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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8 20:44 (일) 기사제보 구독신청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⑨] 며느리도 ‘백년손님’ 대접 문화 만들어야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⑨] 며느리도 ‘백년손님’ 대접 문화 만들어야
  • 특별기획취재팀
  • 승인 2023.10.22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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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의원, 프랑스 ‘팍스’ 같은 가족모델 ‘생활동반자관계’ 법률 발의
“결혼제도의 무거움 없는 가족관계가 저출산 대책 될 수 있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8월 1일 의원회관에서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과 만나 대표발의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이원근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은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을 대표발의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지난 8월 1일 의원회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이원근>

2023년 2분기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명입니다.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가 1명도 안 된다는 얘기죠. 세계 최저이자 역대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추세로 가다간 몇백년 후 한민족이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월 30만원의 영아수당과 함께 7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출산율 반등을 꾀하기엔 역부족입니다. 한국 청년들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 취직, 내 집 마련 등 구조적 문제가 켜켜이 쌓여 있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미래를 저당잡힌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사이트코리아>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출산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을 취재하며 국내 초저출생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들의 독립 지연’ 때문으로 판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봤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특별기획취재팀] 한국에서 프랑스 팍스와 같은 제도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표발의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입니다. 성인이라면 혼인·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사회보험·출산휴가·인적공제 등 제도에서 혼인·혈연에 의한 가족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 생활동반자관계를 인정하는 게 핵심입니다.

생활동반자법이 제도화되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프랑스처럼 가정 내 성평등 수준을 높여 우리 청년들이 지금보다 가정을 이루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요? 팍스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프랑스 남성 플로리앙(33세) 씨와 팍스를 맺었다가 결혼한 박선정(34세) 씨는 팍스 당시와 결혼 이후 시댁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차이를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선정 씨가 플로리앙 씨와 결혼하자마자 시아버지께서 남편 성을 따르기를 거듭 요구한 것이죠.

박선정 씨는 “팍스 관계일 때는 성을 바꿀 필요가 없었고 시아버지께서 나중에 남편 성으로 바꾸라고 하지 않으셨는데 결혼하자마자 왜 안 바꾸냐고 하셨다”며 “남편 고향에 내려갔을 때도 친척들이 왜 남편 성을 따르지 않느냐고 하셔서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명절 풍경도 팍스 때와 결혼 이후에는 다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대개 팍스 관계일 때는 부모님 집에 가야하는 명절이 되면 파트너들이 각자 본가로 갑니다. 팍스로 지낸 지 오랜 시간이 흘러 상대 파트너 가족과 관계가 깊어질 경우 파트너 고향에도 갑니다.

프랑스인 빠비누(가명) 씨와 팍스를 맺은 후 최근 결혼한 윤재영(가명) 씨는 “팍스는 합의니 소송이니 더러운 꼴 안 보고 바로 끝낼 수 있는 관계여서 시가로부터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제안 받았을 때 거절하더라도 미안한 감정이 덜 생길 수는 있다”며 “팍스는 시댁과의 관계에서 조금 더 수평적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에 프랑스 가족문화와 가족정책에 대해 자문한 홍소라 라호셀 대학교 교수는 “생활동반자관계에서 시가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에 프랑스 가족문화와 가족정책에 대해 자문한 홍소라(왼쪽) 라호셸대학교 교수는 “생활동반자관계에서 시가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박지훈>

프랑스 라호셸대학교 한국어·한국현대사학과 홍소라 교수는 프랑스 남성과 결혼했습니다. 홍 교수는 “시가와 지나치게 연결되는 시스템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한국 남성과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며 “생활동반자관계에서는 이 같은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 8편에서 팍스는 결혼보다 느슨한 가족관계라고 했습니다. 파트너 부모님은 내 자식의 파트너가 며느리(사위)가 아니라 이성 친구에 가까워 조심스럽고, 팍스 당사자들도 파트너 부모님이 아직 시부모(처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심적으로 부담이 덜하죠.

생활동반자법이 도입되면 우리 청년들의 결혼에 부담이 줄어들 것입니다. 올해 결혼 6년차인 김연지(가명) 씨는 설·추석 전날 항상 시가에 먼저 들러 결혼 전에는 해본 적 없는 전 등 명절 음식을 시어머니와 준비합니다. 며느리는 명절 전날 와서 음식을 장만한 후 명절 당일까지 함께 보낸 후 친정에 가야 한다는 게 시아버지의 생각이기 때문이죠.

