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 강조하는 공공기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왜 안지키나
‘사회적 책임’ 강조하는 공공기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왜 안지키나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1.10.18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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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맞닿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비율 오히려 줄어
정부 시정요구 강제성 없고 공공기관 경영평가 관련 배점도 최대 0.8점 불과
정부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법정의무를 지키지 않은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 실효성 있는 제재를 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법정의무를 지키지 않은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 실효성 있는 제재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정부가 매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물품과 용역 서비스를 일정 비율 구매토록 의무를 지우고 있지만, 위반 시 이를 제재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시정요구는 강제성이 없고 간접적인 제재인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관련 평가 배점이 미미해 정부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절대 규모 증가했는데 우선구매비율은 하락

공공기관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라 연간 총구매액 중 법정목표인 1% 이상을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물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해당 제도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등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에서 만든 중증장애인 상품의 판매를 지원, 근로 장애인의 소득 창출과 안정적인 고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된 곳은 9월 30일 기준 전국적으로 700여개소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물품은 종이컵과 휴지, 쇼핑백 등 일상용품부터 가구, 공예품, CCTV와 같은 디지털 제품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이 같은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는 중증장애인의 고용 촉진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공기업 등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홍보하는 ‘사회적 책임’과 맥을 같이한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이 구매하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액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액은 2019년 6488억원의 1.12%를 차지해 법정목표인 1%를 넘어섰다. 법정목표를 달성한 기관 역시 매해 늘어나는 추세인데, 구체적으로 ▲2018년 493기관(전체 48.4%) ▲2019년 549기관(53.9%) ▲2020년 562기관(55.0%)이 법정의무를 준수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전체적인 현황이 아닌 세부 항목이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액의 절대 규모는 증가한 반면 총구매액과 우선구매액 비율을 나타내는 우선구매비율은 일부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오히려 줄었다. 2019년보다 우선구매비율이 늘어난 공공기관은 교육청이 유일했고 지방자치단체는 동일한 수준이었다. 국가기관과 공기업 등의 우선구매비율은 줄어들었는데, 특히 총구매액의 약 45%를 차지하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0.0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성 없는 시정요구와 공공기관 평가

문제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비율이 과거보다 떨어지거나 법정목표를 채우지 못해도 이를 강제할 직접적인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현행법에 따라 법정목표를 채우지 못한 공공기관에 대해 시정요구를 할 수 있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실제 개선될 여지가 적은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정요구를 하면 추후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 비율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강제성이 없다”며 “다만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간접적인 제재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간접적인 제재 방법으로 활용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보건복지부는 시정요구와 함께 이를 기획재정부에 통보해 법정의무를 채우지 못한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를 독려한다. 하지만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관련 평가는 공기업의 경우 총 100점 만점 중 0.4~0.8점(장애인생산품)의 점수가 배점돼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중소기업생산품(0.4~0.8점) ▲사회적기업·협동조합생산품(0.2~0.4점) 등과 혼재돼 있고 공공기관이 각 항목 내에서 가중치를 자유로이 설정할 수 있어 온전한 평가 항목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내 중증장애인 생산품과 다양한 우선구매제도 평가항목이 묶여 있다 보니 일부 평가 항목만을 활용해 총점에서 만점을 획득하는 맹점도 있다”며 “공공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사회적 기업이나 품목 위주로 점수를 획득하는 만큼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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