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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10-03 13:03 (월) 기사제보 구독신청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실장 “중대재해법, 처벌 아닌 책임 지라는 의미”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실장 “중대재해법, 처벌 아닌 책임 지라는 의미”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2.03.04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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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발생하면 안전 투자보다 더 큰 사회 비용 든다”

주로 ‘업계 관계자’ 이야기만 들었다. 회사측 주장이나 전문가 멘트가 기사에 실렸다. 귀족노조 편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노조와 연이 닿은 건 안전사고 취재를 하면서다. 회사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쪽 말만 듣고 기사를 쓴 건 아닌가 반성했다. 면대면 연재를 시작한 이유다.

전재희 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실장.<이종수>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1월 27일 시행됐다. 사람 목숨은 이전에도 귀했지만 중대재해법으로 사업주가 느끼는 무게가 달라졌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인 이상 혹은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가 일어난 경우 사업자 책임이 커졌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사업장 대표의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처벌이 강해진 만큼 안전이 강조되고 있을까. <인사이트코리아>는 2월 18일 서울시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전재희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실장을 만나 노동계가 느끼는 안전사고 실태와 변화를 들어봤다.

민주노총에서 일한지 얼마나 됐나.

“15년 정도 됐다. 2007년 8월 13일부터 시작해 건설노조에만 있었다. 다른 노동조합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중심이라면 여기는 다른 할 일이 많다. 아버지도 건설 노동자셨다. 일 하시는 분들이 거칠어 보이지만 사실은 순하다는 게 매력적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노동 현장에 변화가 있나.

“노동안전 문제는 노동조합에서도 힘든 부분이다. 고용 자체가 불안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이 건설 노동자이기에 안전은 약간 부차적인 문제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서 더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 것 같다. 올해 초 이슈가 된 전기 노동자 고(故) 김다운씨 사망사건이 그렇다. 지금까지 감전으로 추락해 사망한 전기 노동자만 수십명이지만 한국전력 사장이 사과하는 것은 못 봤다. 이번엔 달랐다. 이게 중대재해법의 힘이라고 본다.”

중대재해법은 2018년 고 김용균씨 사망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때 당시와 지금 노동환경을 비교하면 어떤가.

“30% 정도는 달라졌다고 느낀다. 확실히 사업주들이 신경을 쓴다. 안전전담 직원이 늘었고 포스코나 삼성물산 등에서 작업중지권 선언 등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여전하다는 반응도 많다. 여전히 안전고리를 걸 데가 없고, 안전 교육도 허술하다. 사진 찍는 곳에는 안전고리를 걸 데가 있는데 막상 작업 현장에는 그런 자리가 없다는 식이다. 그래도 30%가 달라졌다.”

작업중지권 도입은 어떤가.

“삼성, 포스코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 30% 정도가 ‘알고 있고, 요청 했었고, 시정됐다’고 답변했다. 작업중지권은 사실 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에 보장된 내용이다. 사업주들이 의지를 가지면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부분을 어떻게 확산시킬 수 있을까가 숙제다.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려면 고용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일용직이 그럴 경우 ‘일하기 싫으면 그만둬’라고 할 게 뻔하다.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1월 29일 삼표산업에서 중대재해법 1호가 예상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삼표산업은 구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견됐다. 사고가 난 채석장은 골재를 채취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현장에서 처리비용을 내고 흙을 버리기도 하는 공간이다. 흙을 다지는 작업을 하지 않은 채 아래서 땅을 파내려가다 사고가 났다. 현장 매뉴얼도 없다. 삼표산업 측은 ‘기준이 없어 지키지 못했다’고 항변하는 것으로 안다. 골재 1위 업체가 작업 규칙도 없이 일을 했다는 건 문제가 있다.”

2월 8일에는 요진건설산업 건설 현장에서도 사고가 났다.

“엘리베이터 설치 중 노동자 사망사고가 난 요진건설산업은 산재율이 높은 사업장으로 기억한다. 실제 현장 노동자에 따르면 추락방지망이나 낙하방지망 등 안전시설들이 잘 설치되지 않았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이지만 지난 1월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에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불법 재하도급과 무리한 속도전이 엮인 문제로 본다. 당시 현산은 3개월간 공사기간이 밀려 무리하게 공사기간(공기) 단축을 한 것으로 안다. 기반공사에서 암반이 나왔다. 하청업체는 추가작업 외에 공기가 밀려 20억~30억원의 손해를 봤다. 폐업 직전으로 안다. 지난해 건자재난에 철근·시멘트 등 수급 문제도 겹쳐 공기는 더 연장됐다. 이를 만회하려 무리하게 공사하던 중 창호작업자들이 변을 당했다.”

중대재해 반복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사업장의 안전 및 보건을 위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꾸리게 돼 있다. 노동계와 산업계 노사 동수로 안전에 대한 협의를 하게 돼 있는 거다. 이런 협의가 활성화 되면 현장의 어려움이나 이해충돌 문제가 조율될 거라 생각한다. 또 안전을 위해서는 사업 전체를 책임지는 원청에서 현장 위험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알려야 한다.”

중대재해법이 잘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보나.

