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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저주? 대기업 면세점은 왜 백기를 드나
박근혜의 저주? 대기업 면세점은 왜 백기를 드나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9.10.3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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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개입해 특허권 남발로 경쟁력 상실...한화·두산 이어 중소사업자 철수 이어질 듯
최근 한화와 두산이 수익성 악화를 사유로 면세점 사업에서 연이어 폐업 의사를 밝히면서 면세업계 전반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인사이트코리아
최근 한화와 두산이 수익성 악화를 사유로 면세점 사업서 연이어 철수 의사를 밝히면서, 면세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인사이트코리아>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최근 면세사업을 운영하던 대기업들이 잇달아 백기를 들면서 업계에서는 정부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의 시장규모와 총 매출액이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는 있지만 정부가 너무 많은 사업권을 내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체 면세점 매출액은 2조242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시장 규모도 매년 꾸준히 증가해 올해 최대 25조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5조원 대비 약 66%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체 시장 규모는 늘었지만 업황은 반대 상황에 놓였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이른바 ‘빅3’를 제외하고는 수익성 악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만 한화그룹과 두산그룹이 잇따라 면세점 사업  철수 의사를 밝히며 업계 전반에 빨간 불이 켜졌다. 

원인은 역시 수익성 악화다. 지난 29일 두산은 이사회를 열고 면세특허를 반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6년 5월 개점한 ‘두타면세점’은 연 매출 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해 지난해 반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다시 적자가 예상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고 업계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내내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지난 9월에는 한화그룹 계열 한화갤러리아가 여의도 63빌딩을 입지로 한 ‘한화갤러리아 면세점63’의 영업을 종료하고 문을 닫았다.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 영업 중 10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주요 대기업이 사업권을 따기 위해 격전을 벌였던 면세시장이 업체 포화와 출혈 경쟁으로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허권을 남발하는 정부 ▲기업들의 무분별한 진출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 개별 관광객 감소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박근혜 정부의 '면세점 입찰조작'...나비효과로 이어져

그중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정부 정책의 방향성이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선 한화와 두산이 특허를 함께 취득했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한화와 두산을 가리켜 ‘승자의 저주’라고 일컫는 이유가 2015년 당시에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엔 기업들을 대상으로 2개의 면세점 입찰 공고가 진행됐다. 7월 신규사업자 공고와 11월에 이뤄진 후속사업자 선정공고였다.

특히 7월에 시행된 면세점 신규사업자 공고는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그해 1월 15일 관세청과 기획재정부가 합동으로 마련한 ‘관광인프라 및 기업혁신투자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기획됐다. 당시 대책의 주요 내용은 ‘2015년 7월에 서울지역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를 발급할 것’과 ‘향후 추가 특허발급 여부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와 면세점 혼잡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년마다 검토하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해 2월 관세청은 서울 3개(대기업 2개·중소중견기업 1개), 제주 1개 등 총 4개의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 공고를 냈다. 당시 7개의 유통기업이 모두 뛰어들었고 업계에선 '오너들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얘기도 돌았다. 여기서 서울 시내 신규사업권을 따낸 곳이 바로 한화갤러리아와 HDC신라다.

그해 11월엔 서울(3개)과 부산(1개), 충남(1개) 등 총 5개 면세점 운영 기업의 특허권 만료에 따라 입찰과 심사가 진행됐고, 서울 시내 후속사업자로 SK워커힐→신세계디에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두산, 롯데면세점 소공점→롯데면세점 소공점(유지)이 선정됐다.

관세청은 2016년에도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4개를 추가로 발급했고, 현대백화점이 신규 특허를 취득하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 재취득에 성공했다. 문제는 2015년 서울 시내에 3개의 신규 특허를 발급한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4개가 더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면세점 수는 ▲2014년 6개 ▲2015년 9개 ▲2016년(2017년부터 운영) 13개로 2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급작스럽게 특허권이 남발되자 업계 내부에선 경영 악화가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컸고, 정치권에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해당 사안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신동빈 롯데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와 함께 부각됐고 감사원 특별감사와 검찰 조사가 이어졌다.

