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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정치’의 데드 크로스
‘이벤트 정치’의 데드 크로스
  • 양재찬 경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3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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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크로스는 주식시장 용어로 주가의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이동평균선을 아래로 뚫는 현상을 가리킨다.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하는 골든 크로스의 반대 개념이다. 

골든 크로스가 상승장에서 주식의 매입시점을 알려주는 반면 데드 크로스는 매도시점을 나타낸다. 하지만 하락장에서 데드 크로스는 해당 주식을 팔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정치판에서도 이 용어가 활용된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나 선거 때 유력후보들과 정당의 지지율 판세를 읽는데 쓰인다. 선거 때는 지지율 변화를 읽어 후보자를 고르면 되지만, 5년 임기가 정해져 있는 대통령의 지지율 데드 크로스에는 국민이 어쩌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역대 정권을 보면 집권 2년차 징크스로 데드 크로스가 나타나곤 했다. 그 바람에 조기 레임덕에 빠져 국정 추동력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도 이를 피해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국갤럽의 12월 셋째 주 조사에서 부정평가(46%)가 긍정평가(45%)를 앞질렀다. 취임 1년 7개월만의 첫 데드 크로스다.

주식시장에서 데드 크로스가 발생하면 시장을 움직일만한 획기적인 경영개선 방안을 내놓아야 대세 반전이 가능하다. 신상품 출시나 서비스 개선이 어렵다면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기업의 핵심 역량 및 미래 비전과 거리가 있는 사업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핵심 경영진을 교체하는 인적 쇄신도 긴요하다.

국정 지지율의 데드 크로스에도 이를 원용할 수 있다. 타개책은 국정 지지율 부정평가의 원인 분석에서 출발해야 마땅하다. 부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7%)이다. 국민의 절반이 정부의 민생․경제 정책을 불신하고 있음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청와대에 상황판까지 설치한 채 고용을 독려했지만, 시장을 거스르는 무리한 정책 탓에 실업자 수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을 필두로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였지만,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고용·투자 지표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신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절실한데도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은 지지층과 노조의 반대에 부닥쳐 진전이 없다.

경제·민생 문제 외에도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 협상, 청와대 특별감찰반 폭로 파문, 카풀 논란과 택시파업, 태안발전소 비정규직 사망사고 등 정치·사회적 상황도 가세했다. 그동안 지지율 하락과 반등이 오간 것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 등 정치 이벤트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지율이 꺾이기 시작하자 이벤트도 통하지 않는다. 

국정운영에 등을 돌리는 국민이 더 많은 이상 청와대가 스스로 변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 등 이벤트로 잠깐의 지지율 반등을 꾀할 수 있어도 경제·민생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모래성에 불과하다. 시장이 실패로 판정한 경제정책에 대한 속도조절과 궤도수정이 요구된다. 

취임 초 약속한 탕평·협치·소통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민은 문 대통령 취임사 중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표현을 기억한다. 그나마 잊히기 전에 과감한 인적쇄신과 정책전환으로 신년 초 국민에게 기대를 갖게 하는 ‘새해효과’ 극대화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양재찬 경제 칼럼니스트
한양대 겸임교수 언론학(경제저널리즘) 박사
아시아경제 전 논설실장
중앙일보 전 경제부장·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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