“우려가 앞선다. 삼표나 요진, 현산 모두 법무법인 김앤장, 광장, 지평, 율촌 등 거대 로펌과 계약을 한 것으로 안다. 거대 로펌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차관급을 지낸 전 노동부 공무원도 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계에서 20년동안 주장해 간신히 시행됐다. 대형 로펌의 지원 등으로 사업주가 법망을 피해갈 수도 있다. 노동자들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것 아닌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 법의 취지에 맞게 사업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전재희 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실장.<이종수>

중대재해법이 처벌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주장도 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은 처벌보다 ‘책임을 지라’는 의미가 더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신상의 문제로 구속돼도 주가가 건재했지만,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나자 현산 주가는 폭락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에 투자하는 것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는 게 드러난 사례다. 사업주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 거다.”

2월 11일 사고가 난 여천NCC는 여수산단에 속해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여수산단은 노후화된 기계가 문제라는 점도 지적됐다. 전국에 이런 현장이 많은가.

“국내 플랜트 현장은 울산, 포항, 광양, 여수, 충남, 인천 등에 대규모 석유화학시설이나 정유공장이 분포한다. 1970년대 지어진 시설들로 30년 이상 사용해 노후시설 정비가 필요하다. 플랜트 현장 같은 경우 사고가 나면 거의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 큰 문제다. 국가 차원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또 건설기계 등은 저렴한 중국산 기기를 무분별하게 도입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2015~2016년 도입된 3톤 미만 타워크레인의 경우는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에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수산단 사상자 8명 중 숨진 1명을 제외한 7명이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위험의 외주화’가 노동안전 쟁점이 됐다.

“작업의 전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원청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각 구간에 몇 명이 투입 되는지 등 총괄적인 정보를 모든 작업자에 공유하는 것이 안전사고를 막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주작업자의 경우 위험 상황을 알고도 갑을 관계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나면 업체 관계자들은 산업재해를 당한 당사자에 대해 ‘용감했습니다’ ‘의욕이 과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작업자 과실이라 고 뒤집어씌우고 싶은 거다. 그 이면에 숨겨진 현장의 불안전한 상태를 봐줬으면 좋겠다.”

중대재해법 대상은 아니지만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는 큰 충격을 줬다. 당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이 사고는 불법 재하도급 관행 등이 빚어낸 결과이다. 안전하지 않은 작업 환경의 근본적인 원인은 불법 재하도급과 속도전이다. 시정되지 않는 문제로 한국인 노동자들이 떠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건축물 공사 시 최외곽에 설치하는 알루미늄폼(알폼) 작업의 경우 개당 29kg 정도 되는 알폼을 시공하고 다시 올리는 일의 반복이다. 이걸 올리는 일을 20분 동안 33회 정도 해야 하는데 5년 정도 이 일을 하면 근골이 거의 다 나갈 정도로 신체가 완전히 망가진다. 중국인들도 기피해서 동남아시아인들이 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노조에서 알폼을 경량화 시키자고 수차례 건의 했으나 계속 무거워지는 실정이다.”

국내 안전 작업장을 꼽는다면.

“완전하다고는 보기 힘들지만 삼성물산이 그나마 안전한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현장에서 일을 하려면 핸드폰에 사진 촬영 금지 앱을 깔아야 한다는 거다. 책임의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이거나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구속을 예상케 한다. 지적 방지 목적일수도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관계자는 “반도체 현장에서는 내부시설 보안용으로 휴대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며 “다른 제재 의도는 없으며, 모든 현장에서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노동안전은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나.

“건설노조는 3~4년간 7만명으로 두 배 성장했다. 이제는 법 개정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고 쟁취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노조도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싶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월 10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故) 김다운 전기 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기자회견을 가졌다.<뉴시스>

2만2900볼트 고압 전류에서 사람을 살리는 방법

1시간 정전과 바꾼 목숨

지난해 11월 5일 한국전력 협력업체 소속 직원 김다운씨가 숨졌다. 감전사였다. 기본적인 안전 수칙만 지켜졌다면 사망할 이유가 없었다. 고인이 사고 당일 하던 일은 회로차단 전환 스위치(COS) 투입 및 개방 작업이다. 이 작업은 원래 한전 정규직이 2인 1조로 맡다 지난해 4월 민간업체가 맡게 됐다. 2만2900볼트의 살아있는 고압을 다루는 위험한 일이라 한사람이 안전상황을 살피고 나머지 한사람이 작업을 해야 했다. 고인은 이 일을 혼자서 했다.

2명이 할 일을 혼자 담당하는 경우는 대개 ‘비용’ 문제 때문이다. 단가가 워낙 낮은 작업이라 인건비를 더 들이기 힘들었다. 안전 장비라도 갖춰졌더라면 나았겠지만 고압 전류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활선차량도 빌리기 힘들었다. 고인이 협력업체 소속직원이라서다.

그런데 이 작업이 1980년대에는 큰 위험이 없었다. 일정시간 동안 정전을 하고 일을 진행한다고 알리면 주민 협조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고 24시간 전기 사용이 늘어나자 단전에 대한 주민 원성이 심해졌다. 이에 한전도 직접활선이나 간접활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누군가의 안전을 위해 단전을 감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갖춰졌다면 잃지 않아도 될 목숨이었다. 고인은 감전 사고로 상반신까지 심한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19일 만에 사망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 같은 위험한 작업으로 인해 20명의 전기 노동자가 사망했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실장은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해) 작업하는 동안 전기를 끊고 일하는 정전 작업을 하는 게 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전 작업에 대해 전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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