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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억제제' 처방 받는 국민 늘었다…"45명 중 1명 꼴"
'식욕억제제' 처방 받는 국민 늘었다…"45명 중 1명 꼴"
  • 한경석 기자
  • 승인 2019.07.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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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성적 충동 등 부작용 잇따라...식약처, 의료용 마약류 사용 처방 지침 마련
식욕억제제의 오남용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드러남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식욕억제제의 오남용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드러남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새 지침 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경석 기자]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개월간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사용한 환자는 116만 명으로 집계됐다. 우리 국민 45명 중 1명꼴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사용에 대한 처방 지침을 마련해 의사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30일 식약처가 공개한 '의료용 마약류 안전사용을 위한 도우미' 자료를 보면 최근 10개월간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성별로 여성이 92.7%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나이별로는 30대가 30.3%로 가장 많았다. 성분별로는 펜터민 성분을 처방받은 환자가 52.8%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펜다이메트라진, 다이에틸프로피온(암페프라몬) 순이었다.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서 식욕을 느끼는 뇌에 작용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킨다. 펜터민, 펜다이메트라진, 다이에틸프로피온을 비롯해 마진돌, 로카세린 등 5가지 성분이 사용된다. 주변에선 위 성분을 포함한 식욕억제제를 접하는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지난 4월 배우 양 모 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에서 차도로 뛰어드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다 경찰에 신고됐다. 경찰은 양씨를 붙잡아 간이시약 검사를 했고 그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와 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양씨는 이에 대해 경찰에서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기 위해 펜터민 성분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했고 (신고가 접수된) 이번에는 한번에 8알을 먹었다"고 진술했다.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 양씨는 펜터민에 대해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기타 마약류는 모두 음성 반응이 확인됐다. 

식욕억제제가 자살 충동뿐 아니라 성적 충동으로 이어진 예도 있다. 실제로 20대 여대생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다이어트를 위해 식욕억제제를 먹기 시작한 뒤 삶이 망가졌다. 키 163cm, 몸무게 53kg으로 정상 체중이었지만 병원에서 쉽게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흥분 상태가 이어졌고 중독 증세 때문에 부모가 버린 쓰레기통을 뒤져 약을 찾아 먹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요양병원에 입원 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A씨가 복용한 식욕억제제에는 펜터민과 펜다이메트라진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40년 경력 약사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최소화해야"

이같이 향정신성의약품인 식욕억제제의 오남용이 상당수 사람들의 삶을 망가 뜨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40년 경력의 약사 L씨는 "모든 향정신성의약품의 처방이 최소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삶이 무기력한 사람의 경우엔 펜터민의 소량 복용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도 한다"면서도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이기에 식욕 억제를 위해 남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대안으로 "식욕억제제의 안전한 사용을 지원한다"며 일선 의사에게 식욕억제제 처방 분석자료와 안전사용 가이드를 제공하기로 했다. 식약처가 제공하는 해당 자료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취급된 497만 건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활용해 식욕억제제 처방정보를 의사별로 분석한 결과다.

의사에게 제공하는 주요 내용으로 식욕억제제 처방 환자 수·처방량·주요 사용성분, 최대 치료기간(3개월) 초과 처방 현황, 16세 이하 처방 현황, 식욕억제제 병용처방 현황 등이 포함됐으며 허가사항을 중심으로 의사가 본인의 처방 내용을 확인하고 점검하도록 했다.

아울러 처방기간이 중복되는 환자 수, 처방 환자가 방문한 의료기관 수, 식욕억제제 2개 성분 이상 병용처방 환자 수, 처방량 상위 200명 해당 환자 수 등 의사가 진료한 환자집단의 식욕억제제 오·남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정보도 제공했다.

식약처는 "식욕억제제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다른 식욕억제제 성분과 병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투여 기간은 일반적으로 4주 이내로 사용하되 최대 3개월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장기간 복용하면 폐동맥 고혈압과 심각한 심장질환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기에 의사뿐만 아니라 복용하는 환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이번 서한을 통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적정 처방과 사용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안전한 의료용 마약류 사용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