쯤 취업된 상태로 근무하며 현장 중심의 교육을 받는다.<고재경>

‘고졸 신화’ 이어가는 독일

독일 청년들이 이른 나이에 노동 시장에 참여하고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는 ‘아우스빌둥(Ausbildung)’입니다. 이원화교육이라고 불리는 아우스빌둥은 우리나라의 실업계 중등학교에 해당하는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나 레알슐레(Realschule)를 졸업한 이후 최대 3년 동안 밟을 수 있는 기업 중심형 직업교육시스템입니다.

독일 기업은 직접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채용할 수 있는 아우스빌둥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학생이 견습을 하고 싶은 기업 혹은 직업을 선택하면 기업·기관이 학생의 중등학교 시절 성적 등에 따라 학생들을 선발합니다. 원하는 직종의 직업학교와 기업이 정해진 ‘아쭈비(Azubi·견습생)’는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 학교에서 현장과 밀접한 이론을 배우고 나흘은 회사에서 실무를 익힙니다.

아쭈비는 대부분 견습을 진행한 기업에 채용됩니다. 청년들은 3년 동안 다닌 곳이라 익숙하고 기업들은 자신들의 아우스빌둥을 수료한 청년이라면 자사에 최적화된 인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뽑고 싶어 합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한창 대학교를 다닐 때 이미 취업을 했으니 동거 혹은 결혼, 출산이 빠를 수밖에 없죠.

아우스빌둥을 통한 취업 후 초임 급여는 대학졸업자보다 물론 적습니다. 그러나 대학졸업자보다 거의 10년 일찍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 기간의 급여 상승으로 격차를 메꿉니다. 급여 격차를 더 빨리 극복하고 싶은 아우스빌둥 출신 청년들은 일정 자격을 받은 후 마이스터슐레(Meistershule·장인학교)나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많은 유럽국가의 대학 등록금이 무료에 가깝지만 진학하면 졸업까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야 합니다. 독일은 아우스빌둥을 통해 사회에 먼저 자리 잡고 대학을 다닐 수 있으니 부모에게 손을 벌릴 일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독일 청년들이 취업하지 않고 대학교에 간다고 하면 부모들이 말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독일 공영방송사 ARD 소속 일본 도쿄 특파원인 카트린 에르드만(Kathrin Erdmann) 기자는 “요즘 독일 청년들이 몸을 쓰는 일을 싫어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독일은 배관공, 기술자로 대졸자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며 “아우스빌둥을 마친 청년들은 대학교를 가는 청년들보다 더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우스빌둥은 한국의 실업고와 달리 학생들이 진학을 기피하지 않습니다. 기술직뿐만 아니라 은행원, 공무원 등 인기 직업까지 대부분의 직업을 아우스빌둥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와 자회사 포스트뱅크(Post Bank)는 2021년 대학졸업자 890명, 아우스빌둥을 포함한 견습생 프로그램으로 530명을 뽑았습니다.

자동차 정비사 아우스빌둥을 마치고 아우디에서 근무하는 조정욱 씨는 “독일 공사 현장에서 일하려면 미장장이, 페인트공 모두 아우스빌둥을 거쳐야 한다”며 “최근 한국 청년들 중에서도 이런 기술직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 아우스빌둥 같은 체계적인 기술직업교육이 있으면 교육 받기 위해 기꺼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미소 씨와 인터뷰하고 있다.<박지훈>
지난 9월 16일 독일 뒤셀도프르에서 한국인 아우스빌둥 커뮤니티 아우스빌둥GO를 운영하는 김영준(가운데) 대표, 간호사 아우스빌둥 3년 차인 김미소 씨가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과 인터뷰하고 있다.<박지훈>

견습생으로 받은 월급, 독립 밑천 된다

아우스빌둥은 독일 청년의 경제적 독립에 큰 도움이 됩니다. 기업에서 견습생으로 일하면서 최저임금보다 약간 적은 급여를 받을 수 있어 부모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되고 분가하기도 합니다.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물가가 꽤 저렴하기 때문에 자립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독일에서 간호사 아우스빌둥 3년차인 김미소 씨는 “첫해 1100유로(160만원), 다음해 1200유로(172만원), 올해 1300유로(186만원)를 받고 200유로(28만원)의 저렴한 집세에 병원 기숙사를 이용하고 있다”며 “여행을 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별도로 하고 있지만 이게 아니라면 아우스빌둥 교육기간에 받는 급여로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플로리스트 아우스빌둥 과정 중인 손혜진 씨가 꽃 작품을 다듬고 있다.손혜진
플로리스트 아우스빌둥 과정 중인 손혜진 씨가 꽃 작품을 다듬고 있다.<손혜진>

