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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12-09 19:06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尹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 잣대 손질…문재인 정부 색깔 싹 지운다
尹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 잣대 손질…문재인 정부 색깔 싹 지운다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2.05.25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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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재무예산 운영·성과 중심 개편 착수
경영 효율성 명목 '사회적 가치 구현' 비중 축소
일각에선 민영화·구조조정 수순 해석
윤석열 정부가 재무예산 운영·성과 중심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선에 착수하면서 이들 기관이 수익성만 좇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제20대 대통령실>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의 생사를 가르는 경영평가에서 재무 관련 지표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들 기관이 앞으로 수익성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사회적 가치 구현 관련 지표 비중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공부문의 역할인 공익성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영평가제도 개선이 그간 윤석열 정부가 간접적으로 내비쳤던 공기업 민영화의 단초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공기관들이 경영평가에 민감한 이유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기관장 거취는 물론 임직원들의 연봉을 사실상 결정짓는 중요 요소다. 경영평가는 S등급부터 E등급까지 총 6단계로 구성되는데, D등급과 E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매년 실시되는 경영평가에서 이들 기관은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사활을 거는 형국이다.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경영평가 실사에 앞서 전문가에게 강의를 듣거나 외부 자문을 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부 공공기관은 경영평가 실사에 대응하기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가이드라인까지 정해 두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A기관은 ‘우수성과는 최대한 상세하게 답변하며 지적 가능한 미흡한 점·치부의 경우 먼저 언급하지 말 것’ ‘실사 대응 및 답변 태도 또한 평가에 반영될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논쟁은 피하고 최대한 공손하게 답변’ ‘즉시 답변이 어려운 경우 추가 자료 제출로 유도할 것’ 등 취업 면접을 방불케 하는 준비를 하기도 한다.

경영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경영평가 지표와 배점은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 공공기관의 사업 목표와 방향성을 결정짓는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사업과 각종 공익사업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 기조나 사회적 요구에 따라 경영평가 지표·배점을 변경해 공공기관의 사업 방향성을 설정한다. 이에 공공기관 기관장들은 경영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운용 방향 등을 수립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활용해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기도 한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을 활용해 1호 공약이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경영관리(만점 55점) 항목에 정규직 전환, 사회적 약자 고용 등을 포함한 ‘사회적 가치 구현’ 22점, 공공기관의 재무 건전성을 볼 수 있는 ‘재무예산 운영·성과’ 9점을 할당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노출돼 사회 양극화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비정규직 문제를 공공부문부터 해결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후 사회적 가치 구현 평가 지표는 25점까지 늘었으며 재무예산 운영·성과 지표는 그대로 유지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추 장관은 후보 시절부터 공공기관의 비효율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뉴시스>

경영평가서 재무 관련 지표 손질…사회적 가치 구현↓

이달 출범한 윤석열 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선을 예고한 상황이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공공기관 평가 기준을 재편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83조원을 기록한 공공기관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재무예산 운영·성과 배점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전 정부에서 중시했던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는 비중을 낮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공공기관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정규직 전환에 따라 비대해진 인력 문제에 제동을 걸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경영평가 개선을 예견한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공공기관 혁신을 15번째 과제로 선정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만큼 공공기관을 효율화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주요 국정 과제에 반영한 것이다.

경영평가의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도 관련 의지를 내비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 앞서 “최근 공공기관의 규모와 인력·부채가 확대돼 경영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 혁신을 위한 자율·책임경영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의 경영 비효율성과 경영평가 지표를 연결해 보면 인력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 구현, 부채와 관련된 재무예산 운영·성과를 손질할 것을 암시한 셈이다.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경영평가제도 개선을 두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입장이다. 정책 기조가 180도 다른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정규직 전환 등 이전 정부에서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정책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즉, 재무 건전성 확보가 경영평가의 주요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셈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동안 외부에서 지적된 공공기관 부채 등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며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추진하는 한편, 이전 정부에서 정규직 전환으로 생긴 인력 문제도 손을 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수익성 추구…민영화·구조조정 등 도미노 현상 우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이번 경영평가 개선 작업을 두고 우려를 나타낸다.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은 이전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규직 전환 정책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고용 보장, 균등한 기회 보장, 산업재해 예방 노력, 중소기업 등과 상생 협력 등 다양한 지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표와 관련된 활동은 민간부문보다 공공부문에서 더 많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번 경영평가제도 개선으로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 비중을 줄이고 재무예산 운영·성과 지표를 대폭 확대할 경우 공익성을 추구해야 할 공공기관이 수익성만 좇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경영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사업의 우선순위와 경영 전략 목표 설정에 있어 수익성 창출에 ‘올인’하는 행태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민간 기업들조차 최근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판국에 오히려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경영평가제도 개선이 심각할 경우 공기업 민영화나 구조조정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최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 지분 30~40%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새 정부가 경영 효율성을 앞세워 추진하는 정책이 미덥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IMF 이후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공익성보다 수익성에 치우쳐진 경우가 많았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그나마 사회적 가치 실현이란 명목으로 공익성을 추구하게 됐는데, 이번 정부가 경영평가제도 개선을 통해 공공기관을 민간 기업처럼 운영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공공기관 자회사의 경우 벌써부터 일부 사업을 민간에 맡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수익성만 좇는다면 가장 손쉬운 게 인력 조정이고, 최근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을 보건대 경영 효율성 명목으로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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