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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10-04 19:07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기업시민, 지구를 구한다①] 탄소중립 외면하면 ‘나쁜 기업’ 찍힌다
[기업시민, 지구를 구한다①] 탄소중립 외면하면 ‘나쁜 기업’ 찍힌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2.01.05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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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은 지구적 과제...산업계 적극 나서야
2022년 ESG 경영 화두는 환경...탄소중립 목표 명확히 세워야

2억6050만톤. 국내 산업계가 2018년 쏟아낸 탄소 배출량이다. 국제사회는 탄소중립 목표 아래 이를 2050년까지 '0'로 만들라고 요구한다. 넷제로 실현이다.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인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에 맞추기 위해서다. 인류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했다. 지난해 197개 국가가 모인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이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지구를 구하는 일, 국내 산업계도 예외일 수 없다. 기업 스스로를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사이트코리아>는 탄소중립이 국제적 흐름이 된 상황에서 우리나라 산업계와 주요 기업 탄소중립 전략을 살펴본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브라질 바이아주 이타페팅가가 홍수로 물에 잠겼다. 바이아주 공보실은 12월 강수량이 평년의 6배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번 폭우는 바다 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뉴시스
지난해 12월 26일(현지시각) 브라질 바이아주 이타페팅가가 홍수로 물에 잠겼다. 바이아주 공보실은 12월 강수량이 평년의 6배에 달하는데 이번 폭우는 바다 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발혔다.<AP/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탄소중립에 대한 산업계 태도는 양면적이다. 대기업들이 ‘탄소중립 2050’ 목표를 쏟아내는 가운데 이를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은 정부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탄소중립을 언젠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은 안 하거나 안 해도 되는 일로 여기는 듯하다.  이런 태도라면 개별 기업의 감축 목표는 자칫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으로 비칠 수 있다.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흐름은 국내 산업계가 막을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났다. 유럽연합(EU)·미국 등 국제기구와 힘 있는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지구적 과제로 설정하고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기업들이 인류의 미래가 걸린 문제를 도외시해서는 글로벌 경쟁에 나설 수 없다. 당장의 손실을 막으려고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나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목표치가 과도하다고 여겨지는 건 그만큼 시작이 늦어서다. 늦은 만큼 더 빨리 뛰어야 한다.

세계 기후 전문가들의 경고 ‘코드 레드’

적색경보,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기구의 인식이다. 기후변화가 인류의 존망을 결정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신호가 터져 나온다.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8월 내놓은 기후변화에 대한 보고서에서 암울한 전망을 했다. 2040년 이전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고 폭염·폭우 등 현상이 빈발할 거라는 내용이 담겼다. 유일한 대안은 온실가스 감축이라고 진단했다.

유엔을 필두로 유럽연합(EU)·미국 등 강대국 지도자들이 보고서 발표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심각한 위기에 대한 경고)’”라며 “화석 연료와 삼림 벌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를 질식시키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즉각적인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과 다른 길을 걷지 않으면 폭염, 산불, 폭우, 홍수 등 기후위기 충격이 계속 악화할 것”이라며 “모든 주요 경제권이 지금 이 중요한 10년 동안 공격적 기후 정책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서 전날 폐막한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와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AP/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서 전날 폐막한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지난해 11월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개막식에서 “인류는 기후변화에 있어 오래 전에 남은 시간을 다 썼다”며 “오늘날 우리가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으면 내일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 상향안’은 그런 국제사회 흐름에서 나왔다.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국제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대한민국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마련됐다. 2030년에는 2018년 탄소 배출량인 7억2760만톤 대비 40%(2억9100만톤)를 감축하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계획이다.

산업계에선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경제·사회적 영향 분석 없이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NDC 초안 공개 이후 경제계와 산업계는 우리 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 등을 제시하며 목표치 조정을 요청해 왔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14.5% 감축안, 정말 과도한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따른 부문별 감축 목표.탄소중립위원회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따른 부문별 감축 목표.<탄소중립위원회>

정부 감축안을 보면 산업계는 탄소배출량을 2018년 2억6050만톤에서 2030년 2억2260만톤으로 줄여야 한다. 14.5% 감축으로 기존 6.4%에서 2배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도 쉽지 않은 목표라는 점은 인정한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사업본부장은 “산업계 입장에서는 관행적으로 해오던 것에서 큰 변화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역시 “2030년 목표치의 경우 전력 부문에서의 감축량이 부담되는 부분이 크다”며 “산업계로서는 장기적으로 2050년까지 바라볼 때 기존의 생산 설비 등 교체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서 불확실성이 높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탄소중립 목표치 달성이 어렵다고 해서 다른 길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산업계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는 다른 부문과 비교하면 높지 않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2억6960만톤에서 1억4990만톤으로 44.4%를 감축하는 전환(발전) 부문을 비롯해 건물(32.8%), 수송(37.8%), 농축수산(27.1%) 모두 산업계의 감축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산업계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가 줄이기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현실은 지금까지 산업계가 탄소감축 측면에서 굉장히 소극적이었고, 정부가 눈치를 봤기 때문에 겨우겨우 따라갔던 정도”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2009년 도입하기로 했던 배출권거래제의 경우 산업계 반대로 6년이나 미뤄져 2015년에 도입됐다”며 “당시 산업계에서는 도입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그때라도 도입이 안 됐다면 현재 흐름을 견딜 수 있었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석광훈 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표준이 되어버린 상황이라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 관세 등 국제사회 규제를 막기 어렵다”며 “선제적으로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게 글로벌 산업을 주도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진수 본부장은 “정부에서는 방향성을 담은 목표치를 제시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정부에서 방향성을 제시할 때 산업계와 논의 과정을 거쳐 각 부처 지원과 협의 틀을 세부적으로 설정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구를 구하는 일, 진심이어야

국내 기업들은 나름 ‘2050 탄소중립’ 감축 목표 안을 쏟아내고 있다. 신년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단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탄소중립 전략, 기후위기 대응이다. 시대적 흐름이 환경 경영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2일 ‘2021 대한민국 에너지전환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기업이 탄소중립 문제를 접할 때 인류 지속가능성을 위해 앞장서야 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탄소중립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기업 내부 구성원, 자본시장, 구매자가 모두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도록 요청할 만큼 절대적 요소가 됐다”며 “SK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탄소중립 전략을 세웠고, 이는 SK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고민 끝에 나온 변화”라고 강조했다.

SK를 비롯해 현대차그룹·LG그룹·포스코그룹 등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고 있다. 기업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서 탄소중립이 필수적 과제가 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 과정에서 소외된 중소·중견기업을 챙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인력과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이 그나마 변화의 파도를 타고 넘을 수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의 상황은 탄소중립을 강요하기에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헌석 정의당 녹색정의위원회 위원장은 “대기업들의 경우 탄소감축 계획이 수립되고 있는데,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 정책이나 기업 자체 준비는 미흡하다”며 “지원책이나 정책 등에 대한 논의를 중소·중견기업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 역시 “에너지 다소비 기업 노동자 등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 일자리 전환, 교육 훈련 등 '정의로운 전환'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윤 본부장은 “중소기업 대상으로 탄소중립 얘기가 나오고 대기업은 자생적 노력을 하고 있는데 반해 중견기업은 애매한 상황”이라며 “각 특정 산업별 부처가 아닌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산업계와 정부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면서 방향성을 수정·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석 위원도 “탄소중립이라는 도도한 물결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서로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연구개발과 정부 정책 지원, 산업계 스스로의 노력 등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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