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창업자 김범석은 어떻게 '100조원의 사나이' 됐나
쿠팡 창업자 김범석은 어떻게 '100조원의 사나이' 됐나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1.04.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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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내다보는 혜안과 뚝심으로 난관 뚫고 뉴욕서 ‘잭팟’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각)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두고 거래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각)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두고 거래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쿠팡은 지난 3월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NYSE)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기며 아시아계 기업으론 초유의 잭팟을 터뜨렸다. 2010년 30억원으로 시작한 쿠팡은 10년 만에 기업가치가 초기 자본금의 3만배가 넘는 대형 상장사로 성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쿠팡의 성장 과정을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수년 동안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뚝심,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범석 의장은 소셜커머스 사업부터 시작해 직매입 방식을 접목한 배송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거침없이 사업을 확장했다. 더 많은 상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고객에게 배송해야 한다는 목표로 돈을 버는 족족 물류센터 구축에 쏟아부었다. 혁신의 아이콘 로켓배송 성공으로 한 해 매출액이 1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각에선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늘려갔다. 시장에선 그런 그를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가 속도를 더 내는 것처럼 위태롭게 바라봤다. 하지만 이번에 뉴욕증시에 상장, 대박을 터뜨리며 김 의장은 자신의 소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 의장의 쿠팡이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도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는 쿠팡과 김 의장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김 의장이 창업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도전과 좌절, 그리고 끝내는 성공에 이르게 됐는지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창업자들에게는 쿠팡의 사례가 사업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뉴욕증시 상장은 업계를 떠나 세계적인 성공신화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의장은 상장 직후 가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의 창의성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고, 우리가 이런 놀라운 이야기의 작은 부분이 될수 있다는 데 너무나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의장의 성공 비결 중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뛰어난 사업 감각이라는 평가가 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현대건설 해외 주재원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유년시절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고 세계 명문 하버드대학에 진학해 스타트업 정신이 충만한 인물들과 친분을 쌓았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시스템과 가치관이 정립된 미국에서 성장하고 공부하면서 사업적 마인드가 형성됐고 이를 현장에서 실험하는 개척자적 정신이 자연스럽게 길러진 것으로 알려진다.김 의장은 2011년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좋은 대학을 다니고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평범하고 편한 삶을 두려워한다”며 “뭔가 도전하고 새로운 걸 창조해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이 모두 명문대학을 중퇴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도 미국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미국 10대 명문사립고 중 하나인 디어필드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이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재학시절 대학생들을 타깃 독자로 하는 잡지 ‘커런트(Current)’를 창간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결국 뉴스위크에 매각했다. 대학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 본사에서 2년 동안 근무하다 그만두고 다시 명문대 출신들을 타깃 독자로 하는 잡지 ‘빈티지미디어컴퍼니’를 세워 운영하다 역시 매각했다. 다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 입학했지만, 학업을 그만두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미국 스타트업 성공 보고 다양한 사업모델 구상

사업 초기부터 김범석 의장은 사업모델로 아마존을 자주 언급했다. 아마존 외에도 그가 눈여겨본 스타트업이 여러 개 있다. 그루폰이 대표적인 예다. 그루폰은 미국에서 ‘소셜커머스 원조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의장이 미국에 머물 당시 그루폰은 공동구매 방식을 이용해 음식점, 공연, 스파 등의 이용권을 50% 가까이 할인 판매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8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해 2년 만에 세계 44개국 500여개 도시에 진출할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2010년 구글이 60억 달러(약 7조36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루폰은 이를 단번에 거절했다. 김 의장은 그루폰의 성공을 보면서 소셜커머스 사업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쿠팡을 창업하고 소셜커머스 사업을 시작했을 때 한국도 이미 쟁쟁한 소셜커머스 기업들이 업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티켓몬스터, 위메프, 그루폰 등이 버티고 있었지만 쿠팡은 사업개시 5개월 만인 2011년 1월 업계 최초로 회원 100만명을 돌파하고 같은 해 5월 500만명, 2012년 1월 1000만명, 10월 1500만명을 달성하며 빠른 속도로 고객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2년 연간 거래액 800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부동의 1위로 올라섰다.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 창업자 토니 셰이는 김범석 의장이 롤모델로 언급했던 인물이다. 토니 셰이는 링크익스체인지라는 마케팅 기술 회사를 24세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해 백만장자가 됐다. 이때 생긴 돈으로 자포스를 설립해 2009년 33세에 회사를 아마존에 12억 달러를 받고 팔아 억만장자가 됐다. 그는 천재적인 사업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끊임없이 투자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면에서 김 의장과 스타일이 비슷하다.

