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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③] 스웨덴 ‘가족적 개인주의’에 높은 출산율 비밀 있다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③] 스웨덴 ‘가족적 개인주의’에 높은 출산율 비밀 있다
  • 특별기획취재팀
  • 승인 2023.10.17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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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21.4세에 독립…합계출산율 1.67명으로 높아
양성평등 사회 밑거름 된 이른 독립 문화
스웨덴 스톡홀름(Stockholm) 시내 모습.<남빛하늘·정서영>

2023년 2분기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명입니다.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가 1명도 안 된다는 얘기죠. 세계 최저이자 역대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추세로 가다간 몇백년 후 한민족이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월 30만원의 영아수당과 함께 7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출산율 반등을 꾀하기엔 역부족입니다. 한국 청년들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 취직, 내 집 마련 등 구조적 문제가 켜켜이 쌓여 있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미래를 저당잡힌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사이트코리아>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출산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을 취재하며 국내 초저출생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들의 독립 지연’ 때문으로 판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봤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특별기획취재팀]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 취재 결과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시점이 빠른 국가일수록 출산율은 높았습니다. ‘품 안의 자식은 자식을 못낳는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강력한 증거인 셈이죠. 스웨덴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 국가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 유로스타트(Eurostat)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스웨덴 청년들의 평균 독립 나이는 21.4세로 나타났습니다. 덴마크와 핀란드의 경우 각각 21.7세, 21.3세입니다. EU 27개국 평균(26.4세)과 비교하면 5년이나 빠른 수준입니다.

이들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8명) 이상의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스웨덴과 덴마크의 합계출산율은 각각 1.67명, 1.72명입니다. 독립 시점과 출산율의 상관관계가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른 독립 문화, 출산율에 기여”

평균 독립 나이에서 느껴지듯 스웨덴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은 나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가족이더라도 개인의 시간과 삶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이 강해 성인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게 그들에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합니다.

스웨덴 교민 정재욱 씨는 “한국에서는 출가(出家)라고 하면 결혼하는 기점을 생각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8~19세가 되면 어떻게든 집을 떠나 혼자 먹고 살 것을 찾는다”며 “비단 집을 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경제적·정신적으로도 독립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취재팀이 지난 9월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Stockholms Universitet)에서 만난 학생 7명에게 독립 시점을 질문한 결과,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혼자 살기 시작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생활비·월세 등을 직접 충당하는 경제적 독립도 이룬 상태였습니다.

스톡홀름대 정치과학과 1학년 케빈 스캐린(Kevin Skarin·만 20세) 학생은 “스웨덴에서도 돈을 모으기 위해 25세까지 부모님과 사는 친구들이 있다”면서도 “이들에 비해 지출이 많아지는 만큼 돈을 빨리 모을 수 없겠지만, 독립을 통해 자유를 누리고 있고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학과에 재학 중인 에밀리아 오케르만(Emilia Åkerman·만 21세) 학생도 “고등학교 졸업 후 부모님과 계속 같이 살 수 있었지만 성인으로서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스스로 집을 나가겠다는 선택을 했고, 부모님도 내가 독립하기를 원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왼쪽부터) 스웨덴 스톡홀름대(Stockholms Universitet) 정치과학과에 재학 중인 에밀리아 오케르만(Emilia Åkerman·만 21세),  케빈 스캐린(Kevin Skarin·만 20세) 학생이 지난 9월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남빛하늘·정서영>

스웨덴의 이른 독립 문화는 1920~30년대 산업화를 기점으로 발현되기 시작했습니다. 최연혁 린네대학교(Linnaeus University) 정치학과 교수는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산업화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게 되고 이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이사를 갔다”며 “그러다 보니 일찌감치 부모를 떠나 독립하게 되는 사회적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최 교수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이른 독립 문화가 고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18세 성인이 되면 경제적인 독립까지 완전히 이뤄져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며 “이런 분위기는 출산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신적 가사노동’을 아시나요?