독일 청년들은 아우스빌둥 덕분에 값비싼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독일 프라이징(Freising)에서 플로리스트 아우스빌둥을 밟고 있는 손혜진 씨는 “한국에서 유명한 꽃집을 모티브로 창업할 때 필요했던 수업비는 1시간에 200~300만원”이라며 “마이스터 과정까지 마치려면 수천만원이 필요하지만, 독일 아우스빌둥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손 씨는 “플로리스트 아우스빌둥은 아쭈비가 근로자가 될 수도, 장차 사업자가 될 수도 있어서 근로계약서 작성 방법, 청소년에게 팔면 안 되는 꽃 종류, 세금 계산, 물건 주문 방법과 같은 법과 관련된 실용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며 “한국에서는 이런 걸 배울 수 없기 때문에 수천만원을 내고 수업을 받아도 창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목수 아우스빌둥을 수료하고 프라이부르크(Freiburg) 극장 무대기술자로 근무하는 고재경 씨는 “한국에서 목공예를 전문적으로 배울 만한 곳이 마땅이 없고 배울 곳을 찾더라도 재료비만 몇백만원씩 필요하다”며 “아우스빌둥 과정 중에 받는 급여는 적지만 재료비 지출이 별로 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청년들도 이러한 이점을 가진 아우스빌둥을 거쳐 직업을 얻기 위해 독일로 향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민법 개정 등을 통해 외국인의 아우스빌둥 기회를 넓히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국인 우선주의’에 따라 인기가 많은 직종의 아우스빌둥 과정도 외국인에게 개방하는 추세다.

한국인 아우스빌둥 커뮤니티 아우스빌둥GO를 운영하는 김영준 대표는 “지나친 경쟁 사회에 지쳤거나 적은 자본으로 기술유학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 제2의 직업을 얻어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려는 청년들이 아우스빌둥을 하기 위해 점점 독일로 오고 있다”며 “현지인과 어울리고 섞이는 시간이 많아 대학 진학자들보다 현지인과 결혼해 잘 정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한국도 안정적인 이민 확대를 위해서라면 아우스빌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독일이 ‘고졸 천국’인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분명히 같은 회사에서 아우스빌둥 출신은 급여와 승진 등 인사에서 대학교 학사 출신에 비해 불리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죠. 완벽히 준비된 명문대 졸업생을 선발하는 국내기업, 자기 회사와 잘 맞는 인재상이라면 꼭 대졸자가 아니어도 채용하는 독일기업, 어떤 방향이 맞을까요?

독일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한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불황과 출산율 하락을 겪었으나 2004년 체계적으로 정비한 아우스빌둥 도입과 일련의 개혁으로 고용율과 출산율을 모두 반등해냈다.자료=OECD, 편집=박지훈
독일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한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불황과 출산율 하락을 겪었으나 2004년 체계적으로 정비한 아우스빌둥 도입과 일련의 개혁으로 고용률과 출산율이 모두 높아졌다.<자료=OECD, 그래픽=박지훈>

‘유럽의 병자’ 구한 아우스빌둥

독일은 한때 저출산 위기에 빠졌습니다. 출산율이 1.4명대였던 서독이 지금 한국처럼 0.7명대의 초저출산율에 허덕이는 동독과 1990년 통일하면서 1.2명대라는 숫자를 받아들었습니다. 독일은 2004년 연방정부와 기업들의 협력으로 체계화한 아우스빌둥을 본격적으로 도입했고 그 이후 출산율은 1.3명, 1.4명, 1.5명대로 올라서며 OECD 평균에 도달했습니다.

아우스빌둥이 도입될 당시 독일의 고용률은 65%로 낮은 편이었습니다. 독일은 기업과 구직 청년을 아우스빌둥이라는 가교를 통해 쉽게 만나게 했고 이제 막 경제를 개방하고 있던 중국과 친해지며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습니다. 독일의 고용률은 76%까지 상승해 세계 5위권에 올랐습니다.

독일의 복지체계는 프랑스나 북유럽만큼 탄탄하지 않습니다. 남녀 임금 격차가 상당해 성평등 수준이 유럽 선진국 가운데서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프랑스는 크레쉬(Créches·어린이집)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어 어머니가 출산 후 3개월이면 일터로 복귀할 수 있지만 독일은 어린이집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유아를 어린이집에 놓고 일하러 가는 어머니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독일의 출산율이 저점을 통과하고 꾸준히 상승해 OECD 평균에 이른 것은 아우스빌둥의 공입니다. 독일은 1990년대 통일 후유증으로 불황이 닥쳐 ‘유럽의 병자’가 됐지만 아우스빌둥 도입, 이와 보조를 맞추는 산업계 혁신으로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났습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충분한 급료를 받으며 가정을 일굴 수 있는 나라를 아우스빌둥으로 이뤄냈습니다.

특별기획취재팀=박지훈·남빛하늘·정서영 기자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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