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인가
의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인가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21.03.02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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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의 안하무인이 도를 넘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라고 부여한 독점적 진료권을 사익 챙기기에 악용하고 있다.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의협은 총파업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들이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집행종료 후 5년, 금고이상 집행유예를 받았을 땐 유예기간 종료 후 2년, 선고유예를 받았을 땐 유예 종료시까지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은 의료행위와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 금고이상 형을 선고받았을 때만 면허를 취소하도록 돼 있다.

변호사·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직 종사자는 금고이상 형을 받으면 예외 없이 일정 기간 면허가 취소된다. 때문에 그동안 의사에게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의협은 개정안을 면허강탈 법안으로 규정하고 법안이 통과될 경우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백신접종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엄중한 상황에서 환자를 내팽개치겠다는 의협 집행부의 무책임이 놀라울 따름이다. 직업윤리가 그만큼 박약하다는 뜻이다.

의료법 개정안의 골자는 살인·강도·성폭행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 면허를 정지·취소하는 것이다. 이런 중범죄자가 가운을 입고 환자 몸에 메스를 들이대고, 약을 처방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의료계가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의협은 코로나19 2차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파업에 나섰다. 응급실에서 환자들이 아우성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사들은 현장을 떠났다. 국민은 이런 모습을 보며 울분을 넘어 참담함을 느껴야 했다.

‘2019년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의사·변호사·교수·언론인·종교인 등 전문직 피의자는 5만2893명이다. 이 가운데 의사가 5135명(9.7%)으로 가장 많다. 같은 해 전체 의사 수(12만여명)가 변호사(3만여명)보다 많지만 전체 인원대비 비율로 따져도 범죄를 저지른 의사 비율(4.1%)이 변호사(2.2%)보다 2배 가까이 많다. 특히 최근 5년(2015~2019년)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613명에 달한다. 실상이 이런데도 현행법으로는 의사가 살인·성폭행을 저질러도 면허를 취소할 길이 없다.

국회는 의료법 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의협의 눈치를 보는 듯해서 염려스럽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하필 이 때 의사 심기를 건드렸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의료진이 고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꼭 개정안을 밀어붙여야 하는지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고 맞장구 쳤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법을 만드는데 의사들의 ‘심기’를 살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정치권에서 자꾸 의협을 두둔하니까 그들이 더욱 기고만장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의사 면허는 신이 내린 신성불가침한 것이 아니다. 의협은 치외법권 지대에 존재하는 집단이 아니다. 대통령이라도 중범죄를 저지르면 법의 이름으로 권한을 회수하는 게 민주국가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잡고 몽니를 부리는 것은 특권을 계속 누리겠다는 이기적 심보일 뿐이다. 의협은 국민으로부터 고립되는 어리석은 행동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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