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 2차 ‘조카의 난’ 불씨 없앤 박찬구 회장의 ‘신의 한 수’
금호석유 2차 ‘조카의 난’ 불씨 없앤 박찬구 회장의 ‘신의 한 수’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10.23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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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패’한 조카 박철완의 2차 경영권 분쟁 가능성
박찬구(왼쪽)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 금호석유화학
박찬구(왼쪽)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금호석유화학>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조카의 난’을 일으킨 지 8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금호석유화학의 최대주주인 그지만, 내부에서는 상무 직함마저 잃고 축출되며 힘을 잃었다. 공을 들였던 만큼 패배의 후유증도 컸다. 경영권 분쟁에서 이긴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역대급 실적 행진을 하고 있다. 박 전 상무가 설 자리가 더는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그의 부활을 응원한다.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6개월 가까이 하락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통한 주가 부양을 바라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박 전 상무와 박찬구 회장의 경영권 분쟁 시기인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크게 올랐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박 전 상무가 2차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확률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실익이 없는 싸움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완패’한 조카가 경영권 다시 노린다?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은 조카인 박 전 상무의 완패로 끝났다. 회사는 3월 26일 열린 주주총회 이후 5일 만에 박 상무를 해임 통보했다.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 위반이 사유인데, 박찬구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회사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며 제안한 ▲배당 확대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본인과 우호적인 인물 4인의 사외이사 추천 등은 모두 채택되지 못했다.

박 전 상무는 해임 이후 “폐쇄적인 문화와 거버넌스에 큰 개혁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모든 주주와 소통하며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3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3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박 전 상무는 사실상 8개월째 두문불출이다. 자신이 가진 1000억원 가량의 지분을 세 누나에게 증여한 것 외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박 전 상무는 8월 2일 자신의 세 누나인 은형·은경·은혜 씨에게 각각 금호석유화학 주식 15만2400주를 증여했다. 주당 매매단가는 20만3500원으로 한 사람당 약 31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주식을 증여한 뒤 박 전 상무 보유 주식 수는 305만6332주에서 259만9132주로 줄고, 지분율은 9.13%에서 7.75%로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박 전 상무가 화려한 혼맥을 가진 세 누나를 통해 우군을 확보하고 경영권 분쟁 2차전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경영권 분쟁 국면이던 지난 3월에는 박 전 상무의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 0.05%를 사들인 적이 있다.

허 회장은 고(故) 허만정 LG그룹 공동 창업주의 손자로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사촌이다. 범 GS가에 이어 세 누나의 혼맥인 아도니스·한국철강·일진그룹 등과도 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박 전 상무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크게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눈치다. 주주제안 당시 박 전 상무의 자문을 맡았던 A씨는 2차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관해 묻자 “박 전 상무가 저희와는 따로 연락하고 있지 않아서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변했다.

박찬구 ‘용퇴’로 박철완 끝났다

증권업계에서는 밀려난 박 전 상무가 경영권 분쟁을 다시 일으킬만한 힘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도 없다는 분석이다.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용퇴하면서 일말의 기대감도 사라졌다. 2차 경영권 분쟁을 통해 주가를 부양한 뒤 빠지려는 출구 전략 아니겠냐는 전망은 소액주주 입장에서나 할만한 생각이라는 평가다. 금호석유화학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가 주가 상승을 통한 수익을 위해 분쟁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증권가 애널리스트 B씨는 “경영권 분쟁이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게 대표이사 선임 건이 이미 물 건너가면서 게임의 명분이 사라졌다”며 “박찬구 회장이 계속 있었으면 분쟁을 걸어볼 만했을 텐데, 그걸 알고 이미 사퇴를 해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지난 5월 대표이사를 비롯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금호석유화학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지난 5월 대표이사를 비롯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금호석유화학>

박 회장은 지난 5월 대표이사를 비롯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금호석유화학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을 표면에 내세웠으나 이를 통해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확실히 제거됐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 C씨는 “박 전 상무가 계산을 잘못한 게 2019년 3월 주총에서 박찬구 회장 정기임원 재선임 안건이 올라왔을 때 반대했으면 싸움이 유리할 수 있었다”며 “당시 아슬아슬하게 통과됐는데, 아마 이때 박 전 상무가 회사를 다 가져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임기가 3년인 박찬구 회장의 재선임이 내년 3월이었는데, 이번에는 무조건 선임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그걸 알고 있는 박 회장이 사퇴를 선택했기 때문에 박 전 상무 입장에서는 가져올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2018년 11월 대법원으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박 회장은 2008~2011년 총 23차례에 걸쳐 금호석유화학의 비상장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법인자금 107억여 원을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부사장에 담보 없이 낮은 비율로 빌려줬다. 이를 법원에서는 박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손실을 회피한 혐의 등 약 32억원의 배임을 저질렀다고 봤다.

당시 8.45% 지분을 갖고 있던 국민연금은 박찬구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내년에 또다시 박찬구 회장 재선임 안이 주총에 상정되면 당시 찬성표를 던진 박 전 상무의 표가 반대로 돌아설 수 있어 재선임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사퇴하면서 금호석유화학은 ESG 경영이라는 명분과 경영권 방어라는 효과를 얻었다.

올해 금호석유화학 반기보고서를 들여다보면 박 전 상무의 2차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더 희박해 보인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는 10명으로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3명은 모두 회사 측 인물이다. 사외이사 4명 역시 지난 주총 때 회사가 제시한 인물이 뽑혔다. 내년 3월 주총 때 교체할 수 있는 이사는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2명뿐이다. 박 전 상무의 이사회 장악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인 셈이다.

C씨는 “박 전 상무가 경영권 분쟁 당시 표 대결을 위해 기관투자자를 찾아다녔을 때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걸 어느 정도 깨달았을 것”이라며 “세 누나한테 세금까지 내면서 주식을 증여한 건 표 대결에 진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주가를 부양한 뒤 탈출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일각의 의견도 현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B씨는 “돈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배당금 액수도 많은 박 전 상무가 그런다는 건 웃긴 얘기”라고 했고, C씨는 “택도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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