당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주요 내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 ▲2015년 7월, 호텔롯데(롯데면세점) 과도한 점수 깎임→한화갤러리아 신규사업자로 선정 ▲2015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기업 독과점규제 방안 마련하라” “롯데에 강한 경고를 보내라”고 청와대 경제수석실·관세청 등 주요 경제부처에 지시 ▲2015년 11월, 호텔롯데 과도한 점수 깎임→호텔롯데 탈락하고 두산이 후속사업자로 선정 ▲청와대 지시로 기재부·관세청이 기초자료 왜곡해 2016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4개’로 과다 산정(연구용역 결과로는 최대 1개) ▲2016년 3월 박근혜-신동빈 단독 면담 후 최순실 측에 70억원 뇌물제공 ▲2016년 12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 등 잡음이 이어졌다.

검찰은 '2015년 면세점 면허 비위’에 대해 1년간 조사한 결과 관세청 임직원 10여 명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고, 2016년 면세점 신규사업자 특허 심사 과정은 국정농단 수사에 포함돼 있어 수사 종결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2015년에 이뤄진 2차례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선 특별히 의심가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지만,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엔 최근 대법원 최종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공여한 점이 유죄로 인정됐다.

현재 업계 내부에선 “정부가 개입한 면세점 입찰조작의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권력 핵심부가 시장에 개입해 좌지우지 하면서 업계 전반에 불똥이 튀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특허권은 관세청장의 재량인데 당시 대통령과 기재부가 개입한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며 “2015년 당시부터 입찰조작 얘기가 돌았고 결국 2016년엔 특허권이 추가되면서 결론적으로 현재 면세업계 모든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권 바뀌어도 '특허권 남발'은 여전..."사실상 '등록제'"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도 시내면세점 추가에 나서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11월 서울(3개)·광주(1개)·인천(1개)에 대기업 시내 면세점 5곳을 새로 허용하기로 했다. 충남 지역에 중소·중견기업 기준으로 특허권 1개가 추가되는 것을 감안하면, 전국에 총 6개의 신규 사업권을 발급하겠다는 것이다.

매달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면서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면세업계는 정부의 시내면세점 추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을 비롯해 중소·중견 업체들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업계 안팎에선 곧 백기를 들 중소면세점 몇몇 곳이 회자되고 있다.

업계에선 면세사업이 과거 1978년 이후 특허사업으로 지정됐지만, 최근엔 ‘등록제’에 가까울 정도로 특허권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면세점 특허권을 늘리는 이유에 대해선 ‘고용 창출’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상 면세점 1개가 문을 열면 일자리 2000~3000여개가 마련되기 때문에 정부는 면세점 고시에 적시된 요건만 충족되면 입찰을 공고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2018년 7월 면세점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당시엔 전국 시내 면세점에서 외국인 매출액과 이용자수가 50% 이상이고, 지자체별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할 경우를 동시에 충족해야 신규 특허를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면세점 특허갱신, 신규특허 요건 완화 등의 제도개선’을 통해 지자체별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00억원 이상 증가하거나 지자체별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20만명 이상 증가할 경우 중 어느 한 조건만 충족하면 면세점 특허를 추가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든 현재든 정부가 면세업계의 시장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진입장벽을 높였다 낮췄다 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허가산업에 방송 등 여러 가지 카테고리가 있는데 유독 면세업에 헐렁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는 ‘입찰에 원해서 들어왔으니 우리가 허가를 해주면 그 경영을 알아서 잘해보고 안 되겠으면 반납하라. 그것은 기업의 몫이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허가권을 쥐고 있는 곳에서 시장 상황과 시장 플레이어의 목소리를 좀 더 들어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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