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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투혼 깃든 현대중공업, 왜 힘 못쓰나
정주영 투혼 깃든 현대중공업, 왜 힘 못쓰나
  • 금민수 기자
  • 승인 2018.08.17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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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이후 적자 지속...수주절벽에 노사 갈등까지 내우외환
故 정주영 회장이 서산 간척사업 현장을 지도하고 있던 모습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생전에 서산 간척사업 현장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금민수 기자] 조선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처음으로 조선업을 시작했던 사람이 있다. 바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다. 정주영 창업주는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 그림을 들고 가 영국으로 날아가 한국이 16세기부터 철갑선을 만들었던 잠재력 있는 민족임을 설명하고 4300만 달러 규모의 차관을 들여와 조선소를 지었다. 그렇게 해서 울산 미포만 백사장은 세계적인 조선소로 탈바꿈 한다. 바로 현대중공업이다.

<자료=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대한민국 조선 역사의 증인이자 자존심이다. 그랬던 현대중공업이 예전의 영광을 뒤로한 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팎의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정주영 창업주가 불굴의 투지로 일궜던 대한민국 조선의 찬란한 역사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매출도 2016년 이후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연결기준으로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4조5819억원, 영업이익 5281억원, 당기순이익 4326억원이다. 강재 가격 인상과 인건비 증가 등 많은 원가상승 요인과 선박 가격 정체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는 평가다. 대우조선이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과 달리 대한민국 조선의 '간판' 현대중공업은 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일까.

<자료=현대중공업,SK증권>

현대중공업은 2008년 금융 위기 후 2013년에 반짝 호황을 보였지만 2015~2016년 수주절벽 여파로 신규 수주량이 줄어들고 있다. 해양플랜트 분야는 거의 제로에 가깝고 대신 조선 분야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양플랜트 분야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물량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35년 만에 일감 부족으로 해양플랜트 공장 가동을 멈췄다.

해양플랜트는 2014년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원유생산설비 수주 이후 45개월째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금 당장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더라도 설계 일정을 고려하면 건조되는 시점은 늦어도 2019년 하반기부터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발주량과 인도량을 살펴보면 인도량이 많다. 통상적으로 선박 수주부터 선주에게 인도 되기까지 1년에서 2년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 수주물량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발주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대중공업의 현실이다.

현대중공업은 신규수주를 위해 킹스랜딩 해양플랜트와 베트남 블록B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힘을 쏟고 있다. 킹스랜딩 해양플랜트는 미국 석유개발회사 엘로그(Llog)가 멕시코만에서 원유를 시추하기 위해 발주하는 부유식 생산 시스템이다. 킹스랜딩 해양플랜트 수주전은 현대중공업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엘로그로부터 반 잠수식 부유식 해양생산 시스템인 델타하우스를 건조한 이력이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록B 해양플랜트는 베트남국영석유회사의 자회사 푸꾸옥페트롤리엄이 발주처다. 베트남 블록B 해양플랜트 수주전에는 맥더멋(Mcdermott), 삼성중공업, 셈코프 마린(Sembcorp Marine)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신규 수주를 위해 온 힘을 모아야 하는 판에 내부에서는 노사 갈등이 불거지면서 힘을 소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휴인력 처리 문제를 두고 노사 임단협 협상이 열렸으나 평행선을 긋고 있다. 회사 측은 어려운 회사 사정을 고려해 전 직원 기본급 20% 삭감을 노조에 요구했다. 무급휴직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서로 피를 보자는 것이 아니다. 조선업계가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생산직 노동자에게 기본급 20% 삭감은 큰 타격이다. 전부 무급휴직을 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인원이라도 유급휴직을 주는 것이 맞다”라고 주장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 선정 30대 그룹 중 상장사가 없는 부영그룹을 제외한 29개 그룹의 결산 보고서를 제출한 271개 기업 사내유보금을 조사한 결과, 현대중공업그룹 8개 계열사 사내유보금이 총 32조4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1년에는 최대주주인 당시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에게 574억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노조는 사내보유금을 쌓아두고 대주주는 배당금 잔치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을 풀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회사 측에 요청했으나 현금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됐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상황에 대해 “올해 2분기에는 수주잔고 부족이 매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며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와 건조선가 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 등도 향후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상반기 조선부문 신규 수주는 양호하지만 하반기 해양플랜트 수주 성공 여부가 향후 실적에 가장 큰 열쇠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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