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고객 손실 확대 속 공격 영업, 책임감 없어”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2021년 초 신규고객에게 홍콩 ELS 투자 대가로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등 고가의 사은품을 제공했던 SC제일은행이 해당 상품 투자손실이 현실화된 상황에서도 이 같은 공격적인 영업행위를 지속하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15일 <인사이트코리아> 취재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1월 초부터 프라이빗뱅킹(PB) 신규고객에게 고가의 사은품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는 첫 거래 고객이거나 PB서비스를 받지 않은 기존 개인고객을 상대로 연말 혹은 한도 소진 시까지 계속된다.
이번 프로모션은 공격적인 영업 행위로 보인다. 자산관리상품(신탁·펀드) 1억원 이상을 신규 투자할 경우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또는 SC그룹 로고의 순금 1돈을 지급하고, 2000만원 혹은 5000만원 이상이면 각각 백화점상품권 모바일교환권 10만원권, 25만원을 제공한다.
기존 PB고객을 대상으로도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자산관리상품을 15억원 이상 신규 투자하면 다이슨 공기청정기 또는 순금 3돈을 지급하고, 3억원 또는 7억원 이상을 신규 투자할 경우 각각 백화점상품권 모바일교환권 30만원, 순금 2돈을 제공한다.
또 다음 달에 이어 자산관리상품 15억원 이상을 신규하면 백화점상품권 모바일교환권 70만원 주고, 3억원 혹은 7억원 이상을 새로 투자하면 각각 같은 상품권 교환권을 각각 10만원권, 50만원권 지급한다.
특히 SC제일은행은 지난 3일부터 이번 프로모션 안내를 모바일뱅킹 앱(App) 첫 화면에 띄우고 있다. 주로 지점 채널에 의지하던 자산관리 고객 확보 루트를 비대면 채널로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ELS 파동에도 신탁 판매 열 올려
고가의 금품을 제공하는 이번 프로모션은 세간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SC제일은행은 2021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 ELS)를 공급해 총 1조2000억원을 판매했다. 3년 만기가 닥친 2021년 2~3월 가입자들은 상품에 따라 따르지만 대체로 50%가량 손실을 봤다.
홍콩 ELS 판매 당시에도 다이슨 헤어드라이어와 순금 등 값비싼 사은품이 활용됐다. 대개 예치자산 1억원 이상 고객이 자산관리상품에 2000~3000만원을 신규 투자하면 이 같은 사은품을 제공했다.<‘[단독] SC제일은행, 고가의 다이슨 드라이어 미끼로 '홍콩 ELS' 팔았다’ 참조>
무엇보다 지난 11일 금융당국의 홍콩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이후에도 모바일뱅킹 앱 전면에 내건 프로모션을 내리지 않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비슷한 시기 함께 홍콩 ELS를 팔았던 대형 시중은행과 대조된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은 홍콩 ELS 손실 우려가 부각되면서 ELS 판매를 중단하고 고객에게 상품 투자를 대가로 지급하는 사은품도 없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H지수가 저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사실 지금 판매하면 안전하다”면서도 “그렇지만 고객이 큰 손실을 본 상황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판단에 올초부터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의 금품을 활용한 자산관리상품 판매는 불건전 영업행위 소지가 있다. 은행법은 신탁 등 겸영업무와 관련해 은행 이용자에게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은행법이나 이하 시행령·감독규정은 ‘정상적인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보통 은행권은 고객에 대한 금품 지급 상한을 준법감시인 보고 기준에 미달하는 3만원 이하로 설정해두고 있다.
이번 프로모션은 내부통제업무 책임자인 준법감시인의 심의를 받아 진행되는 만큼 회사 차원에서 지원을 받아 전략적으로 진행되는 행사로 비춰질 수 있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협동사무처장은 “홍콩 ELS 손실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고가 제품을 제공하며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행위는 홍콩 ELS 판매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는 금융당국이 홍콩 ELS 판매사에 대한 충분한 경각심을 심어주지 못한 결과”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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