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탈원전 때리기’는 대선 직행 알리바이 만들기?
윤석열의 ‘탈원전 때리기’는 대선 직행 알리바이 만들기?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7.0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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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검찰총장,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공격하며 '원전의 정치화'
“원전 24기에서 28기로 늘고 2080년까지 가동 사실 알고 있는지 궁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대전 유성구 한 호프집에서 '문재인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멀어진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에 참석해 원자력 문구가 써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총장이 '탄소중심' 마스크를 착용한 것과 관련해 "탄소중립과 탄소중심은 반대개념"이라며 "기본 실력부터 갖추라"고 일침했다.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대전 유성구 한 호프집에서 ‘문재인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멀어진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에 참석해 원자력 문구가 써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총장이 ‘탄소중심’ 마스크를 착용한 것과 관련해 “탄소중립과 탄소중심은 반대개념”이라며 “기본 실력부터 갖추라”고 비판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야권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탈원전 때리기’ 행보에 돌입했다. 탈원전 반대 학자와 원자력공학과 학생들을 연이어 만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내내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며 반문 지지자 결집에 나서는 모양새다. 여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이런 행보에 대선후보로서의 고민과 철학이 없다고 비판한다.

7일 여권과 에너지전환 학자들은 윤 전 총장의 탈원전 행보가 원자력을 정치화하는 얄팍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탈원전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한 수단으로만 쓰고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 문제 정치적 이슈 되면 갈등만 심해져

윤 전 총장은 지난 5일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총장을 관둔 것 자체가 월성 원전 사건 처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며 “제가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음으로 양으로 굉장한 압력이 들어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치에 참여하게 된 것은 월성 원전 사건과 무관하지 않고 정부 탈원전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해 탄소중립 이행과 기후변화 극복을 위해 힘써 온 학자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절차에 따라 법적 책임 유무를 가리는 일과 정부 에너지 정책을 혼동해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 전 총장의 행보와 함께 원자력 이슈가 또 한 번 정치화하면서 발전과 성장 대신 갈등만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국가 산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원자력도 시대 변화에 따라 수정과 발전을 거쳐야 한다”며 “원자력계가 국가 대계라 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을 정치로만 풀려고 하는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를 방문해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대를 방문해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자는 “원전을 지속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부는 하는지 궁금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급속히 증가하는 과정에 원전의 지속 건설이 계통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생산량이 많을 때 필요한 전선망을 일정한 전기를 계속 생산하는 원전이 잡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원자력계가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고 자신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일본 원자력 학자 가운데 원전이 위험하다고 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면서 “원자력계 학자들이 국내 원전은 안전하다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방문해 원자핵공학과 학생들과 탈원전 정책을 논의한 뒤 “원자력 에너지라는 게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윤 전 총장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유권자로서 묻고 싶다는 의견도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사람이 국민 앞에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을 얘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 “하지만 윤 전 총장이 하루 이틀 사이에 보여준 모습이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 속에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흐름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결을 함께 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5월 발표한 ‘2050 넷제로 달성을 위한 전 세계 글로벌 에너지 로드맵’ 보고서는 탄소중립 도달을 위해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를 각각 630GW, 390GW 추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신 석탄발전소는 2040년까지, 특히 발전효율이 떨어지는 아임계 석탄발전소는 2030년까지 퇴출해야 한다고 했다.

IEA는 2020년 기준 29%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30년 60%를 넘어 2050년 90%에 육박할 거라고 내다봤다. 국내 원자력계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20%를 목표로 하는 현 정부에 대해 급진적 태양광·풍력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교수는 “원전에 대한 세계의 일반적인 트렌드를 보면 확대 기조는 아니다”며 “원전 대국 프랑스도 줄이면 줄였지 늘리겠다고 안 하는 흐름인데, 윤 전 총장이 탄소중립을 얘기하고 싶었다면 그런 세계의 보편적 흐름과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해 바람직한 방향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홍 교수는 “원전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다를 수 있고 원전이 악이라고 볼 수는 없는 문제”라면서도 “기후변화 얘기를 하려면 걸맞은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탈원전 비판을 위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를 끌어들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현재 원전이 24기에서 28기까지 늘어난다는 사실이나 2080년까지 원전을 가동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여권 “윤석열, 대선 출마 알리바이 만드나”

여권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뒤늦게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는 반응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해 기후위기를 넘기 위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행동을 멈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자리에서 “월성원전 수사가 검찰총장이 중도에 사퇴하고 대선에 뛰어들어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만큼 중요한 문제였는지 의문”이라며 “많은 국민은 월성원전 수사가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위한 알리바이가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 역시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정치 참여를 하게 됐다는 윤 전 총장의 말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단물을 쏙 빼먹고, 이제 와서 탈원전 반대를 정치적 명분으로 삼는 것은 옳지도 않거니와 전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에너지 정책의 ‘에’도 모르는 사람이 탈원전 본래 취지를 알고 말하는 건가. 비겁하게 사후 알리바이를 대는 걸 보니 있어 보이려고 용을 쓰는가”라고 적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해 ‘얄팍하다’고 지적했다. 양이 의원은 “각국의 노력과 기업 RE100, 탄소국경세 논의 등 에너지전환 정책 하나에도 정치의 역할에 대한 수없는 고민이 있다”며 “윤 전 총장이 원자력 업계, 이해관계자만 만나서 이를 정치에 이용만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양이 의원은 “우리나라처럼 원전 밀집 지역에 수백만명이 살고 있는 곳에서는 사고 한 번에 끝장이 날 수 있다”며 “원전은 안전이 최우선이고, 이용 과정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에 대한 고민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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