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혁신기업가 TOP7] ‘로켓배송 신화’ 쓴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2021 혁신기업가 TOP7] ‘로켓배송 신화’ 쓴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1.03.02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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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원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10년 만에 55조원 ‘공룡’으로 키우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쿠팡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쿠팡>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창업 10년 만에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NYSE)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추정 기업가치가 무려 55조원에 이른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2014년 중국 알리바바에 이은 두 번째로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김 의장은 창업 이후 나스닥 상장이 목표라고 공언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스타트업들은 일반적으로 나스닥에 상장하지만 좀 더 조건이 까다로운 뉴욕증시를 선택한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그 이유로 흑자전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부분을 꼽는다. 나스닥에 비해 대규모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한 이유로 거론된다.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김 의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김 의장이 이번에도 예상을 깨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는 늘 먼 미래를 내다보고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년간 내리 적자를 기록하면서 투자를 계속 늘려왔다는 점은 그의 사업 스타일을 잘 말해준다.

2010년 8월 자본금 30억원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을 10년만에 기업가치 55조원으로 성장시킨 비결은 뭘까. 김 의장 개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그리 많지 않다. 1978년 한국에서 태어나 7살 때부터 2010년 쿠팡을 창업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살았다. 국적도 미국이다. 대기업 주재원이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MBA 과정에 입학했으나 6개월 만에 중퇴했다.

사업 경험은 단 두 번뿐이다. 하버드 재학 시절인 1998년 대학생을 타깃 독자로 하는 잡지 ‘커런트’를 만들어 직접 광고영업을 뛰면서 성공적으로 운영해 규모를 키워서 2001년 뉴스위크에 매각했다. 대학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2년간 근무하다 그만두고, 2004년 명문대 출신들을 겨냥한 월간지 ‘빈티지미디어컴퍼니’라는 회사를 설립했다가 2009년 매각했다.

그리고 2010년 소셜커머스 창업을 목표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쿠팡 창업 멤버로는 하버드에서 친분을 쌓은 윤중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딸 윤선주 이사, 하버드 MBA 동문인 고재우 부사장 등이 있다. 이때 김 의장 나이는 34세였다.

창업 후 5개월여 만인 2011년 김 의장은 머니투데이의 인터뷰에서 창업 동기를 밝혔다. 그는 “2009년 미국에서는 ‘그루폰’이라는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다음에 할 비즈니스를 어렴풋이 모바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특히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한국 시장에 정말 필요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늘 소비자 혹은 고객의 니즈(needs)를 파악하는 것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소비자를 이해하고 그 관계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그의 변함없는 경영 철학이다. 잡지를 창간했을 때도 독자를 먼저 정하고 독자를 위한 콘텐츠를 지역광고주들과 연결하려는 노력이 주효했다.

쿠팡은 오픈 5개월 동안 매출 8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8000명으로 시작했던 회원수는 110만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창업 2년 만에 연 거래액 8000억원, 회원 수 1800만명, 전체 인력 수 850여명으로 크게 성장했다. 쿠팡의 성장 속도는 동종의 다른 기업들과의 비교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G마켓과 아마존 의 2년차 연 거래액은 각각 650억원, 1700억원이었다. 쿠팡의 성장 속도는 G마켓보다 12배나 빠랐다. 손익분기점(BEP) 달성 기간도 아마존이 7년, G마켓이 4년인데 쿠팡은 2년만에 이뤄냈다.

