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CEO 열전] K배터리, 세계무대서 각개약진…누가 기선 제압할까
[배터리 3사 CEO 열전] K배터리, 세계무대서 각개약진…누가 기선 제압할까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4.01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김준 SK이노베이션·전영현 삼성SDI 사장
(왼쪽부터)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왼쪽부터)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각 사>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K배터리를 향한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난적’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다 완성차 기업들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은 끝장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유럽 시장 판매에 힘입어 약진했던 배터리 3사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도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당장 ‘K배터리의 위기’라는 식의 분석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와 위협 요소를 셈했을 때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처한 상황도 각각 달라 K배터리라고 통칭할 수 없다는 인식도 강하다.

K배터리는 ‘기술·품질’에 대한 신뢰 확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만큼은 공유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모두 ‘기술·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폭스바겐 각형 배터리 내재화 선언 K배터리 위기?

지난 3월 배터리 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독일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일이다. 폭스바겐은 3월 15일 열린 파워데이에서 50%의 배터리 비용을 절감하고 2030년까지 240기가와트시(GWh)의 내재화를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 기준 국내 1위, 세계 2위의 배터리 판매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배터리 생산능력이 120GWh인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폭스바겐 내재화 전략 핵심은 각형 배터리셀 중심으로의 재편이다.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 비중을 8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각각 지분 20%와 27%를 보유한 스웨덴 노스볼트, 중국 궈시안과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 1월 기준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세계 1위 기업인 CATL도 각형 배터리를 위주로 하고 있다. 이런 전략에 따른 국내 3사의 유·불리는 각각 다르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에는 ‘기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는 ‘손해’라는 게 기본적인 인식이다.

LG와 SK 두 기업만 놓고 보면 SK의 손해가 좀 더 커 보인다. SNE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 1월 기준 글로벌 판매량에서 세계 2위(2.5GWh)인 LG는 그만큼 거래처도 많아 자사 배터리 판매량에서 폭스바겐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반면 세계 7위(0.5GWh) 판매량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국내 3사 가운데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주요 제품으로 채택하고 있는 세계 5위 삼성SDI(0.7GWh)에는 확실히 수혜다. 삼성SDI에서는 자사의 기회라고 해석하는 시장 판단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지만, 각형 기술력이 세계 수준인 삼성SDI를 폭스바겐이 외면하기 어려울 거라는 시각이 경쟁업체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신생기업인 노스볼트가 각형 배터리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며 “홍보를 잘 안 해서 사람들이 모르는데, 세계 최고의 각형 배터리는 삼성에서 만들고 있다. 수많은 물량이 쏟아질 거고 삼성에도 기회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자사에 손해라는 점은 인식하면서도 전기차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고려하면 극복할 만한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큰 고객 중 한 곳이 각형으로 내재화하겠다는 게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폭스바겐은 현재로서도 LG, 삼성, CATL, SK 등 다양한 업체의 배터리를 쓰고 있기 때문에 LG가 남은 20% 분량을 충실히 수주할 수 있도록 현상유지를 해나가는 전략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시장의 크기가 장기적으로 줄어들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오히려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시점이라 당장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전’ 강조한 김종현 사장, 리콜·소송·IPO ‘바쁘다 바빠’

이런 가운데 업계 1위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끄는 김종현 사장은 올해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김 사장 스스로는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안전’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LG는 성능 면에서 자동차, 정보기술(IT),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 영역에서 리튬 전지 시장을 선도해 왔고 업계 표준을 만들어 왔지만, 시장 확대에 따라 더욱 중요해지는 안전성과 신뢰성 면에서 우리의 노력이 충분했는지, 나와 우리 가족이 진정으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안전성과 신뢰성에서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데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자”며 “사업과 모든 의사결정의 최우선 순위를 품질에 두고, 이에 맞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자체 배터리 셀을 살펴보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자체 배터리 셀을 살펴보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

김 사장의 ‘안전 강조’는 LG에너지솔루션이 처한 위기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5일 현대자동차와의 코나 전기차(EV) 리콜 분담에 합의하면서 자사 70%, 현대차 30%의 분담 비율에 합의했다. 재무제표상 책정 비용이 5550억원으로 미리 책정해 둔 1000억원 가량을 포함하면 대략 6500억원 정도가 리콜 비용으로 나가게 됐다.

분사 직전 법인인 LG화학은 “셀 제조사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화재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해 고객사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이와 병행해 고객사의 리콜 조치에 적극 동참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예상되는 소요 비용은 회계 기준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 선반영했고, 앞으로 리콜 경과에 따라 일부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 곳곳에서 리콜 수순을 밟고 있는 점도 문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월 폭스바겐 전기차 e-UP과 폭스바겐 자회사 스코타·시아트의 전기차 ‘Citigo’와 ‘E-Mii’을 리콜 대상으로 지목했다. 모두 213대 차량인데, EU 집행위원회는 손상된 배터리 셀의 화재 위험성을 언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셀이 아닌 모듈 제작 과정에서의 손상에 따른 선제적 회수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잇따른 리콜이 이미지에 끼치는 악영향은 피하기 어렵다.

SK이노베이션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이 예상과 달리 끝장 대결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월 10일(현지시각)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제품의 수입·판매, 제품 광고 등을 10년간 금지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2019년 4월 LG가 SK를 영업비밀 침해 명목으로 제소한지 2년 가까이 돼서야 얻어낸 최종 판결이다.