스웨덴의 이른 독립 문화는 양성평등 사회의 발판이 되기도 했습니다. 양성평등은 스웨덴의 고출산 유지 비결로 소개되기도 하죠. 그렇다면 여러분께서는 ‘정신적 가사노동’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프랑스 등 서구 사회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슈화된 개념인데요. 예를 들어 한 부부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고 가정하죠.

이때 남성은 요리를, 여성은 재료 손질과 상차림을 맡았습니다. 식사를 모두 마친 뒤 여성이 설거지를, 남성은 그릇 정리를 했고요. 여러분들이 보기에 이 부부가 평등하게 가사노동을 분담했다고 생각하나요? 보통은 그렇다고 답할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애초에 오늘 저녁으로 무슨 음식을 먹을지, 냉장고에 어떤 식재료가 있는지,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은 재료는 뭐가 있는지 등과 같은 ‘고민’, 즉 정신적 가사노동은 대부분 여성의 몫이라는 거죠.

홍소라 프랑스 라호셸대학교(La Rochelle Université) 한국어·한국현대사학과 교수는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고민 자체가 정신적 가사노동”이라며 여성을 ‘가정 내 경영자’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홍 교수는 “보통 가사노동 비중을 생각했을 때 정신적 가사노동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시간으로 계산한 것보다 여성이 훨씬 많은 가사노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른 나이에 독립하는 스웨덴 청년들은 남녀 모두 이런 심리적 가사노동을 경험해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정재욱 씨는 “스웨덴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나이가 어린데도 요리가 능숙한 것은 물론 생선이 저렴한 마트가 어딘지, 가성비 좋은 고기를 살 수 있는 정육점은 어딘지 꿰고 있다”며 “스스로 살림을 꾸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은 곧 ‘양성평등 보육’으로 이어집니다. 보육에서도 정신적 노동은 존재합니다. 여성이 아이 밥을 준비하고, 남성이 아이를 씻기는 식의 육체적 역할 분담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만 남성은 아이에게 오늘 어떤 옷이 필요할지, 무엇을 먹일지, 필요한 장난감이 있는지 고민이 덜합니다. 그러니 아내가 남편과 아이만 두고 1박 2일 여행가는 건 상상조차 못하는 겁니다.

하지만 스웨덴의 보육 역할 분담은 개념부터 다릅니다. 예컨대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은 남편이, 하원은 여성이 맡는다면 스웨덴에서는 이번달 첫째주는 남성이, 둘째주는 여성이 나누는 식이죠. 이 말은 즉, 아내가 일주일 동안 집을 비우더라도 남편 혼자 아이를 케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부모이기 전에 개인의 생활을 존중해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최연혁 교수는 “일주일씩 역할을 맡게 되면 각자 개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며 “일찍 시작되는 양성평등 교육과 독립, 동거 문화로 성 구분 없는 가정 생활을 자연스럽게 영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혼주의자였던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나랜드> 저자 김도희 씨는 스웨덴으로 2년간 유학을 다녀온 뒤 생각이 바뀌었다. 사진은 지난 9월 김씨의 결혼식 현장.<김도희>

양성평등 스웨덴 사회를 경험한 뒤 비혼주의 다짐을 깬 한국인 여성도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나랜드> 저자 김도희 씨가 그렇습니다. 김씨는 20대 초반 결혼을 포기한 비혼주의자였죠. 집안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지, 출산 후 돌아간 직장에 책상이 없어져있진 않을지 두려웠다고 합니다.

한국을 떠나 2년간 스웨덴 유학생활을 한 뒤 그녀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모든 개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곳’이 김씨가 정의하는 스웨덴 사회죠. 김씨는 취재팀과의 만남에서 “굉장히 개인적인 사회이기도 하지만 가족적인 사회인 게 인상 깊었다”며 “결혼을 고심하게된 계기”라고 덧붙였습니다.

특별기획취재팀=박지훈·남빛하늘·정서영 기자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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