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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11-29 18:15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ESG 경제에 대한 8가지 오해와 진실
ESG 경제에 대한 8가지 오해와 진실
  • 김광기 ESG경제 대표
  • 승인 2021.06.03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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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ESG경제 대표가 말하는 ‘ESG 자본주의와 경영 패러다임 변화’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포스터.<UN>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묶은 ESG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ESG 논의와 관련한 오해와 진실을 몇 갈래로 풀어보자.

①ESG의 탄생…유엔의 역할

ESG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5년 전 유엔(UN)에 의해서다. 유엔은 2006년 세계의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에게 “투자분석과 자금운용에 ESG를 적극 반영하자”는 내용의 책임투자원칙(PRI)을 발표하고 기관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유엔이 환경을 파괴하거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거나, 의사결정 체계가 비민주적인 기업들에게는 돈을 대주지 말자는 투자운동을 벌인 것인데, 여기에 ESG라는 용어가 쓰이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ESG는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세계를 겨냥한 투자 관련 용어로 탄생했다고 보면 된다.

②ESG의 확산…미국의 선택

ESG는 유엔의 제안 이후 몇 가지 계기를 맞아 세계적으로 확산하게 된다. 먼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자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다음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다. 탄소배출 확대에 따른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와 함께 기후재난을 빈발하게 만들었다. 국제 사회는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195개국이 참여한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하고 탄소배출 억제 등 실행 계획을 내놓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같은 해유엔은 환경 문제를 포함한 17개 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제시했다.

미국에서는 2016년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면서 ESG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19년 중대 전기를 맞는다. 미국의 200대 대기업 모임으로 우리나라의 전경련 격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TR)’이 기업의 목적을 바꾸는 선언을 한 것이다. BTR은 기업의 목적을 ‘주주 가치의 극대화’에서 ‘주주를 포함한 근로자, 소비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광범한 이해관계자 중시’로 전환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표방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ESG 확산에 또 하나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인간의 탐욕에 따른 환경파괴가 코로나 팬데믹을 야기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돼 정권 교체를 이룬 것도 ESG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환경과 인권을 중시하고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의 재정 투자를 대규모로 편성했다. 덕분에 ESG는 ‘돈이 되는 선택’으로 주목받게 됐다.

③ESG와 미중 패권전쟁

미국은 유엔의 PRI와 파리기후협약 등에도 불구하고 ESG 논의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신자유주의와 주주자본주의 종주국으로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미국이 뒤늦게 ESG에 적극 참여하게 된 것은 중국과의 패권전쟁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의 2배를 넘는다. 분리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소수 민족들에 대한 인권 침해도 심각하다.

거버넌스의 비민주성은 말할 것도 없다. 모든 게 ESG의 낙후성을 말해 준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장기 집권을 꾀하면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유효한 카드로 써먹을 수 있는 게 바로 ESG다. ESG는 그 명분이 매우 뛰어나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끌어들여 중국을 때리기에 안성맞춤인 무기가 될 수 있다.

한국 재계가 세계에서 가장 늦게 ESG에 동참했으면서도, 최근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은 ‘미국의 선택’에 눈치 빠르게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④CSR과 ESG는 뭐가 다른가

ESG와 비슷한 용어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 CSR의 국제표준을 정한 ‘IS0 26000’을 보면 조직 지배구조,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운영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 등 7개 항목으로 규정안을 세웠다. 이들 7개 항목은 ESG 3요소에 모두 포함되는 내용들이다.

결국 CSR과 ESG는 같은 게 아니냐는 생각에 도달한다. 그럼에도 둘을 구분 짓는 그 무엇이 분명 있다. 바로 ‘관점의 차이’다. ESG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한다. 그런데 기업에 돈을 대는 투자자, 즉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의 입장에 서서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관점이다. 이에 비해 CSR은 기업 스스로 “우리가 기업시민으로서 이런 행동을 하겠다”는 자발적 행동이다. ESG를 기업의 실행 관점에서 말하는 게 ESG 경영이다. 결국 ESG 경영과 CSR은 같은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⑤ESG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맞나

ESG는 곧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고 보면 된다는 저술과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일부 언론은 동일한 개념으로 취급해 보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쓰는 사람과 지역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종주국은 독일과 스웨덴 등 유럽대륙 국가들이다.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한 이들 국가에선 기업의 주인을 주주와 종업원, 소비자, 협력업체, 지역사회(국가), 채권자 등 광범한 이해관계자들로 규정짓는다. 주주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아예 법으로 공동결정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기업의 이사회에 주주 대표와 종업원 대표가 같이 참여해 회사의 운명을 공동 결정하도록 만들어 놨다. 하지만 미국의 시각은 다르다. 기업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주주들이라고 본다. 주주들은 종업원 임금과 납품업체 대금, 지역사회 공헌, 법인세 납부 등을 다 마친 뒤 남은 이윤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이익이 많으면 손에 쥐는 게 많지만 회사가 망하면 무일푼이 되는 리스크도 갖고 있는 게 바로 주주다. 그래서 기업의 주인으로서 주주의 권리를 존중한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미국 재계(BTR)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선언’은 무엇인가. 이는 유럽식 공동결정의 자본주의와는 분명 다르다. 어디까지나 주주 자본주의의 연장선에서 다른 이해관계자들도 ‘주인’처럼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자료=김광기, 그래픽=이민자
<자료=김광기, 그래픽=이민자>

⑥ESG 경영은 ‘착한 기업 되기’ 인가

ESG가 어렵고 개념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사람들에게 ‘착한 기업 되기’라고 하는 설명이 유행이다. 일견 맞지만 정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국어사전에서 ‘착하다’를 찾아보면 ‘언행이 곱고 순하고 바르고 상냥하다’라고 나온다. 일반인들은 이를 ‘조건 없이 양보하고 희생하고 솔선하고 배려하는 행위’로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그래, 내가 손해 보고 말게” 하는 ‘일방의 희생’ 의미가 강하다.

