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신광렬 기자] 게임업계가 최근 터진 스튜디오 뿌리 발 남성혐오 손모양 삽입 논란에 이어, 다수의 게임들과 협업한 외부 일러스트레이터의 일베 논란에 휘말리면서 거센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3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쭐어’가 악성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서 사용되는 인터넷 밈(Meme.유행어)와 농담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작가는 특유의 개성적이고 귀여운 그림체로 ‘왈랄랄루’ 등의 신조어도 유행시키는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의혹을 품은 네티즌들이 작가의 과거 이력을 캐낸 결과, 해당 작가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기 전 일베발 농담을 거부감 없이 사용해 왔음이 드러났다. 작가는 네티즌의 요청을 받아 이모티콘을 그려 주는 과정에서 일베 용어인 ‘이기북딱’ ‘ㅁㅈㅎ(광주 민주화 운동을 비하하는 일베발 표현)’등의 표현을 서슴없이 넣었다.

여기에 메이플스토리의 핑크빈 캐릭터로 고인 모독성 유행어를 외치며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인게임 영상이 발굴되며 이 작가를 둘러싼 유저들의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해당 유행어와 퍼포먼스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밈으로 네티즌들에게 알려져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작가는 논란의 중심이 됐던 메이플스토리 리부트 갤러리와 유튜브 커뮤니티에 두 차례에 걸쳐서 사과문을 올렸으나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당 작가의 일베 논란이 터지면서 일부 국내 게임사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는 외부 홍보 영상 ‘던페에서븜’에 해당 작가의 일러스트를 사용했고, ‘클로저스’는 지난 9월 ‘쭐어든 클로저’라는 콜라보 이벤트까지 진행한 상태다.

네오위즈의 경우 쭐어 작가와의 관련성이 더욱 깊다. 쭐어 작가는 회사의 대표작인 리듬게임 ‘디제이맥스’ 시리즈에 공식 시즌패스 이모티콘과 스티커를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게임의 파트너 스트리머로 활동했다. 설상가상으로 디제이맥스는 최근 발표한 신곡의 뮤직비디오도 스튜디오 뿌리가 만든 관계로 영상 교체를 결정한 데다 ‘Imaginary dance’ 곡의 보컬을 담당했던 ‘달노도’의 남성혐오 논란까지 터진 상황에서 삼중고를 겪게 됐다.

비슷한 논란인 스튜디오 뿌리발 논란에 대해 게임사들이 ‘어떠한 혐오 표현도 단호히 배척한다’는 입장 아래 관련 영상을 모두 내리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만큼, 해당 사태에 대한 대응에도 유저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중이다.

논란 인지한 게임사들 대응 시작...관련 영상 등 비공개 서둘러

논란이 공론화되며 게임사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던전앤파이터 영상은 논란이 본격적으로 터진지 이틀 정도 지난 4일 밤 비공개로 전환됐고, 클로저스 또한 5일 저녁에 관련 영상을 비공개로 돌리고 관련 페이지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다만 디제이맥스 측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SNS에 올라온 스티커 홍보 글들도 내리지 않고 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내부적으로 상황파악과 동시에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시간차가 있는 게임사별 조치에 대해 이들 게임이 해당 작가와 관련되어 있는 정도의 차이라고 지적한다.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외부 홍보에만 작가의 그림을 사용했기에 바로 영상을 내릴 수 있었지만, 클로저스 콜라보 이벤트 홍보 영상의 경우 직접적인 인게임 판매 상품을 보여주는 영상이기에 빠른 대응이 상대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디제이맥스 측 또한 시즌패스로 판매한 이모티콘과 스티커가 문제가 되었기에, 환불 문제로 직결될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논란 중인 클로저스 영상과 디제이맥스 스티커의 경우 ‘쭐어’ 작가의 그림체를 사용한 유료 상품들과 관계가 있는 콘텐츠”이라며 “유료 상품인 만큼 게임사 입장에서도 섣불리 대응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