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불황 속 김택진 대표, 돌파구 마련 주목
[인사이트코리아=신광렬 기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박병무 VIG 파트너스 대표를 영입하면서 창사 이래 최초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이같은 결정이 위기의 엔씨를 살려내는 ‘신의 한 수’가 될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엔씨는 박병무 대표를 공동 대표이사 후보자로 선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 대표는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선임될 예정이며, 이후로는 기존의 김택진 대표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엔씨가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한 것은 1997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박 대표는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시작으로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구)로커스홀딩스)대표, TPG Asia(뉴 브리지 캐피탈) 한국 대표 및 파트너, 하나로텔레콤 대표, VIG 파트너스 대표를 역임하며 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경영인이다. 특히 그가 VIG 파트너스 대표로 일하며 버거킹의 수익을 대폭 개선해 2016년 100% 이상의 수익을 내고 매각한 것은 유명하다.
이처럼 금융업계 관련 업력이 많은 ‘금융맨’의 기용은 게임 관련 분야에서 문외한이라는 특성상 업계에서 우려섞인 시선을 받는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일반적인 금융맨들과는 달리 대표이사 후보자 선임 이전에도 오랫동안 엔씨와 함께 일하며 게임업계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쌓아 왔다.
그는 2007년부터 엔씨의 사외이사로 참여했으며, 2013년에는 엔씨소프트 기타비상무이사를 역임하는 등 오랜 시간 동안 엔씨와 함께 손발을 맞췄다. 이같은 경험으로 인해 엔씨의 내부사정에도 정통한 만큼, 대표이사 후보자로 결정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박 대표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박 대표가 엔씨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내년 3월 이후에나 정해지게 될 것”이라며 “다만 일부 언론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김택진 대표가 개발에 집중하고 박 대표가 사업 분야를 담당하는 체제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 대표 이후의 구조조정 설에 대해서도 “엔씨 내에도 엄연히 노조가 존재하고, 현재 구조조정을 할 만큼 적자상황도 아니다”라며 “금융권 출신 인사가 들어왔다고 해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추측은 어불성설”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위기 몰린 엔씨소프트, 실적 부진 탈출구 찾기 위해 칼 갈았나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잇따른 부진으로 위기에 처한 엔씨가 부활을 위해 제대로 칼을 갈았다는 평이 나온다. 그동안 엔씨는 창사 이래 김택진 창업자 겸 대표의 단독대표 체제를 27년 동안 변함없이 유지해 왔다.
특히 김 대표는 최신작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 이하 TL)’의 인트로에도 자신의 이름을 크게 넣을 만큼 특유의 자부심과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인물이다. 그랬던 엔씨가 김택진의 독주 체제를 멈추고 공동대표 체제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의 부활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최근 엔씨는 부진한 실적을 거듭했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인한 게임업계 전반적인 부진과 더불어 밥줄이던 ‘리니지’ 시리즈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을 필두로 한 유사 경쟁작들의 난립으로 인해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엔씨가 공동대표 체제를 선택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이같은 부진의 장기화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가 공동대표 체제로 선회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사업 방향성과 같은 분야에서 변화가 찾아올 것임을 의미한다”며 “이번 인사는 ‘리니지’ 시리즈의 힘이 약해지며 부진을 겪던 엔씨가 본격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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