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김재훈 기자] “제네시스에 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

와타나베 타카시 렉서스 인터내셔널 사장은 지난 25일 열린 ‘2023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당시 와타나베 사장은 하이브리드 중심의 렉서스에서 전기차 브랜드로 탈바꿈하기 위한 포부를 내비쳤다. 그는 “전기차를 만드는 입장에서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며 “렉서스는 가장 좋은 전기차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차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그는 “전기차의 진정한 가치는 상상하면 구현할 수 있는 점”이라며 “실현의 계기는 소프트웨어인데 제네시스에 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와타나베 사장이 이같은 발언을 한 건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제네시스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제네시스와 렉서스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두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비롯한 체급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1989년 미국 시장을 거점으로 탄생한 렉서스는 LS모델을 출시한 후 급격히 성장해 1998년 누적 100만대를 판매했다. 지난해에는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25만8704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4만9621대를 팔았다. 

다만 제네시스가 2015년 탄생한 신생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제네시스는 지난 8월 기준 출범 8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100만8804대를 판매했다. 2021년 누적 50만대를 판매한 지 2년 만이다. 렉서스가 미국 시장 진출 후 9년 만에 100만대를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성장이다.

제네시스는 2년 뒤인 2025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전기차 100% 전환 시점을 2035년으로 발표한 렉서스보다 10년 앞선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와 렉서스의 판매량 격차가 큰 상황인 만큼 렉서스가 제네시스를 크게 신경쓸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전동화 100% 전환 시점이 빠른 제네시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과 토요타그룹의 판매량 차이도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1위인 토요타그룹은 1048만3000대를 판매했다. 3위인 현대차그룹은 684만5000대를 팔았다. 두 그룹의 판매량 격차는 1.5배 정도로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토요타그룹 판매량은 2021년 대비 1만2000대 줄었고 현대차그룹은 17만8000대 늘었다.

삼성증권은 2026년 현대차그룹이 판매량 920만대를 기록하며 기존 판매량 1위인 토요타와 2위인 폭스바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