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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은 난장판...‘혼란 마케팅’으로 갑부가 되다
매장은 난장판...‘혼란 마케팅’으로 갑부가 되다
  • 조혜승
  • 승인 2018.10.04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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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에 창업해 ‘소매유통 제왕’ 오른 키쇼르 비야니 퓨처그룹 창업자
키쇼르 비야니 퓨처그룹 회장.<오화석>

인도 도시에 가면 슈퍼체인 ‘빅 바자르(바자르는 인도어로‘마켓’을 의미)’, 식품체인 ’푸드바자르’, 의복체인 ‘판타룬(Pantaloon)’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인도의 대표 소매체인업체다. 

이들 체인의 모기업인 퓨처그룹은 2012년 현재 인도 전국 80여개 도시에 300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매장 규모가 3000만 평방피트가 넘고 고용인원은 3만5000여 명에 이른다. 

퓨처그룹의 주력 기업은 판타룬 리테일로 소매가 핵심 분야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모펀드PE, 소비자금융, 보험 등 금융 부문으로도 사업영역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2014년 회계연도(2013년 7월~2014년 6월) 매출은 1550억 루피(약 3조원)로 인도 소매 체인분야 최대를 기록했다. 경쟁사는 인도 최대의 재벌 릴라이언스 그룹이 운영하는 릴라이언스 리테일로, 이 회사는 같은 해 1440억 루피의 매출을 기록했다. 

퓨처그룹 창업주인 키쇼르 비야니(Kishore Biyani) 회장은 2001년 빅바자르를 창업한 후 브랜드 소매 체인시장의 불모지인 인도에 ‘소매 혁명’을 일으키며 인도 유통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그가 보유한 재산은 2015년 10월 현재 13억 달러. 그는 2007년 명망 있는 미국의 소매업자연맹 ANRF에 의해 ‘올해 최고의 글로벌 소매업자’로 선정되었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 성공사례로도 소개됐다.

비야니 회장은 1961년 뭄바이 교외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의류와 가구 판매점 등을 운영했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인도의 전설적 기업인 디루바이 암바니 회장의 성공담에 매료됐다. 암바니 회장은 인도 최대의 릴라이언스 그룹을 일군 장본인으로, 무에서 출발해 거대 기업의 총수에 오른 기업가였다. 그때부터 청년 비야니는 암바니 회장과 같은 자수성가형 성공 기업인을 꿈꾼다.

그 결과 약관의 나이인 26세 때(1987년) 그는 친구 아버지와 함께 남성복 의류업체 ‘판타룬’을 창업한다. 인도 최초의 남성 정장 바지 브랜드를 생산하는 업체였다. 현재 판타룬리테일의 모태가 된 기업이다. 직원은 비야니를 포함해 10명이었다.

그의 과감한 소매시장 진출로 판타룬의 매출은 급속히 성장했다. 1998년 매출 10억 루피를 넘더니 2001년에는 20억 루피로 불과 3년 만에 두 배가 되었다.
판타룬의 작은 성공에 자극받은 그는 2001년 큰일을 낸다. 인도에는 없는 하이퍼마켓 ‘빅바자르’를 설립했다. 재래시장 혹은 구멍가게 밖에 없는 인도에 유통혁명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빅바자르는 의복에서 가전, 가구, 가정용품 등 식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정용품을 파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비야니 회장은 이듬해인 2002년 서구식 식품 슈퍼마켓 체인 ‘푸드바자르’를 설립해 역시 대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은 비야니 회장은 2006년에는 퓨처캐피탈이라는 회사를 세워 사모펀드와 부동산펀드, 소비자금융 등 유통업을 넘어 금융 부문으로 적극 진출했다.

‘빅바자르’와 ‘푸드바자르’의 성공으로 비야니 회장은 인도 비즈니스계의 주변인에서 ‘인도의 유통영웅’ ‘소매판매 제왕’으로 떠올랐다. 비야니 회장은 어떻게 짧은 시간에 기업가로서 ‘대박’의 꿈을 실현했을까. 그의 성공 전략과 비결은 무엇일까.
비야니 회장의 대표적인 성공전략은 ‘혼란(Chaos) 마케팅’이다. 다음은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된 글이다.

