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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8 11:42 (일) 기사제보 구독신청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①] ‘품 안의 자식’ 캥거루족은 자식을 못 낳는다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①] ‘품 안의 자식’ 캥거루족은 자식을 못 낳는다
  • 특별기획취재팀
  • 승인 2023.10.16 11: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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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0명 중 6명, 부모와 살아…독립할 생각도 계획도 없어
공간적·경제적·정신적으로 독립해야 결혼·출산도 가능
지난 3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만 19~34세 청년 1만5000명 중 57.5%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2분기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명입니다.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가 1명도 안 된다는 얘기죠. 세계 최저이자 역대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추세로 가다간 몇백년 후 한민족이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월 30만원의 영아수당과 함께 7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출산율 반등을 꾀하기엔 역부족입니다. 한국 청년들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 취직, 내 집 마련 등 구조적 문제가 켜켜이 쌓여 있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미래를 저당잡힌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사이트코리아>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출산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을 취재하며 국내 초저출생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들의 독립 지연’ 때문으로 판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봤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특별기획취재팀] ‘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품 안의 자식이란 사전적 의미로 ‘자식이 어렸을 때는 부모의 뜻을 따르지만 자라서는 제 뜻대로 행동하려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자식이 부모 밖에 모르고 의지하는 시절이 지나면 결국 언젠가는 부모 품을 떠나는 날이 온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옛 어른들께서는 이런 허탈함과 그리움, 혹은 공허함의 감정을 “자식도 품 안에 들 때나 내 자식이지”라고 표현하셨던 거죠.

최근에는 품 안의 자식에 조금 다른 의미를 부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어 그대로 ‘품 안에 끼고 사는 자식’이라고요. 즉,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청년을 뜻하는 말이 되겠네요. 요즘 말로는 ‘캥거루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늙은’ 품 안의 자식들이 많습니다. 지난 3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만 19~34세 청년 1만5000명 중 57.5%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들 중 67.7%는 ‘아직 독립할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은 ‘품 안의 자식은 자식을 못낳는다’는 가설을 세워봤습니다. 청년 10명 중 6명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는 점, 이들 중 약 70%가 독립할 생각이 없다는 점,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합니다.

저출생은 수많은 원인이 얽혀 발생하는 복잡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년들의 독립하지 않거나 늦은 독립이 결혼·출산을 지연시키고 결과적으로 아이를 갖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아직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품 안의 자식 3명의 이야기를 통해서.

유혜주(가명·만 25세) 씨는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부모로부터 공간적 독립을 하지 못한 여성이다. 그가 독립하지 못한 이유는 부모의 반대 때문이다.<게티이미지뱅크>

#1. 자취 반대하는 부모, 독립 포기하는 자녀

‘완전한 독립’은 공간적·경제적·정신적으로 모두 독립해야 이뤄진다고 봅니다. 여기서 공간적 독립이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데요. 유혜주(가명·만 25세) 씨는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부모로부터 공간적 독립을 하지 못한 여성입니다.

유씨가 독립하지 못한 이유에는 부모의 반대가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할 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자취를 하겠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그때마다 ‘여자 혼자 사는 건 위험하다’ ‘어차피 결혼하면 평생 떨어져 산다’는 등의 이유로 부모는 반대했습니다.

더구나 직장이 본가와 가까운 탓에 그의 독립 시기는 점점 늦어지는 중입니다. 그는 “부모님께서는 굳이 나가서 허튼 돈 쓰지 말고 같이 살면서 결혼자금을 모아 출가하기를 바라신다”며 “사실 지금 집을 구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여력이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유씨 말처럼 경제적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앞서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7명이 아직 독립할 생각이 없다고 한 것을 기억하시나요? 이들이 부모로부터 독립 계획이 없다고 답한 가장 큰 이유 역시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결국 그는 독립의 꿈을 접었습니다. 경제적 부담은 물론 지나치게 반대하는 부모의 뜻을 꺾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죠. 유씨는 “예전에는 빨리 결혼해서 독립하고 싶었는데, 독립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 생각도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10년간 준비하다 포기한 문상훈(가명·만 35세) 씨는 음식 배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배달 일이 익숙하지 않은 터라 최소 생계비조차 벌지 못하고 있다.<뉴시스>

#2. 결혼 하고 싶은 남자, 경제적 독립은 ‘먼 얘기’

문상훈(가명·만 35세) 씨의 장래희망은 경찰공무원이었습니다. 순경으로 시작했지만 우수한 공직 생활을 발판 삼아 고위급 간부 자리까지 오른 아버지를 동경했기 때문이죠. 그의 아버지 역시 아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길 바랐습니다.

