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서 연구원, ‘보수적’ 토목공학에 ‘신기술’ 블록체인을 입히다
박민서 연구원, ‘보수적’ 토목공학에 ‘신기술’ 블록체인을 입히다
  • 이정문 기자
  • 승인 2021.07.05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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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민서 건설경영정보연구실 연구원…건설사업관리 스마트시티 연구 담당

 

박민서 연구원이 연구실에서 블록체인 관련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정문)
박민서 연구원이 연구실에서 블록체인 관련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정문)

[인사이트코리아=이정문 기자]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대부분의 산업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로 이뤄지는 산업 시스템의 변화로 ‘정보혁명’이라고도 불린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모바일 등 정보통신기술에 의해 기존 사회가 융합·발전해나간다. 코로나19 이후 온택트(Ontact) 시대를 맞아 우리의 삶은 큰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그 중심에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이들은 정보를 공유한다. 자신의 거래 정보가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정보 공유는 안정성을 높인다. 가장 객관적인 기록자인 ‘블록체인’은 경제활동과 산업구조에 있어서 인간이 겪었던 한계점을 돌파할 수 있다.

공학 전공의 대학생 입장에서 볼 때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전문 분야에 혁신을 가져오는 듯했다. 단 한 분야, 토목공학만 제외하고. 중앙대 건설환경플랜트공학과(토목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박민서 학생은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의 홍수 속에서 토목공학만 논외로 치는 것에 결핍을 느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 토목공학의 미래와 변화를 고민했다. 해당 분야의 교수를 찾아가 자신이 고안한 연구 주제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그가 토목공학 학부 과정을 마치고 관련 분야 대학원에 입학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현재 건설경영정보연구실에서 ‘건설현장 관리 및 블록체인 도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는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 CM) 분야를 대학원 전공으로 택하고 세부전공으로 스마트시티(Smart City)를 선택했다. 연구 주제는 ‘스마트 시티에서의 건설사업 관리와 블록체인의 건설현장 및 관리에 있어서의 도입 방안’으로 정했다.

C-Link 학회 회원들이 블록체인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민서)
C-Link 학회 회원들이 블록체인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민서)

-두 가지 전공을 동시에 공부하는 게 힘들진 않았나.

“힘들 줄은 알고 시작했는데, 각오한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든, 토목공학에 관한 세부 연구를 진행하든 컴퓨터 공학 관련 지식은 필수 요건처럼 느껴져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었다. 토목공학을 제외한 다른 공학들은 4차 산업혁명과 결을 맞춰 빠르게 혁신을 이루고 있는 듯했다. 그 당시엔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토목공학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산업군이다. 신기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실용화하는 속도가 유독 느린 것을 보면서, 토목공학과 건설사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기 위해서 어떤 지식이 필요할지 고민했고, 주변의 조언을 들어봤다. 역시나 돌아오는 답변은 컴퓨터공학이었다. 필요한 기술을 프로그래밍하고 현장에 적용하는데 사용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공학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면서 건설현장 및 관리 시설에서 블록체인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사례를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블록체인 전문 지식을 갖추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 없었나.

“블록체인 강사로 활동하면서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멋쟁이 사자처럼’은 국내외 수천명의 대학생에게 유익한 프로그래밍 강의를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거기서 블록체인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로 활동했다. 매일 8시간씩 주 5일, 8주 동안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온라인 수업 방식이 어색했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강의를 진행하면서 틈틈이 수강생들에게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그런데 꽤 많은 학생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수업의 난이도가 높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론수업 비중을 줄이고 실습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업 방식을 바꿨다.”

-용어 자체를 처음 들어볼 정도로 어렵게 느껴진다. 어떤 실습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 차라리 사전지식 없이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강의가 개설됐을 때, 강의를 찾아 들을 정도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관심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에 대해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함께 교정했지만 이후에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수업을 듣지 않는 분들은 왜곡된 시각을 유지하고 있을 게 아닌가.

‘파이썬(Python,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으로 간단한 블록체인을 만들고 구동해보고, ‘Solidity 코드(이더리움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 구현용 언어)’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작성하고, ‘Truffle(DAPP 개발·배포·환경을 제공해주는 프레임워크)’ ‘Ganache(테스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간이 블록체인)’를 이용해 간이 블록체인을 구동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특강을 진행할 때는 꼭 메타마스크(Metamask, 가상화폐 지갑의 한 종류) 지갑을 사용하는 과정을 커리큘럼에 포함시켰다. 투자 경험이 있는 수강생이 있더라도 거래소 지갑 외에 다른 지갑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갑 사용 실습’을 통해 이론으로 배웠던 블록체인의 구조와 특징을 빠르게 적용해볼 수 있었다.

많은 수강생들이 ‘블록의 구조’ ‘체인의 구조’ ‘네트워크 전파’ 과정을 이론으로 배운 후, 각각의 개념은 이해하지만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지갑 사용 실습이 이뤄진 거다. 메타마스크를 직접 사용해 A지갑에서 B지갑으로 암호화폐를 이동시키고, 거래과정이 체인에 기록되는 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에는 훨씬 빠르게 개념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멋쟁이 사자에서 블록체인 강의를 할 때 커리큘럼 사진. (박민서)
멋쟁이 사자에서 블록체인 강의를 할 때의 수업 자료 중 하나이다. (박민서)

-강사로 활동한 경험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게 있나.

