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분기 미래에셋증권 ELS 118개 중 46개 H지수 기초
[인사이트코리아=이숙영 기자] #. A씨는 지난 2021년 ELS 상품 가입을 위해 증권사를 살펴보다가 당황했다. 가입 가능한 ELS 대부분이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해서다. A씨는 변동성이 높은 H지수 대신 다른 ELS를 원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어 결국 H지수 ELS에 가입했고 큰 손실을 봤다. 그는 손실은 어쩔 수 없지만, 증권사가 위험이 큰 홍콩H지수 위주로 ELS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도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은 금융당국은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 사이에서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1년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증권사의 ELS 상품 구성에서 홍콩H지수 ELS 상품이 과도하게 많았으나 금융당국이 이를 적절히 감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일 <인사이트코리아>가 취재한 여성 A씨는 평소 자주 거래하던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에서 2021년 초 홍콩H지수 ELS를 가입했다. A씨는 상품 가입 당시 미래에셋증권에서 가입할 수 있는 ELS가 대부분 홍콩H지수에 쏠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당시 홍콩H지수가 들어간 상품이 대부분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어쩔 수 없이 마음에 내키지 않아도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에 가입했고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월 이 증권에서 청약을 완료한 ELS 상품 총 37개 중 15개의 기초자산으로 홍콩H지수가 포함됐다. 같은 기간 일본 주가지수인 니케이(Nikkei)225를 기초로 하는 상품은 1개에 불과했으며, 항셍지수을 기초로 하는 상품은 전혀 없었다. 그외 ELS는 삼성전자·현대차·넷플릭스·엔비디아 등 특정 종목 지수나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포함했다.
2월과 3월에도 홍콩H지수 ELS 상품의 수가 30% 이상을 차지했다. 2021년 2월 이 증권사에서 청약한 ELS 상품은 42개로, 그중 15개가 홍콩H지수를 기초로 했다. 같은 기간 니케이225 기초 상품은 2개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어 3월은 ELS 상품 총 39개 중 16개가 홍콩H지수를 기초로 했다. 약 41%가 홍콩H지수 상품이었다.
A씨는 “홍콩H지수 ELS는 2015~16년에 문제가 된 뒤로 크게 줄었는데, 어느 순간 다시 늘어났다”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항셍지수 ELS는 사라지고 홍콩H지수 ELS가 급격히 많아졌는데, 이에 대해 금감원이 모니터링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2015~2016년 사이 업계와 투자자들은 ‘홍콩H지수 악몽’을 겪은 바 있다. 2015년 5월 홍콩H지수가 1만4801.94로 최고점까지 올랐다가 반년 만에 7500선으로 추락했고 이로 인해 2015년 4~5월 사이 발행된 홍콩H지수 ELS가 대거 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
당시 홍콩H지수 ELS로 인한 소비자 피해 조짐이 보이자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하는 상품의 총 발행 잔액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자율규제안’을 내놓았다. 이 자율규제가 2017년 말을 기점으로 종료된 뒤 증권사들은 변동성이 큰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크게 늘렸고,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감독이 부실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A씨는 “홍콩H지수 ELS는 스스로 가입한 것이니 손실에 대한 부분은 내 책임”이라며 “다만 10년 이상 ELS 상품을 거래해왔던 입장에서 이번 홍콩H지수 관련해 금융당국에서 감독을 소홀히 한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사과…감사 통해 책임 밝혀질 전망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3일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 직후 백브리핑에서 “감독 당국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하다”며 “홍콩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 관련해서 당국이 보다 면밀히 감정 행정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난 2월 금융정의연대 등은 홍콩ELS 사태 관련 금융위원회·금감원의 관리·감독 직무 유기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금융정의연대 측은 “은행에 판매를 허용하고, 홍콩 ELS 사태를 방치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2019년 DLF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정책적 방안을 내놓았다”며 “그러나 판매사는 위법·부당한 판매를 지속했고, 금융당국은 이를 방기하여 불과 5년 만에 ‘판박이’ 사태가 발생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금감원에 대한 책임은 감사원 감사로 가려질 전망이다. 금융정의연대 등이 청구한 공익 감사에 따라 감사원은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에 대한 감사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ELS 관련 금융당국 감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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