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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6-24 19:25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서울교통공사 역명 병기 사업 확대…‘코끼리 비스킷’ ‘공공성 훼손’ 논란
서울교통공사 역명 병기 사업 확대…‘코끼리 비스킷’ ‘공공성 훼손’ 논란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2.06.07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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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 역당 20억원 수익…올해 총 50개역 1000억원 안팎 예상
전문가 “역명 병기 사업 확대 공공성 훼손…근본적 원인은 요금문제”
서울교통공사가 만성 적자 해결을 위해 역명 병기 사업을 확대한다.
서울교통공사가 만성 적자 해결을 위해 역명 병기 사업을 확대한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2020년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조원 안팎의 손실을 보자 역명 병기 사업 확대라는 자구책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비운수 사업으로 재정난을 해소하려는 취지는 이해하나 경영 상황을 타개할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지하철역이라는 공공장소를 특정 기업이 점유해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총 50개역 역명 병기 사업 실시…2020년 기준 1000억원 수익 예상

공사는 7일부터 ‘역명 병기 유상 판매’ 입찰공고를 시작으로 3차례 나눠 공개입찰을 실시한다. 역명 병기 유상 판매 사업(이하 역명 병기 사업)은 개별 지하철 역사의 주역명 옆 또는 밑 괄호 안에 부역명을 유상으로 추가 기입하는 것을 말한다. 1호선 종각역에 SC제일은행, 3호선 압구정역에 현대백화점을 부역명으로 추가한 게 대표적이다.

역명 병기는 공사가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재추진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여러 기관과 회사의 부역명 표기 요청 민원을 해소하고 새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2016년 처음 시작됐다. 다만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합병한 후 추가로 진행하지 않았던 사업이다. 그러나 무임승차 비용손실과 지하철 요금 동결 등으로 운수 수입에 ‘빨간불’이 켜지자 지난해부터 사업을 재추진하게 됐다. 지하철 운영에 따른 손실분을 메우기 위한 카드로 역명 병기 사업을 선택한 셈이다. 그 결과, 지난 4월 기준 33개역(환승역 포함)에 29개 기관이 유상 병기된 상황이다.

이번 사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판매하는 역명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공사가 이달 공개입찰로 내놓을 역명 부기 대상은 총 50개역이다.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새 사업자를 구하는 8개역과 신규 추가된 42개역이 새로운 부역명을 찾고 있다.

올해 추진되는 역명 병기 사업 수익은 이전보다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기준 공사는 이 사업을 통해 역당 20억원 수준의 수익을 올렸다. 이달 진행할 입찰 대상 역은 총 50개로 1000억원 안팎의 수익이 예상된다. 다만 이번 입찰 대상역에는 알짜배기 역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경쟁률은 물론 최고가도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신규 역에는 전국 지하철역 수송 인원 1위를 기록하는 강남역과 주요 환승역인 여의도역, 공덕역, 신도림역 등이 있다. 최고가 경쟁입찰로 회사·기관을 선정하는 만큼, 역병 병기를 희망하는 사업자들이 높은 입찰가격을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주역명 밑 괄호 안에 부역명이 기입된 을지로3가역 모습.<서울교통공사>

전문가·노조 “역명 병기 사업 확대 공공성 훼손”

다만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2017년부터 지속된 공사의 만성 적자는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는 2020년 1조1137억원의 당기순손실에 이어 지난해에도 964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1조원 안팎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되고 누적 적자만 1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역명 병기 사업 확대를 통해 1000억원의 수익을 올려도 당장 급한 불을 끄기도 어려운 처지다.

이런 가운데 공사 내부에서 역명 병기 사업 확대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하철 역명은 단순한 이름이 아닌 공공성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명을 부기할 때는 지역이나 시민들의 동의가 수반돼야 하는데, 공사가 수익성을 좇다 보니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 노조 관계자는 “최근 공사가 역명 병기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두고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다”며 “공사가 적자 상황에서 수익 사업의 하나로 확대하고 있지만 특정 대기업이나 기관에 돈을 받고 역명을 파는 것은 큰 틀에서 보면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이번 역명 병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심의위원회에서 심사해 적합한 기업·기관만을 선정한다는 입장이다. 역명 병기 사업으로 지하철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공사 관계자는 “요금 인상이나 무임수송 손실 문제 등은 공사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비운수 사업에서라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역명 병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심의위원회를 통해 공공성 있는 기관에 가점을 주는 방식 등 다양한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사의 역명 병기 사업 확대를 두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해당 사업을 ‘코끼리 비스킷’에 비유하고 도리어 공공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울러 공사가 지속적인 적자 상황을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점은 인정하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운임 요금 인상에 달린 만큼 요금 인상과 관련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공사가 역명 병기 사업을 통해 재정난을 조금 덜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으나 역명에 사기업 이름을 붙이는 것은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며 “아무리 재정난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공공의 자산을 함부로 파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공사의 경영 상황은 자체 경영 문제라기보다는 교통기본권과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원가 이하 수준으로 낮췄던 요금 수준 때문”이라며 “대중교통 요금은 최저임금 못지않게 중요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지자체장에게 결정권을 줄 게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 같은 사회적 합의 기구를 정례화해 요금 수준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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