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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8-08 18:12 (월) 기사제보 구독신청
2억4000만원 멸치가 2억4000만 달러 고래로 둔갑
2억4000만원 멸치가 2억4000만 달러 고래로 둔갑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2.08.01 14: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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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련 30만 달러 합작 보도자료 기사화 해프닝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인사이트코리아>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며칠 전에 오랜 친구와 모처럼 맛있는 식사를 했다. 코로나 여파로 한동안 격조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에 적잖은 양의 반주를 곁들여서. 평소 그 친구와 만날 때는 서로 암묵적으로 국내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 편이다. 각자 지지하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다소 다혈질인 친구로 인해 즐거운 자리를 망치지 않게 하려고 말이다. 그런데 그 날은 필자가 먼저 지난 대선 얘기를 꺼냈다. 그 이유는 필자가 이전의 소신을 바꿔 선택한 후보가 당연히 그 친구가 지지하는 후보와 동일 인물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대반전이 일어난다. 강력히 지지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그 후보에 대해 친구는 돌연 엄청난 비난을 퍼붓는 것이 아닌가. 그는 그 후보의 수십 년간의 각종 비리와 만행에 대해 줄줄이 꿰뚫고 있었다. 대부분이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 출처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필자를 보더니 그 유명한 ‘ooo 방송’도 모르냐고 한다. 바로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정치 얘기로 고정 구독자를 꽤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모 유튜브 방송이었다. 방송 내용이 거의 믿거나 말거나 하는 수준이라 콘텐츠의 진위 여부는 알 만했다. 그래서 서둘러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친구의 궤변을 겨우 막을 수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유튜브

요즘 기존 언론이 아닌 SNS 등 신종 언론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짜 뉴스의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그 중의 하나가 유튜브인 것 같다. 최근에도 일본의 전 피겨 국가대표 선수가 도쿄도 아닌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유명 대학 응급실로 실려 갔으나 결국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긴 영상을 한 유튜브 방송이 올린 바 있다. 이 말도 안 되는 허위 영상은 곧 삭제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로 인해 한 때 그 유튜브 방송의 조회수가 폭등했다고 한다.

유튜브는 스팸 및 현혹 행위, 민감한 콘텐츠,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콘텐츠, 규제 상품, 잘못된 정보 등의 커뮤니티 가이드에 따라 콘텐츠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영상이 먼저 올라간 뒤 검토를 받는 구조로 되어 있어 논란이 되는 수많은 콘텐츠를 사전에 걸러내기는 역부족인 상황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무조건 조회수나 구독자를 늘려 광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일부 유튜버들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의 영상물을 마구잡이로 올리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유혹의 낚시 바늘에 인터넷 사용자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차별하게 낚이고 있다는 데 있다.

한참 오래 전이라 당연히 SNS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의 일이다. 필자가 대기업에서 홍보 업무를 하던 때 약간의 변칙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출입기자들의 눈과 관심을 단번에 끌게 만든 이른바 낚시 비슷한 시도를 한 경험이 있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 한 편이다. 

데스크에게 혼쭐 나고 시말서까지

때는 한국과 소련(당시는 러시아를 소련이라 지칭했다)이 역사적인 국교수립을 하고 노태우 대통령이 이에 대한 답례로 30억 달러의 경협차관 결정을 발표하기 직전인 1980년 말. 당시 대우를 비롯해 현대, 삼성, 럭키금성(LG로 바뀌기 전임)그룹은 30억 달러의 경협차관이 대부분 한국상품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제공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저마다 소련과 대규모 상품 및 플랜트 수출 계약을 앞다퉈 발표하던 시절이었다.

그룹의 무역 및 해외투자의 전초병 역할을 하던 종합상사 ㈜대우도 하루가 멀게 ‘수천만불 수출 계약체결’ ‘수억달러 투자 계약 체결’ 등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신이 나서 뿌리던 때였다. 