“강사는 내가 겪었던 문제를 다른 이들이 똑같이 겪고 있을 때 조금 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이정표를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에 C-Link 학회를 설립했는데 처음에는 커리큘럼이 정리되지 않아 정보를 전달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블록체인 강사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 되자 이전보다 훨씬 더 체계적으로 ‘이론에 대한 백서를 쓸 수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는 ‘블록체인 세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블록체인의 생태계를 소개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규칙을 알려준다. 이미 그 세계를 엿본 사람들에게는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처음 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재미있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그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애정을 갖고 하는 일이기에 가능하다. 사람들에게 블록체인 세계를 소개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는 무엇인가.

“산업 전반에서의 블록체인 연구와 적용 사례를 대표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건설 현장에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다. 그 중에는 ‘드론’ ‘머신러닝을 이용한 이미지 인식’ ‘IoT(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해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하는 지능형 기술)를 이용한 센서 관리’ ‘교통량과 날씨 예측’ 등이 있다.

연구를 시작한 후 블록체인이 건설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는 사례를 탐구하기 위해 2019년 자료부터 살폈다. 2020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건설업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는 실제 적용 사례들이 하나 둘 눈에 띄었다. 가장 자주 논의되는 것으로 ‘계약’ ‘Supply Chain’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 혹은 장비, 사물을 가상세계에서 구현한 것)’ ‘문서관리’ ‘BIM(건축 정보 모델로 표현한 디지털 모형)’ ‘IoT’ 그리고 ‘건설경제’가 있었다. 아쉬운 건 이것들 역시 초기 단계로, 일정부분만 구현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최근 SCI급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기 위해 관련 논문들을 찾아봤다. 크게 보면 정보관리(계약·문서관리·BIM·IoT)와 Supply Chain, 그리고 페이먼트(계약·건설경제)로 나뉜다. 정보관리와 Supply Chain은 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Chain, 신원 확인자만 접근할 수 있으며 데이터를 여러 서버에 분산·저장해 보안을 강화하는 기업형 솔루션으로 적합)인 ‘Hyper ledger Fabric’을 사용하고 건설경제는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Chain, 누구나 접근 가능하며 탈중앙성이 높아 금융 업무에 주로 활용)인 ‘Ethereum’ 등을 암호화폐로 사용한다. 이런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릭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사례를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방법론적으로는 선구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만한 당위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BIM 관련 경제 실용성은 어떤지 궁금하다.

“BIM 관련 논문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두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건설 산업 특성상 오랜 기간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도중에 설계도와 투입자원 등 다양한 정보가 바뀌는 일이 잦다. 이 과정에서 각자가 이해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달라 혼선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논문만 있을 뿐 실제 개발 결과를 볼 수 있는 논문은 많지 않아 아쉬움을 느낀다.”

-건설 경제는 어떤가. 경제 분야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만큼 블록체인 기술을 더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을 텐데.

“경제 분야가 가장 빠르게 결과를 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건설 산업에서 자금의 흐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건설사는 규모에 따라 매년 특정 시기에 일정량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자금 흐름에 있어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회사는 곧바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건설 계약에서 ‘갑을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자금을 주는 ‘갑’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늦게 돈을 지불하려 하고, 자금을 받는 ‘을’의 입장에선 최대한 빨리 받아내려 노력한다. 이렇게 명확하게 갑·을 관계가 형성됐다는 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업체 간 역학관계를 최대한 배제하고 자동화된 대금 결제 및 지급을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해 자동화하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블록체인 기술로 토목공학 분야에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는 어떻게 달성할 생각인가.

“내가 속해 있는 연구실은 블록체인을 이용해 분쟁관리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서관리 및 진위검증 시스템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실질적인 개발을 도맡아서 진행하고 있는데 완성 단계에 다다랐다. 업무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통 수단이 이메일(E-Mail)이라는 점을 고안해 이메일을 연동시킨 블록체인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메일을 보낸 직후 해당 내용이 암호화돼 자동으로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추후에 분쟁이 발생해 특정 문서의 내용을 확인해야 할 때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를 기반으로 진위 검증을 빠르게 이뤄낼 수 있다. 추후 연구로는 계약서를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로 작성하고 블록체인과 연동해 자동화하는 연구를 진행하려 한다.

토목공학도 결국은 공학이다. 기술적 문제에 대해 탐구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기술적 문제는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발생하기 전에 사고를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블록체인이 공학 분야에서 선진적인 동시에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는 두 학문의 융합이 실질적으로 활용된 사례가 아직까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건설현장에서 사용할 프로그램만을 고안하지 않듯, 건설업계 사람들 역시 자동화 프로그래밍에 모든 걸 맡기지 않는다. 하지만 두 개의 학문이 결합하는 순간 4차 산업혁명에서 토목공학의 입지는 명확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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