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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가야 할 ‘베트남의 길’
김정은이 가야 할 ‘베트남의 길’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01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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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판문점회담에서 베트남식 개혁·개방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대북 제재 완화 방안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됐다.

장시간 열차를 타고 이동하며, 역동적인 개방도시 하노이를 보며, 성과 없이 귀국 길에 오르며 김 위원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베트남 방문 길에 같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경제를 발전시킨 원동력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걷고자 하는 길은 베트남이 1986년 채택한 ‘도이머이’다. 베트남어 ‘도이’는 바꾼다, ‘머이’는 새롭다는 뜻이다. 즉 도이머이는 ‘새롭게 바꾼다’, 쇄신을 일컫는다. 도이머이의 특징은 동유럽식 급진적 개혁과 중국식 점진적 개혁 정책의 절충이다. 시장가격 도입과 대외개방은 신속 과감하게 추진하되 농업과 국영기업 개혁은 단계적으로 진행했다. 국민의 80%가 농민과 농촌 거주자인 농업국가라는 현실을 고려했다.

공산화 초기 옛 소련형 성장모델을 추구하자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공업화는 더디고 식량부족 사태를 겪었다. 이에 중공업 중심 산업화 전략 대신 농업 진흥과 소비재 중심 경공업 육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영기업도 급격한 민영화보다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통합하는 방식으로 정비했다.

개혁·개방의 초기 성과는 정부 의지와 달리 더뎠다. 관건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었다. 1995년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고, 2000년 무역협정을 맺었다.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을 증대시킬 기반을 확보했다.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외국인투자의 지속적 유입 여건도 갖췄다. 일련의 노력이 성과를 보며 2000~2018년 베트남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6.6%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베트남의 길’을 제시하며 김정은에 손짓한 배경이었다.

지금 북한에선 사회주의 배급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주민들이 부족한 물품을 장마당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북한이 처한 여건 중 상당 부분이 베트남과 유사하다. 북한의 유리한 조건으로 천연자원, 산업입지, 노동력이 꼽힌다.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가 북한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는 배경이기도 하다. 북한이 산업구조와 비교우위를 고려해 몸에 맞는 발전 전략을 가동하면 베트남 이상의 경제성장을 꾀할 수 있다.

베트남은 개혁·개방, 대미 관계개선에서 북한의 선배 국가다. 북한으로선 이념보다 현실, 이론 대신 현장을 중시한 베트남의 실용주의를 확실하게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그저 도이머이 모델의 외형을 베낀다고 북한의 경제발전이 따라오지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미국 협상단에 “내 아이들이 평생 핵무기를 짊어지고 살길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북한의 최고 존엄이기에 앞서 자식을 둔 아버지요, 가장이다. 그의 말대로 북한의 미래세대가 핵을 짊어진 채 허덕일지 개혁·개방에 성공한 기성세대 덕분에 인간답게 살지는 김 위원장의 결단과 리더십에 달렸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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