문씨는 부모와 함께 살며 20대 초반부터 7년 동안 경찰공무원 시험을 봤지만, 낙방을 거듭했습니다. 이후 부모의 지원을 받아 고시원에 살면서 3년 더 도전했으나, 1차 시험조차 한 번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날린 것입니다.

결국 경찰공무원이 되기를 포기한 문씨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매달 300만원 이상을 벌며 꽤 넉넉한 삶을 일궜습니다. 하지만 힘든 육체 노동으로 몸에 이상이 생겨 일을 그만뒀고, 음식 배달업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문제는 배달하는데 필요한 이륜차(오토바이)였습니다.

문씨는 “배달을 하려면 오토바이를 구매하고 보험에 가입해야 했는데 2000만원가량이 필요했다”며 “아버지께 손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오랜 시험 낙방으로 그에 대한 신뢰를 못한 탓에 돈을 대출해줬다고 합니다.

배달 일에 익숙치 않았던 터라 문씨는 한 달 최소 생계비 조차 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친한 친구들에게 150만원을 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건설 현장에서 벌었던 돈은 어디로 갔냐고요? 최소 생계비를 제외한 뒤 모두 어머니에게 송금했다고 합니다.

“네가 돈을 갖고 있으면 다 써버릴 것”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문씨는 어머니에게 보낸 돈이 총 얼마인지, 잘 관리되고 있는지 물어보지 못합니다. 문씨는 결혼하고 싶고 아이도 갖고 싶지만 사실상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35년 동안 경제적 독립을 해본적이 없으니 말이죠.

또래보다 빠른 나이에 공간적·경제적 독립을 이룬 여규리(가명·만 28세) 씨는 출산을 포기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어머니로부터 정신적 독립 실패다.<게티이미지뱅크>

#3. 부모로부터 정신적 독립 안 되면 소용 없다

지방에서 나고 자란 여규리(가명·만 28세) 씨는 수도권 소재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직장을 구하며 경제적으로 독립했습니다. 또래 친구들보다 비교적 빠른 나이에 부모로부터 공간적·경제적 독립을 이뤘다고 볼 수 있죠.

‘품 안의 자식은 자식을 못낳는다’는 가설대로라면 여씨는 자녀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는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를 선호한다고 하는데요. 여씨가 출산을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어머니로부터 정신적 독립 실패입니다.

여씨 어머니는 그녀가 직장에 들어가면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집안 사정이 넉넉치 못했던 탓에 지원해주던 월세·보험료·통신비 등을 이제 직접 충당하라는 것이었죠. 이때까지만 해도 여씨는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합니다.

이후 여씨는 경제적으로 독립했고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결혼에 골인했지만, 어머니의 정신적 개입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혼하고 싶어도 자식들 보고 참고 살았다” “너 아니면 누가 내 하소연 들어주냐” “결혼했다고 키워준 은혜를 모르는 것 같다”는 등의 하소연은  여씨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습니다.

여씨는 “결혼을 하면 1순위가 배우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자식이 1순위로 살아오신 것 같다”며 “아이를 낳게 되면 어머니와의 갈등이 더 심해질 것 같고, 나 또한 내 자식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부모가 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출산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여씨 이야기를 통해 공간적·경제적 독립과 함께 정신적 독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팀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을 통해 만 20~39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바람직한 순서’에 대해 질문한 결과, 44.5%가 1순위로 정신적 독립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품 안의 자식은 자식을 못낳는다’는 가설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물론 단 3명의 이야기로 전체를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식을 품 안에 품어라 마라를 논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한 번쯤은 저출생의 원인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부모·자식 각자의 노력이 필요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는 더 이상 품에 들지 않을 만큼 몸과 마음이 큰 자녀를 더 넓은 세상으로 보내주려는 연습을, 자식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내 삶을 꾸려나갈 용기를 내보는 것이 작은 시작일 것입니다.

특별기획취재팀=박지훈·남빛하늘·정서영 기자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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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레벌떡아뿔싸 2023-11-07 14:18:59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행인1 2023-10-16 13:47:22
흥미로운 가설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