연지 씨는 “명절 전날 시가에서 음식을 만들 때 친정 엄마가 혼자 음식을 장만하고 있을 걸 생각하면 슬프고 불평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나라에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말이 있는데, 팍스 같은 제도 아래서는 며느리도 백념손님이 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토로했습니다.

한국 여성이 결혼 이후 며느리로서 겪는 고충을 그린 수신지 작자의 웹툰 며느라기는 여성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 카카오TV에서 웹드라마로 재탄생됐다.카카오TV
한국 여성이 결혼 이후 며느리로서 겪는 고충을 그린 수신지 작자의 웹툰 <며느라기>는 여성 시청자의 큰 공감을 얻어 카카오TV에서 웹드라마로 재탄생됐다.<카카오TV>

쉬운 해지, 파트너 서로 노력하게 해

생활동반자관계는 결혼관계보다 평등할 수 있습니다. 이 관계에서 아내(남편) 부모님이 시부모(처부모)가 아닌 것처럼 생활동반자 당사자들도 ‘잡은 물고기’인 배우자가 아니라 언제든 마음에 맞지 않으면 서로 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동거인이기 때문이죠.

재영 씨는 “정말 혹시나 생길 수 있는 경우에 대비해 서로 깔끔히 헤어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서로를 훨씬 더 존중하게 만들고 어떤 선택의 순간에서 내 마음이 편한대로 결정하도록 돕는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 남성 필리프 씨와 팍스를 맺은 김가영(가명) 씨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가영 씨는 “쉽게 관계가 해소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상대를 더욱 배려하게 되고 성평등에 가까워진다”며 “이러한 의미에서 팍스가 결혼보다 가볍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깨지기 쉬운 계란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팍스는 오히려 파트너 관계를 돈독하게 만듭니다. 프랑스국립인구연구소(INED)의 저널인 포퓰라시옹(Population·인구)에 따르면 2016년 프랑스의 결혼 100건 당 이혼은 46.7건으로 50%에 육박했습니다. 이에 반해 팍스 도입 첫 해인 1999년 팍스를 맺은 100쌍의 커플 가운데 2017년 11월 1일까지 25.8쌍만이 팍스를 해지했습니다. 팍스 체결 시점이 최근일수록 해지율은 낮을 가능성이 크고 팍스 관계를 청산하는 사람들의 절반가량이 결혼으로 이행하기 때문에 평균적인 팍스 해지율은 1999년 커플보다 훨씬 낮겠죠.

프랑스 대안결혼제도 팍스가 도입된 첫 해인 1999년에 팍스를 체결한 커플 가운데 2017년 11월 1일까지 해지한 경우는 100커플 당 25.8커플에 불과했습니다. 2016년 기준 프랑스 결혼부부 100커플 당 이혼부부는 46.7커플이었죠. 자료=프랑스국립인구연구소, 그래픽=박지훈
프랑스 대안결혼제도 팍스가 도입된 첫 해인 1999년에 팍스를 체결한 커플 가운데 2017년 11월 1일까지 해지한 경우는 100커플 당 25.8커플이었다. 2016년 기준 프랑스 결혼부부 100커플 당 이혼부부는 46.7커플이었다.<자료=프랑스국립인구연구소, 그래픽=박지훈>

1990년생인 용혜인 의원은 생활동반자법 발의 배경에 대해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제 또래 청년들은 친인척관계로 묶이는 무거운 결혼보다는 믿고 신뢰하는 사람들과 법적인 의무를 다하면서 신뢰 속에서 살고 싶어 한다”며 “이제는 결혼 바깥의 가족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용 의원은 “결혼으로 인한 여러 인척관계 발생, 결혼제도의 무거움이 없는 방식으로 가족을 맺고 그 가족에서 태어난 아이를 사회가 차별하지 않고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낳고 싶은데 못 낳는 사람들, 낳을지 말지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들,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고민해 볼 수조차 없는 사람들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이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8월 1일 의원회관에서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과 만나 대표발의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이원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결혼·혈연·입양 이외의 방식으로 구성하는 가족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원근>

특별기획취재팀=박지훈·남빛하늘·정서영 기자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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