심지어 어느 주말에는 휴일을 반납하고 회사에 출근해 향후 배포할 보도자료를 6~7개 씩이나 미리 작성해 놓았던 기억도 난다. “4대 그룹이 발표한 수출·투자 액수를 합하면 30억 달러를 훨씬 초과한다”는 어느 경제지 기자의 예리한 촌평이그 때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대우 홍보팀은 수출이나 투자가 아닌 색다른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내용은 “소련의 유명한 국방연구소와 합작으로 회사를 설립하는데 소련의 최첨단 군사기술을 상업화시키는 회사다. 회사의 자본금은 미화 30만 달러로 향후 이러저러한 연구 과제를 실천할 것이다”는 보도자료였다.

내심 의미 있고 특색있는 보도자료인지라 언론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주겠지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거의 단신이나, 아예 보도조차 안된 것이 아닌가.

몇몇 출입기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요즘처럼 대기업들이 수억불 규모의 보도자료를 내는데 고작 30만 달러 짜리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라는 답변이었다. “그것 참. 상품 수출도 의미가 있지만 소련의 첨단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일도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우리나라 최초의 일인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언론이 하는 일을 홍보담당자가 어찌하랴… 하고 넘어가고 말았다.

그로부터 3~4주 쯤 지났을 때였다. 이번 보도자료의 내용도 지난 번과 유사하게 한국과 소련의 합작연구소 설립이었으며 자본금 역시 공교롭게도 지난번과 똑같은 30만 달러였다.

보도자료를 의뢰한 부서에서는 이 사업의 특별 의미를 부각해 크게 보도되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자기들 업무성과도 은근히 자랑하고 싶었으리라. 해서 홍보팀은 내부 회의를 가졌다. 주제는 ‘어찌하면 30만 달러 규모의 보도자료를 크게 보도되게 할 수 있는가?’였다. 그때 30만 달러=2억4000만원(당시 원/달러 환율은 약 800원으로 기억 됨. 와우! 1300원대인 지금보다 원화가 훨씬 강세였다)이니까 “2억4000만원 자본금의 합작연구소 설립이라고 보도하자”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팀장인 나도 “좀 유치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까 돋보이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하자. 그 대신 2억4000만원이라는 것을 출입기자에게 반드시 주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기자들 눈 현혹한 원화 보도자료

드디어 D-Day가 되었다. 오전에 보도자료를 뿌리고 그날 저녁 사무실로 배달되는 가판신문을 마치 성적표 기다리듯 했다. 먼저 경제신문의 가판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았다. 와! 이게 웬일인가? 우리 기사가 산업면 톱이 아닌가. ‘대성공이다!’라고 외치는 순간 내 눈은 2억4000만달러라는 굵직한 활자에 머물렀다. ‘어이쿠, 큰일이 났다’ 다른 신문도 서둘러 펼쳐보니 크게 취급된 신문 대부분이 원화가 아닌 달러로 표기돼 있는 것이 아닌가.

부라부랴 출입기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그때는 핸드폰은 물론 삐삐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 ‘원화인지 모르고 썼다’ ‘분명히 원화로 썼는데 편집부에서 달러로 본 모양이다’ 하여튼 밤늦게까지 연락을 취해 다행히 달러로 잘못 나온 기사 전부를 원화로 모두 정정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시내판을 보니, 예상대로 달러가 원화로 바뀌어져 있었다. 그런데 기사 사이즈는 그대로 둔 상태였다. 미처 기사 사이즈를 줄이고 다른 기사로 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듯 싶었다. 물론 우리가 틀린 보도자료를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달러화가 익숙한 종합상사의 보도자료에서 원화를 사용한 것은 기자들의 눈을 잠시 현혹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기도 했다. 2억4000만원의 멸치를 2억4000만 달러의 고래로 둔갑시키고 말았으니….

이 일로 인해 데스크에게 혼이 나고 심지어 시말서까지 쓴 기자도 있다고 들었다. 당시 소주 몇 잔으로 사과를 했지만, 다시 이 기회를 빌려 그 기자(현재 모 인터넷언론사 대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물론 그 이후로는 달러 환전 보도자료는 두 번 다시 없었음을 고백한다.

문기환 인사이트코리아 전문위원 겸&nbsp;새턴PR컨설팅 대표.
문기환 인사이트코리아 전문위원 겸&nbsp;새턴PR컨설팅 대표.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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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2022-08-01 20:03:21
재밌게 읽었습니다 대표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