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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9-30 19:26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의사들을 누가 감히? 심평원 ‘환자경험평가’ 반대하는 까닭
의사들을 누가 감히? 심평원 ‘환자경험평가’ 반대하는 까닭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2.08.02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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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 가중시킬 것”
의료소비자연대 “의사들 서비스 정신 무장 필요”
서울의 한 공공병원의 심혈관센터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의 한 공공병원 심혈관센터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실시하는 환자경험평가에 대해 중소병원(100병상~300병상)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시작됐지만,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모든 영역에서 지향점이 소비자로 옮겨가고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의료’도 환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7월 29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입장문을 내고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깨뜨리는 심평원의 환자경험평가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병원들의 서열화, 평가 방식에 대한 불합리성 등을 지적하고 평가대상을 병·의원급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반발했다.

의료기관들이 평가받기 자체를 거부한다면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의료행위도 서비스인데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시대 흐름을 무시한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집단 특권의식에서 나온 행태라는 지적이다.   

‘환자경험평가’ 어떻게 진행되나

심평원은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개인의 선호·필요·가치에 상응하는 의료서비스를 얼마나 만족하며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제도로 2017년부터 환자경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을 만들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심평원에 따르면 미국·영국·네덜란드 등에서 환자경험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환자의 긍정적인 경험과 환자 중심 의료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치료 순응도를 높여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는 등 긍정적인 임상적 효과가 입증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2018년에 1차, 2020년에 2차 평가를 실시했으며 올해는 3차 평가로 2021년 5~11월까지 약 6개월 간 입원경험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359개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 45개·종합병원 314개)을 대상으로 평가했으며 만 19세 이상 성인, 1일 이상 입원환자 총 5만8297명의 설문 답변을 받았다. 총 퇴원 환자 39만878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요청했으며 응답률은 평균 14.6%로 나타났다.

평가영역은 ▲간호사 영역 ▲의사 영역 ▲투약 및 치료과정 ▲병원 환경 ▲환자의 권리보장 ▲전반적 평가 등이다. 평가결과 전체 평균은 82.46점(100점 만점)으로 환자권리보장을 제외한 5개 평가영역 점수는 80점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번 평가 종합점수 및 영역별 점수는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의 첫 평가 진입으로 인해 2차 대비 다소 낮아졌지만 1차 평가부터 참여한 기존 대상 기관 91곳은 모든 평가영역에서 점수가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환자에게 하는 질문은 의사 항목의 경우 ▲존중·예의 ▲경청 ▲의사와 만나 이야기할 기회 ▲회진시간 관련 정보제공 등이다. 투약 및 치료과정 항목에선 ▲투약·처치 관련 이유 설명 ▲투약·처치 관련 부작용 설명 ▲통증 조절 노력 ▲위로와 공감 ▲퇴원 후 주의사항 및 치료계획 정보제공 등을 물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주로 1.전혀 그렇지 않았다 2.그렇지 않았다 3.그랬다 4.항상 그랬다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표=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평원은 부족하다고 평가된 영역에 대해 유관단체, 학회 등과 연계해 의료 질 향상 지원 활동, 평가지표 재정비 등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종합병원의 입원경험뿐 아니라 병·의원 외래경험평가 등 평가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의협 측은 이와 같은 문항은 객관성과 신뢰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정부가 병·의원 외래진료까지 평가대상을 확대해 의료 질 향상이나 제도적 개선을 명분으로 의료기관들을 통제 또는 규제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질문들은 병원의 ‘친절’을 강요하게 만들어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고 건강 상태를 좋게 만드는 병원의 본질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의료계 전반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을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력이 많은 대형병원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전담조직을 만들거나 환자 대상으로 긍정적 답변을 유도하는 활동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한국 의료는 공급자 중심”

의료소비자단체들은 한국의 의료는 여전히 공급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환자 중심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병원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자경험평가는 의료 질을 평가할 때 고려하는 여러 지표들(효과성·환자중심성·적시성·형평성·안전성·평등성)중 하나인 환자중심성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병원들은 다른 지표에만 신경을 썼고 환자중심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현행 환자경험평가 방식이나 객관성 등 여러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보완해야 할 부분이지 평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현재 흐름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환자경험평가에서 더 나아가 병원 인증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사무총장은 “병원에 대한 현행 평가·인증 등은 병원 관계자 또는 의료계 인사들이 중심이 된 평가 시스템”이라며 “평가·인증의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조사 과정에 외부인력을 투입하고 객관성을 높이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등 제도의 안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사무총장은 의사단체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 “모든 영역에서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데, 병원이 가진 의료소비자(환자)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서 “의료인들은 환자들보다 자신들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런 부분에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의료 영역도 소비자 영역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관계자는 “환자경험평가는 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가별 의료 질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환자중심성’이 부족하다는 권고를 받은 후 실시하게 된 것”이라며 “병원들이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환자경험평가는 세계적인 트렌드이며 환자의 건강이 더욱 향상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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