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 자유롭게 토론해 혁신 아이디어 내놓도록 분위기 조성
[인사이트코리아=이숙영 기자] 롯데가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등으로 복합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헬스&웰니스, ·모빌리티, 인프라를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육성에 나선다.
롯데는 지난 14일 부산에서 ‘2022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그룹 경영계획 및 전략방향을 논의했다. VCM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4개 사업군 총괄대표, 각 계열사 대표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단기 실적 개선에 안주하면 더 큰 위기 도래”
이번 VCM에서 신 회장은 뒷좌석에 자리를 잡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통상 VCM 맨 앞좌석에서 발표를 들어왔다. 롯데는 참석자들이 유연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신 회장이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이러한 행동은 그룹 전체에 주문한 변화와 혁신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신 회장 자신부터 뒷좌석에 앉음으로써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토론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신 회장은 올해 초부터 계속해서 변화를 강조해왔다. 이날도 “금리인상, 스태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 영업이익 등 단기 실적 개선에 안주한다면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변화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또한 그는 “좋은 회사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회사”라고 정의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업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연설 말미에 꼭 필요한 일을 적시에 해내자는 의미의 ‘Do the right thing, at the right time’을 제시했다. 반드시 해야하는 일(Right thing)을 고민하고 적시(Right time)에 실행해줄 것을 주문한 것이다.
헬스&웰니스·모빌리티·인프라 신사업 전개
신 회장의 주문에 맞춰 롯데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신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롯데는 그룹의 기존 식품·유통·화학·호텔 4개 사업군에 더해 헬스&웰니스·모빌리티·인프라 영역을 그룹 주력 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먼저 헬스&웰니스 분야에서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 헬스케어 플랫폼을 추진한다. 앞서 롯데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미국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2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롯데바이오로직스로 글로벌 바이오 CDMO 10위권 기업에 들겠다는 포부다.
모빌리티에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롯데는 롯데정보통신을 통해 290억원 규모의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인 중앙제어를 인수하는 등 지난해부터 전기차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올해 국내 차량 공유 업체 쏘카를 인수하는 등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정보통신이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VCM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물류 인프라 투자 확대와 DT∙IT기반 물류 혁신, 사업영역 다각화 계획을, 롯데정보통신은 그룹 밸류체인을 연결하는 디지털전환과 데이터통합,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5대 핵심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해 향후 인프라 사업 방향을 밝혔다.
식품·유통·화학·호텔 등 롯데의 기존 핵심 4개 사업군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 후 처음으로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식품군은 메가브랜드 육성, 밸류체인 고도화, 성장 인프라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통군은 ‘고객 첫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새 비전을 바탕으로 조직문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혁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화학군은 수소에너지, 전지소재, 리사이클∙바이오 플라스틱 등 신사업 추진 계획을, 호텔군은 사업구조 재편 및 조직체질 개선 전략을 공유했다.
4개 사업군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롯데는 전사 차원 조직 ‘롯데그룹 유치 지원 TFT’를 구성해 본격적인 지원사격에 나선다. 식품·유통군은 전국 유통 매장을 활용한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국내 활동을 맡고, 호텔·화학군은 해외 호텔과 면세점 등을 거점 삼아 해외 활동을 중점적으로 담당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신 회장은 VCM 전 박형준 부산시장과 만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박 시장과 면담을 통해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부산시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롯데타워를 예정대로 건립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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