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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 이상 수익 추구하는 ‘지적재산권 펀드’
연 10% 이상 수익 추구하는 ‘지적재산권 펀드’
  • 서정기 한국대안투자자산운용 대표
  • 승인 2019.09.0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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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998년 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획기적인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당시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 미국의 인텔이 테크서치(Tech Search)라는 회사로부터 자신들이 사들인 특허기술을 도용했다는 이유로 불의의 소송을 당하는데, 요구한 배상액이 특허권을 사들인 가격의 무려 1만 배에 달했다.

당시 인텔 측 사내변호사로 활동했던 피터 뎃킨(Peter Detkin)은 이런 테크서치를 가리켜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비난했다. 이 사건은 특허 또는 지적재산권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의 산업계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0년 아이러니하게도 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주도해 설립한 IV(Intellectual Ventures)는 현재 대표적인 ‘특허괴물’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최선의 방어는 최선의 공격’ 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당하지 않으려고 먼저 공격 태세를 갖춘 격인데, 그만큼 ‘특허괴물’은 현대 산업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산업계 이단아 토종 ‘특허괴물’ 등장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세계 ‘특허괴물’의 표적이 되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해 기업 경쟁력 악화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에는 국내에 토종 ‘특허괴물’이 등장해 애플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하여 화제가 됐다.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으로 국내 모 은행 2곳이 사모펀드를 만들어 팬택(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의 특허를 사들인 다음 애플을 공격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당하기만 하다가 공격을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펀드가 특허(Patents)·상표·디자인·저작권 등을 사들여, 그 지적재산권을 사용하고 있는 회사로부터 사용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펀드를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재산권) 펀드’라고 한다.

국내에는 2000년대 중반 모 자산운용사가 첫 선을 보였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IP 펀드가 수익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기술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펀드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을 사용하는 대가로 러닝로열티(Running Royalty)를 받는 것으로, 이는 가장 정상적인 수익모델이다.

현대의 기술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융합하고 얽혀있기 때문에 스스로 개발했다 하더라도, 이미 특허권이 등록돼 있는지를 잘 모르는 경 우가 많다. 특허 보유자(IP펀드)는 이러한 기업들을 찾아내 특허 침해 사실을 알리고, 기술사용료 협상에 돌입한다. 협상이 잘 마무리될 경우, 이를 바탕으로 10년 또는 수십 년 동안 러닝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술 사용료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는 강제적인 수단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법적인 소송을 통해 기술료가 정해지는 것이 두 번째 수익 창출 방법이다. 특허 분쟁이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 ITC(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국제무역 위원회) 제소가 더 효율적일 때도 있다.

펀드의 수익은 지적재산권을 사들인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부터 발생하는데, 연 10% 이상 고수익도 가능하다. 다만, 펀드 기간이 5년에서 15년 정도로 다소 길다는 점은 투자자에 따라 장단점이 될 수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있 듯이 ‘특허괴물’의 희생양이 돼왔던 우리나라 산업계도 ‘IP 펀드’에 힘입어 ‘특허괴물’ 수혜자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