쿠팡 실적 추이. 쿠팡
쿠팡 실적 추이. <그래픽=이민자, 사진=쿠팡>

김 의장은 2011년 언론과 인터뷰에서 “셰이 CEO는 ‘고객이 만족하고 직원이 행복한 직장을 만들자’는 모토로 세계 최대의 온라인 신발 쇼핑몰을 구축했다”며 “학교 수업 중 우연히 그를 만났다. 셰이 CEO는 내겐 일종의 롤모델이다. 직원들의 열정을 이끌어 내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포스는 2014년 경제매거진 포천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38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 의장과 토니 셰이는 하버드대학 동문이다. 김 의장은 하버드에서 뛰어난 인물들을 접하면서 자신만의 사업 스타일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토니 셰이가 직원들이 행복한 직장을 만들고자 한 것처럼 김 의장도 직원들을 고객으로 생각하며 보다 나은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직원 가족까지 혜택을 받는 실손보험을 회사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쿠팡맨 직접 고용, 4대 보험 제공, 연차 휴가와 회사 휴양시설 이용 등은 기본이다.

또 한 명의 흥미로운 인물은 쿠팡의 초기 투자자이자 김 의장의 하버드대 동문 매튜 크리스텐슨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혁신기업가의 딜레마> 저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였던 고(故)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아들이다. 김 의장도 크리스텐슨 교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튜 크리스텐슨은 쿠팡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거래신청서에 비상임 이사(Non-Employee Director)로 이름을 올렸다. 초기 투자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쿠팡과 김 의장에게 지속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김 의장은 해외에서 주로 투자금을 확보해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손 회장은 쿠팡에 현재까지 3조원을 투자했으며 뉴욕증시 상장 후 그가 가진 쿠팡 지분율은 38%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쿠팡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도 둘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다.

손 회장은 쿠팡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만약 손 회장의 투자가 없었다면 쿠팡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없었을 거라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손 회장은 김 의장의 혁신 마인드에 깊은 인상을 받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쏟아부었다. 이를 기반으로 쿠팡은 전국에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손 회장이 거액을 투자한 것은 김 의장에 대한 믿음과 쿠팡이 영위하는 사업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류인프라·지역경제 투자 이어간다

김 의장은 인적 교류를 통해 얻은 사업 노하우를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펼치면서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미국적인 가치를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고객과 의 신뢰, 파트너사와의 신뢰 그리고 직원과의 신뢰’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한국의 수직적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했다.

김 의장은 사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이번 뉴욕증시 상장의 주요 목적이 대규모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상장 첫날 김 의장은 외신과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IPO는 고객과 주주에게 소중한 가치를 만든다는 장기적인 전략을 변함없이 이어갈 수 있게 해 줄 재원을 마련해 줄 것”이라며 “우리는 새벽배송과 같은 혁신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5조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지난 3월 26일엔 1000억원 이상을 전라북도 최대 규모 물류센터 건립에 투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으로도 국내 투자를 지속해 2025년까지 일자리 5만개를 더 마련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객 서비스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쿠팡은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30개 도시에 100여개의 독립된 물류센터를 설립해 지역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결과 현재 대한민국 인구의 70%는 쿠팡 배송센터로부터 10km 내에 거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는 “전북 완주군 사례와 같이 지역 경제에 투자하고 국내 전역에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항상 쿠팡의 우선 과제였다”며 “쿠팡의 IPO를 통한 글로벌 자금 유치로 이제 국내 모든 지역에 투자와 지역사회와의 공동 성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게됐다”고 강조했다.

김범석 의장은 뉴욕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투자금을 일단 국내에 우선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물류센터 건립뿐만 아니라 고객을 위한 혁신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상장 당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을 위한 혁신을 강화하는 데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성장하고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운 사업에 대한 특별한 감각은 한국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쿠팡은 이커머스 사업 이외에도 배달앱서비스 ‘쿠팡이츠’,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쿠팡플레이’ 등 신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규 사업에서도 김 의장 특유의 사업 감각이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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