김범석 의장이 직접 밝힌 성공 노하우

김 의장은 2013년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콘퍼런스 ‘비론치(beLAUNCH 2013)’ 행사 강연에서 자신이 했던 실수 4가지를 밝히며 사업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의 첫 번째 조언은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의 핵심 경쟁력을 파악하고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 시장에서 결정적인 요소가 어떤 것인지 잘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번째는 고객이 아닌 경쟁에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매출을 올리려는 노력은 당장 효과를 볼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국 고객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 의장은 쿠팡의 고객은 쿠팡을 사용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쿠팡 직원도 고객이라고 본다고 했다. 내부고객과 외부고객의 만족도가 장기적으로 쿠팡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그는 매출 3억원이었을 때 콜센터 규모를 100명으로 늘렸다.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했을 때 전화를 받지 않으면 그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없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쿠팡은 직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에게도 보험을 지원해준다. 주변에서 왜 직원들 복지에 그렇게 신경 쓰냐는 핀잔도 들었다고 한다. 그는 “투자는 단기적으로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며 “창업일수록 장기적인 투자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배송 트럭에 제품들이 실리고 있다. 쿠팡 뉴스룸
쿠팡 물류센터에서 배송 트럭에 제품들이 실리고 있다. <쿠팡 뉴스룸>

세 번째는 문화적 결정론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의장이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게 “한국에서는 이거 하면 안 돼”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 말이 상당수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문화적 결정론에 빠지면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명문도, 도전할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쿠팡은 개발부서에 ‘에자일 문화’의 일환으로 직급을 포기하는 수평적 문화를 도입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도입했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도입할 수 없다는 선입견에 빠졌다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네 번째는 구성 인력에 맞춰 사업을 운영하지 말고 사업과 성장에 맞춰 인력을 구성하라는 것이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김 의장은 “문화가 회사를 결정한다”면서 한국적인 문화와 한국 시장의 가치를 강조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을 사례로 꼽았다. 히딩크는 한국인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거기에 서양의 장점을 융합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은 작은 시장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김 의장은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기면서,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5개 국가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2012년 통계청 자료에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국가가 7개 국가로 나와있다). 그 안에 한국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시장의 장점으로 ▲무서운 속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재 등을 꼽았다. 한국은 그만큼 장점이 많은 시장이지만 의외로 창업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 후 새로운 도전 시작

김 의장은 2014년, 처음 시작했던 소셜커머스 부문을 축소하고 오픈마켓 형태로 사업을 전환했다. 이때 도입한 것이 24시간 내에 배송을 완료하는 ‘로켓배송’이다. 자체배송 인력인 쿠팡맨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로켓배송은 전 세계 전자상거래 업계 최초로 도입한 ‘혁신서비스’로 조명을 받았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을 대폭 늘려야 했고 자체 물류센터도 확충해야 했다. 주위에서 ‘이러다 곧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하지만 김 의장은 오히려 투자를 더 늘렸다. 2015년 11월 사업전략 발표에서 로켓배송을 위해 신규로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불황 속 위기탈출의 해법은 혁신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 기업 육성에 달려 있다”며 “쿠팡은 그 해답을 로켓배송에서 찾았다. 로켓배송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의 질을 끌어올려주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믿음은 곧 현실이 됐다. 로켓배송을 처음 도입한 2014년 쿠팡의 연매출은 약 3000억원이었는데 1년 후인 2015년 순식간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사업전략 발표회에서 김 의장은 투자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아마존은 현재 물류시스템 구축을 위해 19조원을쏟아 부었다”며 “단기간으로 보면 무리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플랜으로 보면 절대 큰 규모의 투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김 의장의 사업전략이 통했다. 쿠팡이 미국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매출은 12조2500억원, 영업손실은 5257억원으로 나타났다. IB 업계에선 올해 쿠팡이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의장은 로켓프레시, 쿠팡이츠, 풀필먼트서비스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사업도 시작했다. 뉴욕증시 상장 이후에도 김 의장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미국 경제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는 ‘2019년 가장 창의적인 인물 100인’에 김 의장을 선정했다. 패스트컴퍼니는 “쿠팡은 60여개의 물류센터를 잇는 독자적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지난해에는 수산물이나 채소 등 신선식품을 배송할 수 있는 콜드체인 시스템도 개발했다”며 “이를 통해 쿠팡은 론칭 4년 만에 10억 건의 배송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국 고객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목표도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쿠팡은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뉴욕 증시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투자자금도 충분해 질 것으로 보여 지금보다 훨씬 좋은 상황에 놓일 것이다. 늘 새로운 도전을 이어온 김 의장이 세계를 무대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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