이런 의미라면 ESG가 아니다. ESG는 기업의 무조건적 희생과 양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연(환경)과 사회의 순리(진리)를 따르며 정직하고 공정하게 경영을 하는 게 ESG다. 여기에 적합한 우리말을 찾는다면 ‘바르다’가 정확하다. “투자와 금융의 세계에서 ‘바른 기업’으로 인정받기” 이게 ESG다. ESG는 ‘바른 기업’ 되기인 것이다. 착한 사람은 내가 빵을 먹고 싶어도 참고 남에게 준다. 바른 사람은 빵을 키우며 나눠 먹는다. 나도 배부르고 남도 배부른 선택을 하는 게 ESG다. ‘파이 쪼개기’가 아니라 ‘파이 키우기’인 것이다.

유엔이 ESG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같은 개념으로 쓰는 이유다. 빵을 서둘러 나눠먹으면 없어지지만, 키우며 나누면 지속가능하게 먹을 수 있다. 유엔은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제시했는데, 그 내용이 ESG와 거의 일치한다.

⑦인간은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ESG가 유행처럼 지나가지 않을 이유는 바로 환경 이슈에 있다. 지구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지금도 계속 뜨거워지고 있고, 이에 따라 기후재난이 더 빈번해지고 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창궐하고 있다. 이를 막아보자고 세계 각국이 2015년 모여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했고, 올 11월 세계 정상들이 영국에 다시 모여 지구 온난화를 막을 합의를 모색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 논의와 연대는 계속될 것이고, 국제 합의에 의해 법제화도 결국 성사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지구를 살리고, 지구 생명체의 대멸종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든다. 파리기후협약에서 2050년까지 목표로 정한 것은 ‘1.5℃’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온도의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합의인데, 이미 지구의 온도는 1.15도 올라있다. 기후학자들은 지구 기후가 그나마 유지해온 균형점을 잃고 돌변할 ‘티핑 포인트’를 ‘2℃’로 본다. 인류는 그야말로 얼마 남지 않은 아슬아슬한 파국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를 살린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교만한 소리다. 지구는 언제가 그렇게 살아 움직였고, 스스로 정화해 왔다. 생명체들이 주기적으로 멸종했을 따름이다. 앞으로 멸망할지도 모를 것은 지구가 아니라 바로 인류인 것이다.

그만큼 지구 환경 앞에 인류가 처한 상황은 절박하다. 탄소배출의 90% 이상이 기업 활동에서 나온다. 기업이 환경 문제를 자각하고 ESG 경영에 진정성을 갖고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⑧ESG 평가는 믿을만한가

ESG와 관련해 기업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게 바로 ESG 평가 문제다. 앞서 설명한대로 ESG는 투자의 세계에서 비롯됐다. 투자가들은 어느 기업에 투자할지 그 잣대를 필요로 한다. 전통 투자의 세계에선 재무제표가 주로 쓰였다. ESG 투자의 시대에는 비재무 성과인 ESG 평가 지표가 활용된다. ESG 평가를 잘 받으면 투자자가 늘어나고 주가도 오르게 마련이란 얘기가 된다. 그런데 쉽지 않은 게 ESG 평가다. 돈 잘 버는 재무지표로는 등수 정하기가 쉽고 또 정확하다. 학업에 비유하면 국영수 시험에 해당한다. 하지만 ESG 평가는 ‘바르고 착한 학생’ 뽑기다. 이건 정확하기도 객관적이기도 쉽지 않다.

누군 열심히 청소를 잘 하고, 누군 솔선해서 불우한 친구를 돕고, 누군 어르신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한다고 하자. 이들에게 어떻게 순위를 매기겠는가. 같은 기업에 대해서도 평가기관에 따라 ESG 점수가 천차만별이 이유다. 정답을 얘기하자면 ESG 평가란 원래 그런 것이니 그려려니 하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바르게 사는 게 꼭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칭찬을 받으면 물론 기분 좋지만, 안 받아도 그만이라는 자세로 임하는 게 좋다.

너무 ESG 점수에 집착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과장된 ESG, 위장된 ESG를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다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게 바로 ‘ESG 워싱’이다. ESG 워싱이 발각되면 치명적이다. 애초 ESG를 표방하지 않고 열심히 돈이나 벌다 기부활동을 하는 편이 훨씬 낫다. ESG의 요체는 ‘진정성’이다. 보여주려 하는 게 아니라 진정 해야겠다고 마음이 동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다.

ESG 평가를 잘 받으려 외부 컨설팅을 받는 건 바보짓이다. 우리 회사가 할 최상의 ESG는 직원들이 제일 잘 안다. 제품 생산과 판매, 유통, 폐기물 회수까지 전 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과 인권 침해, 과대 포장, 폐기물 방치 등의 문제가 발행하고 있다면 직원들은 다 목격하고 있을 것
이다. ESG 경영의 답을 구할 첩경은 바로 직원들과 마음을 터놓는 소통이다. 경영진의 솔선수범과 진정성을 알면 직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커져 기업 가치는 저절로 올라갈 것이다. ‘ESG의 내재화’ 그게 바로 참된 ESG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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