비야니 회장이 뭄바이의 한 빅바자르 매장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당황한 매니저가 비야니 회장을 매장 안으로 안내했다. 매장은 난장판이었다. 비좁은 통로 옆에 상품들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수북이 쌓여 있다. 진열대에서 흘러넘친 밀, 콩 등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고, 신선한 야채로 채워져 있어야 할 채소 코너엔 거무티티하게 썩은 양파가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쇼핑 카트는 통로 한구석에 처박혀 있고, 안내 방송은 너무 시끄러워 매장 내에서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쇼핑 매장을 이런 식으로 유지하면 대개는 경영자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비야니 회장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매장 매니저를 흡족한 미소로 바라보며 칭찬했다.

“지시한 대로 잘하고 있군”

인도에 ‘소매 혁명’을 일으킨 빅바자르 매장.<오화석>

인도 최대의 토종 소매 유통 기업인 판타룬리테일은 이런 독특한 매장 운영 방식으로 인도 소매 유통 시장을 장악했다. 비야니 회장은 이를 ‘혼란 마케팅’으로 부른다.

빅바자르나 푸드바자르의 ‘혼란 마케팅’은 매장 분위기를 인도 재래시장처럼 만든 것이다. 왜냐하면 인도인들은 넓고 깨끗하며 쾌적한 서구식 매장에선 오히려 불편함을 느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건들을 통로에 지저분하게 늘어놓은 것도, 매장 바닥을 회색 화강암 타일로 깐 것도, 높은 선반 대신 큰 박스에 물건을 담아 사람들이 내려다보며 고를 수 있게 만든 것도 모두 인도 재래시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의도였다.

또 서구식 슈퍼마켓과 달리 매장 안에 많은 직원을 두고, 여러 인도 지방 사투리로 안내 방송을 하게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인도 재래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직원들에게 끝없이 질문을 해댄다. 또한 인도에는 지방어 밖에 모르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야니 회장은 “우리는 사람들이 꿈을 꿀 때 사용하는 언어로 광고한다. 나 역시 영어로 꿈꾸는 사람이 아니다”며 영어만이 아닌 인도 지방어로 광고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판매 전략이 ‘혼란 마케팅’이라 해서 경영도 인도 재래시장 같은 구식이 아니다. 퓨처그룹의 자금과 인력관리 등은 여느 세계 유수기업 못지않게 효율적이다. 현재 독일 테크놀로지 대기업인 SAP AG로부터 기술지원 및 자문을 받고 있고, 5만여 개 품목의 재고관리를 위해 도요타의 ‘저스트 인타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비야니 회장은 시간이 아까워 좋아하는 골프도 치지 않는다. 즐기던 테니스도 쳐본 지 오래다. 대신 주기적으로 명상과 요가를 한다. 시간이 나면 경영서를 한 줄이라도 더 본다. 그가 서구식 경영을 배우지만 이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인도 사회와 문화 등과 결합하기 위해서다.

그는 인도를 대표하는 소매제왕이지만 승용차는 소나타급 중형차인 혼다 어코드를 몬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최고급 호텔에 가면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에 위엄 있게 차려 입은 경비원을 보게 되지요. 나도 그렇지만, 일반인은 호텔에 들어서기도 전에 이 같은 경비원에 주눅들기 마련이지요. 벤츠 등 고급차를 타는 것도 비슷합니다. 사람들이 부러워하긴 하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합니다.”

비야니 회장은 2007년 <인도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It Happened in India)>라는 저서에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는 기업가로서 자신을 창조자인 동시에 파괴자라고 생각합니다. 현상유지란 제 사전에 없습니다.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이 모든 기업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기업이 변화하고 발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업이 아닙니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배재대학교 글로벌교육부 교수)

오화석 소장은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도 네루대(JNU) 국제학부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배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슈퍼코끼리 인도가 온다> <100년 기업의 힘 타타에게 배워라> <마르와리 상인> 등 인도 관련 10여권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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