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대 경영 시대의 과제
재벌 3세대 경영 시대의 과제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0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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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가 차려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입구에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가 멈춰섰다. 운전대를 잡은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뒷좌석에는 두 자녀가 타고 있었다.

삼성 총수 일가가 자동차를 직접 몰고 공개 석상에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몰고 온 차량은 2019년식 팰리세이드. 지난해 11월 구입한 중고차로 알려졌다. 회사 법인차가 아닌 이 부회장 소유로 사적 용도로 타고 다니는 차량이라고 한다. 할아버지 빈소에 자녀를 데리고 오느라 직접 차를 운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이튿날,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요 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조문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현대차를 몰고 빈소에 도착해 화제를 모은 데 대해 정 회장이 이른 조문으로 답례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총수 역할을 수행해 왔듯 주요 그룹 경영은 대부분 1960~70년대생 젊은 3세대 오너 일가 출신이 맡고 있다. 정의선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도 그렇다.

이들 젊은 총수들의 달라진 경영 스타일로 총수들 간 소통 및 기업 협력이 꼽힌다. 선대 그룹 총수들이 기업을 일구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서로 견제했다면, 3세대 총수들은 동맹 수준 전략적 제휴를 서슴지 않는다.

대표적 사례가 배터리 동맹이다. 올 봄 정의선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 최태원 회장과 연쇄 회동했다. 현대차로선 전기차를 만드는데 성능 좋은 배터리가 필요하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은 세계적인 배터리 업체다. 총수들 간 회동은 전문경영인이나 실무진에서 논의하기 어려운 사업협력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실 재벌들은 과거 무리하게 사업 다각화를 꾀하면서 경쟁하고 대립했다. 삼성이 자동차사업에 뛰어들며 현대와 관계가 껄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선택과 집중, 실리를 추구하는 경영으로 전환하면서 협력과 상생이 긴요한 시대가 됐다.

특히 지난 1년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수출규제로 일본과 경제전쟁을 치르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서 부품 공급이 끊겨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면서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4대 그룹간 ‘K-배터리 동맹’은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안정적인 공급원과 수요처를 상호 보장하는 최적 조합이 될 것이다. 과거 그룹 오너 회장의 타계에 따른 갑작스런 총수 교체가 잦았다면, 최근에는 나름 경영수업을 받은 3·4세대가 단계를 밟아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추세다.

취업준비생이나 사원들과 사회적 관계망(SNS)과 사내 통신망을 통해 대화하는 등 고객·종업원들과 소통방식도 달라졌다. 스타일 변화만으론 부족하다. 디지털 혁신이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리더십과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모름지기 3·4세대 경영자들은 시대변화와 기술발전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경영에 더해 선대 총수들이 강조해온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소기업과의 상생, 고객만족 경영을 완수해야 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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