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공범’ 지목된 애경산업-SK케미칼 7억원대 손해배상 법정공방 중
‘가습기 살균제 공범’ 지목된 애경산업-SK케미칼 7억원대 손해배상 법정공방 중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1.14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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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산업·SK케미칼 관계자들 1심 무죄…피해자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반발
애경산업, 지난 2019년 4월 ‘유해성 원료 제공, 실험 결과 은폐’ SK케미칼에 소송 제기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 전 대표와 임직원들이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선고 결과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인체에 유해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 전 대표와 임직원들이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12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선고 결과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인한 SK케미칼·애경산업 관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내려진 가운데, 두 회사가 이 사건과 관련해 7억원대 손해배상을 놓고 법정공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월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을 상대로 7억13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심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제공한 원료로 ‘가습기 메이트’를 제작해 약 160만개를 시중에 팔았다. 그런데 이후 ‘가습기 메이트’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러 피해가 발생하자, 2019년 1월 환경부는 SK케미칼이 개발한 원료로 애경산업이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에 대해 인체 유해성이 인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같은 해 3월 SK케미칼이 해당 가습기 살균제 원료에 대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은폐한 채 애경산업에 납품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애경산업 측은 제품 출시 전후로 SK케미칼에 구체적 성분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고, SK케미칼이 제공한 유해성 원료와 부적절한 실험 절차 등으로 자사 역시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가해자로 지목된 두 회사 간 책임공방으로 번진 이 사건 재판은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기일변경 신청 등을 이유로 한차례의 심리도 진행되지 않았다.

한편,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게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CMIT·MIT는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제조사 관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는 다른 성분이다.

CMIT·MIT 성분이 담긴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확인하기 위한 동물 실험과 역학 조사 등이 이뤄졌지만, 폐 질환과 천식에 영향을 줬다고 결론을 내린 보고서 등이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각 실험을 진행한 전문가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CMIT·MIT의 사용과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앞서 환경부가 CMIT·MIT 함유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해온 것과 상반된다.

재판부는 “모든 실험과 연구 결과를 종합하고 있는 환경부의 종합보고서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기존 연구에 대해 추정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일종의 의견서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SK케미칼에 근무하면서 PHMG 제조·판매에 관여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전직 직원 4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PHMG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혐의로 관계자들이 유죄를 선고받은 옥시에 이 물질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판결 직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피해자 단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법부의 기만”이라고 비난했다.

검찰도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검찰 측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아무런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재판부가 동물 실험 결과와 인체 피해의 차이점을 간과하고 전문가들이 엄격한 절차를 거쳐 심사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판정 결과를 부정함으로써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기업 책임자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SK케미칼이 PHMG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독성 수치를 숨기고 허위 기재한 사실, PHMG가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것을 은폐하기 위해 실험보고서 제목을 조작하기까지 한 사실 등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직원들은 이들 회사가 제조‧판매한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이 폐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말단 기관지 중심으로 광범위한 폐 손상을 겪게 되면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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