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핸들 쥔 현대차…유통 시스템 투명하게 바뀔까
중고차 시장 핸들 쥔 현대차…유통 시스템 투명하게 바뀔까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0.10.14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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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통해 경매·매매·인증 사업 진행할 듯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식화 되면서 현대기아차의 시장 진입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현재 허위·미끼 매물로 오염된 중고차 시장의 유통 시스템이 투명하게 바뀔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약 3만8000여명의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차 판매도 거의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까지 장악하게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허용되면 현재 신뢰가 땅에 떨어진 중고차 시장의 불투명한 구조가 투명하게 바뀔 수 있느냐도 주목된다. 현대·기아차가 어떤 방식으로 중고차를 판매할 계획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 13일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중고차를 어떻게 판매할지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에 따르면 물류 자회사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경매를 통해 렌터카업체·일반기업·중고차 판매업자 등 다양한 업종의 사업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중고차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가 가지고 있는 경매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중고차 품질인증을 추가해 사업자뿐만 아니라 개인들에게도 중고차를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성용 중부대 자동차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대글로비스의 사업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영세 중고차매매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와 현대차그룹이 추가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현대차가 이익을 내려고 하면 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면서 ‘상생’을 강조했다. 중고차 판매업종은 지난해까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다가 현재는 지정 기간이 만료된 상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 결정을 내렸고 중기부의 최종 승인만 남았다.

이날 김동욱 현대차 전무도 국감에 출석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70~80%는 중고차 시장의 거래 관행, 가격 산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서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신차·중고차 시장 독점 우려 없나

또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인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은 현대·기아차와는 달리 중고차 시장 진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체로 “아직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이들 3사는 경영난 등으로 인해 신차 판매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고차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차 시장도 현대·기아차가 거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기존 영세 매매업체들은 현대·기아차로 모두 흡수·통합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가능성은 현대·기아차가 기존 중고차 시장을 구성하던 판매상, 수입차, 중고차 매매 플랫폼 사업자(엔카닷컴), 중고차 직매입 사업자(케이카) 등의 경쟁에 가세함으로써 더욱 치열한 경쟁을 낳아 결과적으로 중고차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규모 면에서 가장 큰 중고차 판매업체가 될 것은 분명하다. 선두 기업으로서 현대·기아차가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느냐에 따라 중고차 시장에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3년간 중고차 판매 현황. 자료=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최근 3년간 중고차 판매 현황. <자료=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국내 중고차 유통 시스템 현주소...치열한 경쟁 속 적폐 쌓였다

국내에서 소비자가 중고차를 사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영세 중고차 매매상들 사이에서는 준 대기업으로 통하는 직매입 방식의 중고차 판매업체 케이카가 있다. 케이카는 중고차를 직접 매입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기업이다. 엔카닷컴은 소비자들과 중고차 매매상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판매자들이 쿠팡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연합회)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상들은 자체적으로 각종 블로그,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영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영세한 매매상들은 대체로 대규모 중고차 매매단지에 월세를 내며 입주해 있다고 한다.

업체수는 대략 5964개, 판매사원은 3만8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합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합회 회원사들은 총 115만대를 판매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판매원 1인당 월평균 판매 대수는 2.5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규모 면에서 신차 시장의 1.5배에 달하고 매출액이 약 22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대단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상은 케이카, KB차차차 등과 같은 거대 직매입 업체, 벤츠·BMW와 같은 기업 그리고 4만여명에 육박하는 소상공인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중고차를 수리하는 정비업체들까지 감안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현재 국내 중고차 매매상들의 국민적 신뢰도가 바닥인 이유는 영세 매매상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허위·미끼 매물, 침수차, 운행·사고기록 조작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환영하는 쪽에서는 차라리 중고차 사업자의 덩치를 키워 기업형으로 재편하는 게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대·기아차가 매매상들을 모두 흡수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소상공인 보호나 일자리 문제 등 국가 운영 원칙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 중기부, 매매상 연합회 측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영선 장관이 국감에서 ‘상생’을 강조한 만큼 어떤 해법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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