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후보경과지 선정 ‘편법·졸속’ 추진 논란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후보경과지 선정 ‘편법·졸속’ 추진 논란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9.06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지선정위, '단서조항' 임의로 해석해 최적 후보경과지 선정 방법 결정
횡성·홍천군 “군의 공식 입장은 백지화 혹은 전면 재검토”
초고압 송전탑과 석탄화력 저지 공동대책위가 6월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동해안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과 동해안-신가평 500kV 송전선로 건설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초고압 송전탑과 석탄화력 저지 공동대책위가 지난 6월 28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동해안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과 동해안-신가평 500kV 송전선로 건설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한국전력(한전)의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입지선정위원회 결과 발표를 놓고 강원 횡성군과 홍천군이 반발하고 있다. 횡성·홍천군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입지선정위원회가 편법·졸속 진행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전은 입지선정위원회 전날 오후에야 공식 회의 장소를 이들 군에 늑장 통보하는 등 반대가 심한 두 군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6일 <인사이트코리아> 취재 결과 지난 1일 한전 원주전력지사에서 개최된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 서부구간 제17차 입지선정위원회’가 편법·졸속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차 회의에서 ‘홍천군 내 경과대역 조정’을 의결했는데, 당시 단서조항으로 달았던 군의회와 해당 군청 담당 공무원 참석 조건을 입지선정위가 임의로 해석했다는 게 횡성·홍천군의 주장이다.

최종 후보경과지 선정 발표했는데…단서조항 적용은 논란 소지

한전은 지난 1일 원주전력지사에서 ‘500kV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 서부구간 제17차 입지선정위원회’를 열고 ‘최적 후보경과지 선정방법’으로 대안평가와 현장답사 방식이 채택됐다고 발표했다. 환경·지리적 요소를 따져 정량평가한 뒤 현장답사를 거쳐 위원별 선호도를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서부구간 후보 경과지를 위원들에게 제시한 한전은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18차 입지선정위가 열리기 전에 대안평가와 현장답사를 마칠 계획이다.

한전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경과지 선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울진에서 평창까지 동부 구간은 경과지역 총 43개 마을 중 31곳이 합의한 가운데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2일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 서부구간' 17차 입지선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했다.한전
한전은 2일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 서부구간' 17차 입지선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했다.<한전>

강원 홍천군과 횡성군은 입지선정위 결과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두 군은 이번 입지선정위원회가 ‘단서조항’에 대해 임의로 해석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문제가 된 조항은 지난달 회의에서 홍천군 내 경과대역이 추가되는 조정안을 조건부 의결하기로 한 부분이다.

입지선정위원회는 당시 16차 회의에서 ‘차기 회의에 홍천군 대표(군의회 및 홍천군청 담당 공무원 포함)가 참석하지 않으면 추가 경과대역에 대한 본 의결사항은 무효로 한다’는 의결 단서조항을 달았다. 지난 회의에서 추가된 경과대역은 2곳인데, 모두 홍천과 횡성의 경계면이다.

이날 입지선정위원회에 참관인으로 참석한 횡성군 관계자는 “홍천군에서는 입지선정위원인 과장이 아닌 담당 계장이 참관인으로 참석했다”며 “단서조항에 따르면 군의회 의원이나 공무원 모두 단순 참관이 아니라 입지선정위원으로 참여를 해야 인정되는데, 위워회가 그들만의 논리로 결정해버렸다”고 말했다.

횡성과 홍천 참석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현장에서는 경기도의 한 입지선정위원이 ‘홍천군이 참석 요건을 갖췄다’는 위원장에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위원 역시 ‘참관인과 입지 선정위원은 다르다’ ‘같은 조건으로 참석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재논의가 필요하다’ 등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홍천군 관계자는 “입지선정위원의 문제 제기에도 전문가 위원들은 홍천군의 참여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건을 넣은 것이지 입지선정위원이냐 참관인이냐를 따져서 할 건 아니다”며 “문구상으로만 보면 의회나 군청 둘 중 한 명만 참석해도 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한전은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했다. 17차 위원회에 참여한 20명 입지선정위원들의 논의 결과일 뿐 한전은 결정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위원회 당시 변호사와 전문가 위원들이 단서 조항을 단순 사전적 의미로 해석할 게 아니라 홍천 공무원과 의회, 주민들의 참여를 바란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위원들이 수용한 것”이라며 “저희는 입지선정위원회가 결정한 걸 공표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횡성·홍천군 “백지화가 주민들의 뜻”

지난달 5일 16차 입지선정위원회에서 결정된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서부구간 추가 경과대역. 노란색 부분이 추가된 경과대역이다.<횡성군>
지난달 5일 16차 입지선정위원회에서 결정된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서부구간 추가 경과대역. 노란색 부분이 추가된 경과대역이다.<횡성군>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는 선로 길이 약 230㎞로 동해안 지역 대규모 발전소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2호기와 강원 강릉과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4기 등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3개 도 10개 시·군을 관통하는 송전선로다. 문제가 되는 서부구간은 강원도 횡성·홍천과 경기도 양평·가평을 지난다.

횡성과 홍천의 반발이 유독 거센 이유는 이곳에 건설 예정인 철탑 440기 가운데 80% 이상이 강원 지역에 꽂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송전선로 55㎞와 송전탑 110기가 횡성·홍천 구간에 들어설 예정이다.

횡성·홍천군은 이번 최적 후보경과지 선정방법에 대해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역시 입지선정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고 참관만 한 횡성군은 아직 경과대역 설정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최적 후보 경과지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횡성군은 송전선로 경과대역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천군 역시 군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백지화 혹은 전면 재검토라고 못 박았다. 홍천군에서 입지선정위원회 주민 자격으로 참석한 2명이 경과대역에 찬성했으나 전체 주민의 뜻을 대변하지는 못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홍천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민들 뜻이 백지화 쪽으로 모아졌고, 홍천군은 주민의 뜻과 함께 가겠다는 입장”이라며 “저희 군의 현재 방향은 기존과 바뀐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