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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5-27 19:30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영끌’로 내 집 마련 꿈꾸다
‘영끌’로 내 집 마련 꿈꾸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9.01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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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민간임대 포기하고 ‘임장’ 나선 사연

초는 분이 되고, 시간이 됩니다. 시간은 쌓여 하루가 됩니다. 누군가의 하루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을 겁니다. 그 하루를 취재원 시점에서 보고, 기자의 관점으로 대신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하루만 제 기사의 주인공이 되어주세요.

8월 30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아파트와 주택들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8월 30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아파트와 주택들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민간임대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직장생활 9년 차, 내 집 마련에 나선 고하동(32세, 가명) 씨의 말이다. 서울살이 14년째인 그는 최근 10년 보장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에 당첨된 뒤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결국 분양 불가능한 신축 아파트로 이사하는 대신 반전세(半傳貰) 빌라에 남기로 했다. 고씨는 대신 내 집 마련을 좀 더 서두를 예정이다. ‘무주택자’로 남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져서다.

8월 28일 토요일, 부동산 임장(현장 방문)에 나선 고씨와 동행했다. 경기 광명시 하안동과 서울 구로구 오류동, 경기 고양시 화정동을 차례로 들렀다. 현재 고씨와 그의 동생이 가진 자금, 부모님의 지원까지 생각해 6억원 이하 실거주 가능 아파트로 향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인 만큼 투자 가치도 살펴봤다. 고씨의 매매가가 신고점(새로운 최고 가격)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집값 하락을 막아줄 장치였다.

무주택자, 신축 아파트를 포기하다

고씨는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10년 민간 임대주택은 그의 동생이 24.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다. 그는 지방 출신으로 서울의 상위권 대학교를 졸업했다. 안정적 직장에 다닌다. 근로소득도 평균보다 높다. 2019년 임금근로일자리 월평균 소득(세전, 비과세 소득 제외)인 309만원보다도 120만원가량 더 많다. 그런 그의 근로소득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했다.

고씨의 현재 주거지는 3년 된 신축 빌라다. 방 두 개에 화장실 하나, 보증금 1억원 초반대에 월세 30만원인 반전세다. 10년 민간 임대주택에 가려면 현재 사는 곳보다 1억원이 넘는 추가 보증금이 필요하다. 고정비는 한 달에 약 20만원 정도 늘어난다.

고하동(가명) 씨의 동생이 당첨된 10년 보장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건설이 한창이다.서창완
고하동(가명) 씨의 동생이 당첨된 10년 보장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건설이 한창이다.<서창완>

10년 민간 임대주택 이사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당첨 이후 열흘,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갈렸다. 10년 주거를 해결한 뒤 부동산 시장을 관망할 것이냐, 주택 보유자의 길에 들어설 것이냐. 의견 수렴 도중 한 친구의 말이 가슴에 꽂힌다. ‘무주택자의 관망은 방관이다.’ 미래의 일인 줄 알았던 내 집 마련이 현실로 다가온 계기다.

고씨는 현재 주거지에 남기로 했다. 길어질 출퇴근 시간과 추가 지출, 2년마다 이뤄지는 임대료 상승 등을 고려했다. 고씨는 대신 임장을 해보기로 했다. 수도권 실거주 목적의 영끌을 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에서다. 친구들의 자산은 부동산 시장을 대했던 자세에서 갈렸다. 입사 동기 중 매매를 택했던 이는 10억원대 자산가가 됐다.

‘임장’ 가보니 현실이 보인다

고씨와 함께 오전 11시 30분 집을 나섰다. 차로 30분 남짓 걸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광명시 하안동 A아파트, 32년 된 1000세대 이상 대단지였다. 가격은 6억원으로 보금자리론이 가능했다. 보금자리론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6억원 이하 주택을 사려 할 때 최대 3억6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다.

4년 전 인테리어를 새로 한 17평(57㎡) 아파트는 깔끔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붙박이장이 쭉 이어졌고, 끝 창가에 부엌이 있었다. 2명이 누울 만한 공용 공간을 지나면 왼쪽에 거실 겸 안방이 존재했다. 노부부가 쓰는 거실엔 소파 하나와 TV가 놓여 있었다. 단출했다.

매물을 소개한 공인중개사는 “문만 달면 독립된 방 구조로 쓸 수 있고, 붙박이장이 있어 수납공간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근처 독산역까지 거리도 멀지 않아 출퇴근도 편하다”고 말했다.

A아파트는 재건축 가능성 때문에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초 3억원 중후반대에 거래되던 아파트값이 껑충 뛰었다. 고씨는 매물을 보자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6억원 아파트의 거주 공간이 현재 거주하는 10평 남짓한 빌라보다 볼품없었다. 출퇴근은 편도로 환승 1번, 1시간 이내였다. 현재 거주지에서 직장까지는 편도 30분이다.

고하동 씨가 현장 방문한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구축 아파트.서창완
고하동 씨가 현장 방문한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구축 아파트.<서창완>

다음 행선지는 24년 된 오류동 B아파트 24평(81㎡)형이다. 가격은 A아파트와 동일한 6억원이었지만, 더 쾌적한 생활이 가능해 보였다. 현관 왼쪽에 창고로 쓸 수 있을 만한 작은 방이 있었고, 중간의 부엌을 지나면 독립된 방 2개가 자리했다. 출퇴근 시간은 A아파트와 비슷했다.

서울에서 이 정도 가격에 이만 한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다만, 내가 구매한 가격이 ‘신고점’을 찍지 않을까 걱정됐다. 이곳 역시 올해 초만 해도 4억원 초반에 거래되던 아파트였다.

공인중개사는 “실거주 목적이라면 현재 가격에 매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이번에 매입한 신고점을 넘어 올라가는 게 부동산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고양시 화정동에서는 25년 된 13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를 방문했다. 주변 상권 형성이 잘 돼 있고 화정역과 가까웠다. 단지도 깔끔했다. 출퇴근 시간은 편도로 환승 없이 1시간 이내였다.

멀어지는 주거의 꿈

고씨의 마음은 무거웠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Buying)은 언제나 옳다고 보면서도 10년 이상 살(Living) 수 있을 것 같은 집을 찾기는 어렵다. 인플레이션 헤지(inflationary hedge)를 위해 집 한 채 마련하라는 조언 때문에 두렵다가도 상승장 하반부 꼭지에 큰돈을 들였다가 망하는 게 아닌가 무섭다.

이런 감정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체 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액(잠정치)은 78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 잔액 1631조5000억원에 이를 더하면 7월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1710조3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1504조6000억원보다 205조7000억원(13.6%) 증가했다.

KB부동산 리브온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 가격은 지난해 동월 대비 14.26% 상승했다. 2002년(16.57%)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아파트 기준으로 전국 평균 매매 가격은 지난해 7월 4억1000만원에서 올해 7월에는 5억 1000만원으로 1억원이 올랐다. 서울은 9억5000만원에서 11억5000만원으로 2억원이 상승했다.

고씨는 미래가 불안하다. 그가 생각한 노후 계획이 이뤄질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어서다. 그는 국민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을 통한 3단계 연금을 노후 대비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매월 일정액을 연금 형식으로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이 자녀 계획이 없는 고씨의 유일한 바람이다.

고씨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한 번 더 크게 오르는 상황 모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서서히 조정돼 모두가 집값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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