당초 판결 이후 두 회사가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업계 내부에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거부권 행사까지 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크다. 수조원과 수천억이라는 양쪽의 합의금 규모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LG에 잡음이 잇따르면서 올해로 계획된 기업공개(IPO)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IPO에서 기존 기업가치 전망치가 최대 100조원까지 예상됐으나 이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와신상담 김준 사장, 바이든 거부권 행사 이끌어낼까

지난해 1월 미국에서 개최된 CES 2020 행사에 김준 총괄사장을 비롯한 SK이노베이션 경영진.
지난해 1월 미국에서 개최된 CES 2020 행사에 김준 총괄사장을 비롯한 SK이노베이션 경영진.<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무엇보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영업비밀침해’ 소송전이 끝장 대결 양상으로 진행되는 게 부담스럽다. 미국 내 배터리 사업을 철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은 ITC 판결 이후 60일 이내에 미국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거부권’을 이끌어내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10년 수입 금지 조치는 효력을 발생할 수 없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25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감사위원회는 3월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경쟁사의 요구 조건을 이사회 차원에서 앞으로 면밀히 들여다보겠지만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과도한 배상금을 요구할 경우 미국 사업 철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양사의 입장 차이는 협상을 시작한 이후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상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철수까지 고려하는 데도 그만한 이유는 있다. LG가 제시한 약 3조원 정도의 합의금은 미국 내에서 SK가 10년간 영업을 하더라도 벌기 어려운 규모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1위를 질주한 LG에너지솔루션조차 한 해 영업이익 3883억원으로 첫 흑자 전환을 이뤘을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4분기 리콜 충당금이 반영되며 국내 배터리 3사의 연간 영업이익 흑자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10년간 사례가 1번밖에 없어서다. 이마저도 지난 2013년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승소한 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행사했다. 당시 거부권 행사의 대상이 미국 기업인 애플로 ‘자국 국민들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여론이 거셌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4월 12일 발효된다.

배터리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조지아주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적재산권을 지켜나간다는 기조를 표방하고 있는 입장에서 거부권 행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잡음 없는 전영현 사장, 경쟁사 2곳과 결 다른 행보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상대적으로 ‘무풍지대’에 서 있다. 특별한 호재도 없지만 커다란 악재도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업체 두 곳이 파우치형 배터리셀을 주력으로 하면서 각종 분쟁으로 얽혀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조용한 실적이 더욱 눈에 띈다. 삼성SDI 내부에서는 ‘따뜻한 무관심’이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전 사장은 2017년 3월 취임한 이후 눈에 띄는 실적 상승세를 이끈 주인공이다. 2016년 8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로 배터리를 납품한 업체 삼성SDI가 위기에 빠진 이후 부임했다. 그렇게 취임한 첫해, 3년 만의 흑자 달성을 이뤘다. 이후 2018~2020년 평균 6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회사 경영을 탄탄히 따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2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에게 30억불 수출의 탑을 수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2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에게 30억불 수출의 탑을 수여하고 있다.<뉴시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올해 안에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흑자 전환이 현실화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국내 기업 가운데 두 번째다.

폭스바겐의 각형 채택 선언으로 인한 수혜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전 사장은 신년사에서 ‘최고 품질 확보’와 ‘안전 문제 제로(0)’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다. 전 사장은 이를 위해 ▲절대적인 품질 확보 ▲제품 경쟁력 강화 ▲역동적인 조직문화 구축 등을 도전 과제로 꼽았다. 전 사장은 “안전을 기반으로 한 절대적인 품질 확보는 그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업의 본질’”이라며 “배터리와 전자 재료의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자. 기존 대비 제품 품질을 1000배 이상 세밀하게 관리하자”고 강조했다.

이런 품질 강조는 가파른 연구개발비 상승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전 사장 취임 첫해 5271억원이던 연구개발비용은 2018년 6048억원, 2019년 7126억원, 2020년 8083억원으로 매년 상승했다. 매출액 대비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다.

10년간 전기차 시장 11배, 배터리 19배 껑충

각양각색 K-배터리는 따로 또 같이 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전기차 시장 규모가 급속히 성장하면 지금의 우려가 기우가 될 거라는 예상도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시장 진출은 규모의 성장 속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경쟁 과정이고, 20년 넘게 쌓인 국내 업계들의 기술력과 생산 설비 투자를 외면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은 2020년 10월 내놓은 ‘전기차 시장 전망: 2030년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 리포트에서 전기차 시장 규모가 2025년 1120만대, 2030년 311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가별 비중은 중국 49%, 유럽 27%, 미국 14%로 예상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집계한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94만3172대다. 전년보다 44% 증가한 수치다. 1위는 테슬라, 2위는 폭스바겐과 포르쉐 등이 있는 VW그룹, 3위는 GM, 4위 현대차그룹 순서다. 유진투자증권이 3월 22일 내놓은 ‘전기차 수요 빅뱅 시작, K배터리 우려 과해’ 보고서도 2025년 1296만대, 2030년 3288만대로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전기차 판매는 약 11배,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19배 폭증할 거라는 예상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에 불과한 전기차 시장 비중은 앞으로 20년간 100%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력과 규모의 경제면에서 최선두권인 K 배터리 업체들에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