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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사장은 왜 거리로 나서나 
치킨집 사장은 왜 거리로 나서나 
  • 양재찬 경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7.31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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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영업은 독특하고 무시할 수 없는 계층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숫자로 600만 명, 국내 취업자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사회적으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 자영업자가 정치세력화하고 있다. 정부의 2019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불복을 선언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청와대가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했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비상대책위원으로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을 끌어들였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가장 큰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축이 돼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를 결성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경영인권바로세우기 중소기업단체연합,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소공인총연합회 등이 동참했다. 이들은 8월 29일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29일은 최저임금이 2018~2019년도 2년 동안 29% 인상되는 것을 상징한다. 

자영업자는 ‘고용자’이자 ‘노동자’다. 1997년 말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사회적으로 큰 일이 있을 때 급증했다. 지금은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치킨집·음식점 등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얼마 안 되는 퇴직금마저 날리는 실정이다.

한국의 자영업은 ‘3고(高=고밀도·고연령·고부채)의 함정’에서 허우적댄다. 40~50대 중심으로 이미 남들이 많이 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업종에 뛰어든다. 비싼 가맹비를 내고 프랜차이즈 점포를 열지만 프랜차이즈 본사만 살찌울 뿐 가게 장사는 시원찮다. 빚을 내 일을 벌였는데 비싼 가게 임대료와 카드 결제 수수료에 벌이가 시원찮으니 부채만 쌓인다.

지난해 말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총액은 549조2000억원. 이 중 84%인 463조6000억원이 은행뿐만 아니라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 빚까지 동시에 지고 있는 다중채무다. 게다가 그 대다수가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받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부채 뇌관이다. 

‘3고’ 함정은 ‘3저(低=저숙련·저소득·저희망) 현상’으로 자영업의 빈곤화를 가속화한다. 준비 없이(저숙련) 뛰어드니 장사가 안 되고(저소득), 폐업으로 마감하며 가정까지 흔들린다(저희망). 자영업 폐업률 80% 시대, 새로 문을 여는 점포 10곳 가운데 8곳이 5년 안에 폐업한다. 내수 위축,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이 겹쳐 웬만한 불황에도 끄떡없던 서울 명동·강남역 상권조차 빈 상가가 늘고 있다. 

그동안 자영업을 홀대하던 정치권과 정부가 소상공인들이 결속해 단체행동을 결의하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노후 상가를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소상공인판 공공임대 사업이 검토된다.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는 ‘공공 페이’도 연내 등장한다. 국회는 질질 끌어온, 세입자가 10년간 계약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개정안을 8월 국회에서 심의할 태세다.

사람들은 속성상 봉급생활이 가능하면 쉽사리 자영업에 뛰어들지 않는다. 일자리가 부족해서 자신을 고용하는 것이 자영업이다. 한국 특유의 자영업 과밀화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은 생존을 위해 자영업 불구덩이로 떠밀리지 않도록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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